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과의 사투가 시작된다

하지원<사진> 주연의 `7광구`는 국내 1위의 배급사 CJ E&M 영화부문의 올여름 야심작이다.

블록버스터급 한국 상업 영화로는 최초의 3D 작품이고, 대부분의 촬영도 블루스크린에서 했다. 100억대의 순제작비가 들어간만큼 모험 정신도 느껴진다.

그래서 안전장치도 둔 듯 보인다. 영화는 웃음 제조기 박철민(상구 역)과 송새벽(종윤 역)을 영화 초반, 전면에 내세운다.

즉, 박철민 등을 내세워 웃음코드로 군불을 땐 후 후반부터는 괴물과 인간의 본격적인 사투를 그린다는 전략이다.

웃음과 휴먼 드라마를 전면에 배치하고 나서 영화 뒷부분에서는 재난재해에 집중했던 1천만 영화 `해운대`(2009)의 `흥행공식`을 따른 셈이다.

그러나 드라마를 끌어안은 웃음이라기보다는 말장난에 의지한 유머라는 점에서 `해운대`와 구별된다. 그래서 영화 초반, 서사가 약하기 때문에 몰입이 다소 힘들 수 있다. 상당한 긴장감이 느껴지는 후반부에 비하면 아쉬운 대목이다.

제주도 남단 7광구(sector 7)의 망망대해에 떠있는 석유시추선 이클립스호. 시추작업은 번번이 실패로 끝나고 선원들은 본부로부터 철수명령을 받는다.

그러나 7광구에 석유가 있다고 확신한 해저 장비 매니저 해준(하지원)은 본부의 명령에 격하게 반발한다.

철수까지 걸리는 기간은 한 달. 해준은 남은 기간 석유를 찾고자 총력전을 펼치는 가운데 배 주변에서 이상한 기류를 감지한다.

괴물이 등장하는 후반부는 상당한 긴장감을 불러 일으킨다. 괴물의 CG(컴퓨터그래픽)도 비교적 스크린에 잘 구현됐고, 괴물의 공격과 인간의 도주 사이에서 느껴지는 긴장감의 파고도 적지 않다. `에일리언`처럼 폐쇄된 공간에서 공격하는 괴수가 주는 공포감이 스크린을 뚫고 전달되는 듯하다.

절대 죽지 않는 불사의 해준과 아이큐가 200은 될 법한 괴물의 대결도 흥미롭다. 가끔 잔혹한 장면도 있는데, 일반적인 공포영화와 괴수영화에 길든 관객이라면 부담없이 볼 만큼 수위는 약한 편이다.

해준을 연기한 하지원은 상업영화 툴에 맞춰 감정 조절을 했으며 여전사로서의 기질을 잘 전달했다. 비밀을 간직한 캡틴 정만(안성기)과 냉철한 악역인 인혁(박정학)의 연기도 좋다. 이들은 비밀과 이기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꽤 흥미로운 캐릭터지만 감독은 이런 인물들을 살리기보다는 해준과 괴수의 대결에 집중했다.

3D는 괜찮은 편이다. 별다른 어색함 없이 드라마에 집중할 수 있다. 이 영화는 한국영화로는 처음으로 아이맥스 3D로 볼 수 있다.

다만, 괴물이 인간을 공격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어떻게 번식하게 되는지 등에 대해 영화는 친절하게 설명해주지 않는다. 카메라가 캐릭터를 깊숙하게 파고들지 못해서 그런지 인물들의 행위에도 선뜻 고개를 끄덕이기가 쉽지 않을 듯하다. 괴수영화니까 별로 따지지 말고 보라고 하기에는 서사적 구멍이 조금은 커 보인다.

`목포는 항구다`(2004), `화려한 휴가`(2007)를 연출한 김지훈 감독의 세 번째 장편 영화다. 상영시간은 105분.

8월4일 개봉. 15세이상 관람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