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첫 남성수용자합창단 정기발표
가족 주민 350여명 박수 환호로 격려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검은 나비 넥타이와 흰색 와이셔츠를 입고 무대에 선 30여명의 남성이 감미로운 목소리로 `향수`를 부르자 관객들의 눈빛이 진지해졌다.

곡 중 솔로 파트에서는 2명의 남성이 노래를 불렀고 30여명의 남성들은 마치 한 몸처럼 하나의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노래가 끝나자 마자 관객석에서는 갈채가 쏟아졌고 여기저기서 환호성도 들렸다.

건장한 체구의 20대부터 희끗희끗한 흰머리의 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로 구성된 31명의 남성은 미소로 관객의 호응에 화답했다.

전문 합창단으로 착각할 만큼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노래를 부른 이들은 포항교도소 남성 수용자 합창단인 어울림합창단의 단원들이다.

30일 전국 최초로 교소도 남성수용자합창단 정기발표회가 포항교도소 강당인 어울림터에서 개최됐다. 공연이 시작되는 오후 2시가 되자 남성수용자들과 수용자 가족, 교도소 인근 학천리 주민 등 350여명으로 어울림터는 가득 채워졌다.

이날 정기발표회는 지난해 11월 말 두 차례의 오디션을 거쳐 3대1의 높은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31명의 수용자가 6개월간 연습해 합창솜씨를 선보이는 첫 공연이다.

합창단원들은 아름다운 화음을 내기 위해 나 혼자가 아닌 우리가 되어 있었다. 단원 중에 음악전공자가 한 명도 없었지만, 이들의 실력은 수준급이었다. 어울림합창단은 슈베르트의 보리수를 시작으로 김광진의 마법의 성, 배버의 사냥꾼의 합창, 박인수와 이동원이 듀엣으로 부른 향수 등을 합창했다. 이들의 합창이 끝날 때마다 관객석에서는 여기저기서 박수소리가 나왔다.

합창단원 H씨(42)는 “7년간 교도소에서 매일매일 무료한 생활을 하고 있던 중 합창단을 선발한다는 소식을 듣고 오디션에 참가하게 됐다”며 “합창을 하고 나서부터 메말랐던 감정이 되살아난 것 같다. 기분이 밝아지고 기쁨도 느끼게 됐다. 요즘은 희망을 꿈꾼다”고 했다.

포항교도소 신용해 교도소장은 “지난해 예능프로그램에서 합창단이 나오는 것을 보고 단체생활을 하는 교정시설에도 합창단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합창단 수용자들도 합창을 하면서 긍정적인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어 앞으로 꾸준히 합창단을 운영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김남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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