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몰 33명 1시간에 1명 꼴 구조… 전세계가 지켜봐

칠흑 같은 절망과 사투를 벌여온 칠레 광부들이 지하에 매몰된 지 69일 만인 13일(이하 현지시각) 세계가 마음 졸이며 지켜보는 가운데 세상과 극적으로 재회했다.

칠레 당국은 전날 밤 11시20분께 구조대원을 태운 캡슐을 광부들이 갇혀있는 산호세 광산 갱도로 내려보내는 것으로 매몰광부 33명에 대한 본격적인 구조 작업에 착수, 약 50분만인 13일 0시11분께 첫 구출 대상자인 플로렌시오 아발로스(31)를 지상으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아발로스 구조에 성공한 당국은 다시 캡슐을 지하로 내려보내 약 1시간 간격으로 마리오 세풀베다 에스피나(40)와 후안 안드레스 이야네(52), 볼리비아 국적의 카를로스 마마니(23), 최연소자인 지미 산체스(19) 등 4명을 추가로 구출했다.

가장 먼저 구출된 아발로스는 갱도에서 지상까지 약 16분간 캡슐을 타고 올라온 뒤 두달여의 지하 생활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건강한 모습으로 캡슐에서 스스로 걸어나왔다.

아발로스는 그를 향해 달려든 아내와 아이, 일가 친척과 감격의 포옹을 나눈 후 구조대원과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을 차례로 얼싸안았다. 이로써 근 70일 만에 지상을 밟은 그는 지하 깊은 곳에서 가장 오래 생존한 사람 중 한 명으로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두 번째로 구출된 에스피나는 지상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전에 큰 목소리로 자신의 귀환을 알렸고, “`지하 감옥`에서 바위 조각을 기념품으로 가져왔다”고 말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또 볼리비아 국적자인 마마니는 양쪽 집게 손가락을 티셔츠 앞에 그려진 칠레 국기에 대고 “고마워요 칠레”라고 말했다.

현장에서 생환 광부들을 맞은 피녜라 대통령은 “칠레 국민은 구조 작업에 온 힘을 기울였다. 오늘 밤은 칠레 국민과 전 세계가 영원히 잊지 못할 멋진 밤이다”라며 기쁨을 나타냈다.

또 현장에서 구조장면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아발로스가 탄 캡슐이 지상으로 나오자 “치! 치! 치! 레! 레! 레!” 등 구호를 외치며 환호했다.

워싱턴에 있는 주미 칠레대사관과 뉴욕 맨해튼의 식당 등에도 칠레 교민들이 모여 광부들의 무사귀환 장면을 지켜보며 감격에 겨워했다.

이번 구조 작업은 `불사조`란 이름이 붙여진 캡슐에 광부를 1명씩 태워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구조팀은 몸 상태가 가장 좋은 4명을 먼저 구조한 뒤 고혈압.당뇨.피부질환이 있는 광부들을 잇따라 꺼내 올릴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작업반장인 루이스 우르주아가 구출되면 역사적인 광부 구출작전은 마무리된다.

지금까지 1명당 구조시간이 약 1시간씩 걸린 만큼, 다른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면 33명 전원을 구출하는 데에는 총 36-48시간 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이번 구조 작전에는 광산 기술자와 구조 전문가, 의료요원 등 250여명이 동원됐다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구조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광부들의 몸 상태는 캡슐에 부착된 소형 비디오 카메라, 쌍방향 소통수단, 광부들의 배에 부착하는 생체 모니터 등을 통해 실시간 점검된다.

또 광부들은 급격한 환경변화에 대비, 아스피린을 복용하는 한편 산소마스크, 혈전 방지를 위한 특수 양말, 스웨터 등을 착용한 채 지상으로 나오게 된다.

아울러 낮에 구출되는 광부는 시력 보호를 위해 선글라스를 착용하게 된다.

구조된 광부는 앰뷸런스편으로 수백m 떨어진 간이 진료시설에서 간단한 검진을 받은 뒤 헬기를 이용해 코피아포의 병원으로 이송돼 48시간 동안 정식 진료를 받게 된다.

이 과정에서 광부들은 가족 일부와 만나게 되지만 `정식 상봉`과 공식 인터뷰는 이틀간의 검진 및 진료 과정이 끝나야 가능하다.

현장에는 1천명 이상의 내외신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지만 전 구조과정에 대한 취재는 정부 측 사진사와 칠레 국영 TV에만 허용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