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봄 길을 가다가

길가에 핀 이름 모를

작은 풀꽃을 본다

사람들의 발길에 밟혀

잎은 모지라지고 얼굴은 먼지로 뽀얗다

어디서 무슨 인연으로 여기와

쓸쓸한 산책길에 피어있는가?

고 안스런 몸으로 남보다 일찍 꽃을 피워서

쾡한 눈으로 바라보는가?

무심히 풀꽃을 밟으며 들길을 걷는 동안

꽃은 죽음의 예감에 몸을 떤다는 것을

그리하여 보다 빨리 꽃을 피우고

보다 빨리 열매를 맺어야 한다는 것을

우리는 모르고

들길을 간다.

쓸쓸한 겨울을 건너온 건 새움을 내미는 풀들이나 시적화자나 매 한가지가 아닐까. 그러나 그 쓸쓸함이란 새로운 기대와 희망으로 바뀌고 있다. 겨울 내내 움츠렸던 만물이 서서히 일어서서 진하고 진지한 호흡으로 봄을 호흡하며 싹을 내고 고운 꽃을 피워내고 있다. 비록 작은 풀꽃일망정 거기에 기막힌 우주의 전체를 본다. 그 미물들의 진지한 생명작용들을 바라보면서 우리네 인간들도 어둡고 쓰라렸던 지난 시간들을 견뎌온 힘으로 힘차게 새 지평을 열어 가야하리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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