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수한 내음 휘어 도는 강마을
호작거리는 물소리 위로
짙은 수목의 눈발이 내리자
마을의 집들이 놀란 듯 움찔
어깨를 낮춘다 기다렸다는 듯
나무들은 가지를 흔들어 새들을 날리고
집에서 나온 모든 길들이 삽시간에
제 몸을 오므려 사립문을 닫는다
길이 지워진 허허천지에
무장무장 쏟아져내리는
짙은 수목 속에서 하나, 둘
눈을 뜨는 저 불빛, 불빛들…
겨울이 깊어가는 강 마을에 눈 내리는 정경은 너무도 고요하고 평화롭기 짝이 없다. 길이란 길은 다 지워지고 새들도 날지 않는 절대 고요, 절대 평화의 경지가 이뤄지면 삼라만상은 깊은 잠에 빠져드는 것이 아니라 `눈을 뜨는 저 불빛, 불빛들`이라고 언급한 것처럼 오히려 푸르게 눈을 뜨는 것이리라.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