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딸과 동반출연해 추억만들어
“연출 해보고 싶다는 꿈이 생겼어요”

영화 `체포왕`(4일 개봉)에서 검거 실적 올리는데 혈안이 된 마포서 강력팀장 황재성 역을 맡은 배우 박중훈<사진>. 노회하게 잇속을 차리는 그의 모습은 `투캅스`나 `인정사정 볼 것 없다` 등 20~30대에 했던 열혈 형사와는 사뭇 다르다.

배우 생활 26년 동안 형사 연기는 이번이 6번째라는 박중훈은 최근 언론과 만나 “오래 한 배우에게 숙명적으로 오는 상황은 뭘 해도 신선하지 않다는 것”이라면서 “내가 신선해지기보다는 작품이 신선하고 역할이 신선하다는 게 이전과 차별되는 점이다. 전에는 대부분 내가 에너지를 뿜어낸 편인데 이번에는 이선균이 뿜어내고 난 받아줬다”고 말했다.

`체포왕`에서 그가 연기한 황재성은 인접한 서대문서 강력팀장 정의찬(이선균)과 연쇄 성폭행범을 먼저 검거하려고 경쟁한다. “이선균이 (에너지를) 막 발산하는데 나까지 발산하면 관객이 힘들 것 같아서 비교적 흡수했어요.”

그는 “풀스윙하기보다는 편안하게 했다”면서 자신의 연기를 야구 스윙에 빗댔다. 힘을 빼고 편하게 연기했다는 설명이다. “언젠가부터 배트를 짧게 잡는 편이에요. 짧게 잡으니까 힘이 안 들어가서 좋더라고요.”

박중훈은 “에너지를 뿜고 튀어나오는 배우가 있고 감추고 들어가는 배우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전자로 최민식, 황정민, 류승범, 설경구를, 후자로 안성기, 한석규, 장동건, 원빈을 예로 들었다.

“저도 예전엔 아주 대표적으로 튀어나오는 배우였어요. 오랜 시간을 (에너지를) 뿜는 쪽으로 일관해서 관객이나 저나 피로감을 느꼈죠.”

`체포왕`에는 웃을만한 장면이 많지만, 박중훈이 웃기는 장면은 없다. 박중훈은 “임찬익 감독과 마음이 맞았던 것은 사실적인 연기를 하겠다는 거였다”고 말했다.

아들 하나와 딸 둘이 있는 그는 이번 영화에 10살인 막내딸을 출연시켰다. 극 중 재성의 딸 역할이다. 그는 첫째, 둘째와는 경기 관람을 하러 갔다가 사진이 찍힌 적이 있다면서 “막내만 그런 게 없어서 배우 아빠와의 추억을 남기고 싶다는 생각으로 영화에 출연시켰다. 원래 사춘기 딸 하나만 있는 설정이었는데 딸 둘 있는 아빠면 주인공의 감정이 더 두꺼워질 것 아니냐면서 감독에게 내 딸을 출연시키자고 했다”고 설명했다.

베테랑 형사 역을 맡다 보니 20대에 한 `투캅스` 시절이 그립지는 않았을까. “전혀 그렇지 않았어요. 제가 20대로 돌아가면 악몽일 것 같아요. 지금 제가 아는 걸 그대로 갖고 가면 괜찮을 것 같은데 다시 돌아가라면 괴로울 것 같아요. 너무 좌충우돌하고 세상을 몰랐고 타인에 대한 배려할 줄도 몰랐어요.”

그는 이어 “40대 중반의 배우로서 20대 배우가 못 가진 게 있는데 부러워해야 하냐”면서 “자꾸 뒤를 돌아보고 이제 가질 수 없는 걸 욕심 내는 건 노욕”이라고 말했다.

박중훈은 안성기 등과 함께 스크린쿼터 사수 운동에 앞장섰으며 요즘에는 영화 합법 다운로드 캠페인에도 참여하고 있다. “충무로에서 혜택받은 배우인데 어떤 사안이 있을 때 침묵하는 건 직무유기라는 생각을 해요.”

박중훈에게는 몇 년 전부터 연출을 해보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 “그전에는 세상에 하고 싶은 얘기가 없었는데 어느 순간 이 얘기를 하고 싶단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글을 쓰는 사람이면 소설을 쓰고 화가였다면 그림을 그렸을 텐데요.”

그가 연출하고 싶은 영화는 “오만한 남자의 성공과 몰락에 대한 이야기”라고 했다. 박중훈은 “작년에 시나리오 작가와 한 달 정도 합숙을 하기도 했는데 잘 안 됐다”면서 “내가 직접 시나리오를 쓰려고 한다. 구상은 하는데 잘 안 꿰진다. 좀 무르익어야될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