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을 그와

떠난 이의 범람만 있을 나, 줄 것이 없다

연습삼아 헤어 질 때 손을 흔들어 주었다

가벼운 바람에도 펄럭, 내 몸을 넓게 펴

햇빛 곱실곱실 기는, 꽃은 가장 크게 입여는

돋은 잎에서 사과 떨어지듯, 잘 익은 사과를

받듯, 땅은 허리 굽혀 받아라

그런 날 배우처럼 예쁘게 그와 눈 맞추며

살랑 바람처럼 손을 흔든다 잘 가라,

그는 내 몸의 수의를 걸치고 나는 그를 입고

결국 나는 그를 물려받을 것이다

야트막한 언덕에 사과꽃이 하얗다. 과원지기들은 소복한 사과꽃을 따주어서 가을의 결실을 예약한다. 그렇다 사과꽃이 떨어져 둥치의 곁을 떠나지 않는다면, 결코 가을의 빨간 사과를 기약할 수 없는 일이다. 죽음은 또 다른 결실에 이를 수 있다는 진리로 우리를 이끌어가는 시이다. 잠시의 결별이 더 풍성한 결실을 가져다주는 일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발견된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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