오는 27일 개봉하는 `트리 오브 라이프`(The Tree of Life)는 올해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이며 `뉴월드`(2005) 이후 6년 만에 내보인 맬릭의 신작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영화는 어렵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철학교수 출신인 맬릭은 영화를 통해 철학과 종교를 풀어낸다.

2시간17분이라는 만만찮은 상영시간 동안 `트리 오브 라이프`는 뇌가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영화는 세밀하게 신(神)과 역사, 개인의 윤리문제를 파고들고 이해하기 어려운 이미지들로 채워진다.

그래도 플롯과 이야기만을 `전달`하는 게 `영화`가 아니라고 믿는 사람들에게는, 영화가 이미지와 운동이라고 믿는 관객들에게는, 무엇보다 영화를 통해서 `사유해야 한다`고 믿는 영화팬들에게는 이 영화가 졸음을 몰고 다니는 두꺼운 철학책이 아니라 하나의 선물일 수도 있다.

늘 같은 꿈을 꾸며 눈을 뜨는 중년의 건축가 잭(숀 펜. 아역:헌터 맥크레켄). 오랜만에 아버지와 통화하던 그는 끔찍했던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자애로운 어머니(제시카 차스테인)와 경쟁만을 부추기던 아버지 오브라이언(브래드 피트)을 둔 잭은 아버지의 영향을 받으며 점점 폭력적으로 변해간다.

선한 자의 고통을 다룬 구약성서 `욥기`의 한 구절로 시작하는 `트리 오브 라이프`는 잭의 아버지(세속적이고 이기적인 세계)와 어머니(은총과 절제의 세계)의 세계로 이원화해 세상을 보여준다.

그렇다고 맬릭 감독이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적인 단순성으로 두 세계를 분리하지는 않는다. 아버지는 구약성서에서 보이는 분노의 신의 이미지를, 어머니는 신약성서에서 보이는 사랑의 신의 이미지를 드러낸다.

영화는 잭의 가정사 이야기를 한 축으로 하고, 파편화된 이미지의 조각들이 다른 축을 채운다. 마치 숨은 그림 찾기 하듯, 우주·지구·물과 불·공룡 등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이미지들이 영화 속을 떠돈다.

그리고 그러한 자연의 운동은 부자관계, 모자관계, 부부관계 등 가정에서 벌어질 수 있는 여러 일, 즉 사회적인 운동(가정을 사회의 최소단위라 한다면)과 포개지며 삶의 의미와 윤리를 되짚는다.

영화는 가정사뿐 아니라 우주의 폭발(갈등)과 충돌 등 거대한 사유체계를 다루며 유장하게 전개되지만 결국 “가장 행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사랑” “아이 같은 눈으로 희망을 품고 살아야 한다”는 긍정적인 메시지로 끝을 맺는다. 27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