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의 속이 요즘 새카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주요 원자재인 철광석·연료탄 가격이 하루가 멀다하고 치솟고 있는 데도 철강 가격은 원하는 만큼 올리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눈치 때문이다.

2년 전만 해도 철광석 가격은 t당 50~60달러에 불과했다. 지금은 180달러에 달한다. 무려 3배로 뛰었다. 다른 주요 원자재인 연료탄 가격도 3배나 올랐다. 철광석과 연료탄이 철강 원자재 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0%에 달한다.

포스코가 철강 가격을 마음 먹은 만큼 선뜻 올리지 못하고 있는 것은 철강 주 고객사인 건설시장의 수요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도 있지만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정부다.

물가안정에 사활을 걸고 있는 정부가 가뜩이나 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철강가격 인상을 호락호락하게 놔줄리 없다. 현재 정부는 물가안정 전략으로 원화강세를 추구하는 대신 미시적인 관리·감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확실한 최대 주주가 없는 포스코로서는 정부의 압력에 약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포스코를 두고 `명목상 민영기업, 사실상 공기업`이라고도 불린다.

사정이 이러하니 실적이 좋을 리 없다. 지난해 2분기 23%에 달했던 매출 대비 영업이익률이 3분기에 13%로 낮아진 뒤 4분기에는 7%까지 떨어졌다. 포스코가 한자릿수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급격한 실적악화에 포스코 주가도 올 들어 지난 14일 현재까지 약 10% 떨어졌다.

문제는 지난해 4분기가 터널의 끝이 아니라는 것이다. 가격인상의 영향으로 올 상반기에는 일시적으로 실적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았지만, 3분기에는 다시 수익성 악화가 예상된다.

전세계 금융시장의 유동성 잔치 이후 헤지펀드 등 투기세력들이 철광석 등 원자재시장에 몰린 결과다. `원자재 블랙홀`로 불리는 중국도 한몫했다. 유가가 오르면서 운송비도 뛰었다. 포스코가 쓰는 철광석과 연료탄은 대부분 태평양 건너 브라질이나 호주에서 온다. 전세계 철광석시장이 독과점화된 탓도 있다.

상황이 이런 데도 포스코는 철강 가격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지난 4월 말 열연가격을 t당 90만원에서 106만원으로 올렸지만 이는 시장이 예상한 가격 인상분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인상시점도 시장의 예상보다 한달 늦어지는 바람에 건설사들의 사재기를 초래, 판매물량이 일시적으로 줄어드는 현상까지 초래하게 했다.

/김명득기자 md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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