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중학교 3학년생이 치르는 2014학년도 대학입시부터 대학수학능력시험제도가 대폭 개선된다.

중장기 대입 선진화 연구회(총괄위원장 성태제 이화여대 교수)는 19일 서울 신문로 역사박물관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2014학년도 수능시험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대입 개편안은 기존 수능시험에서 내용이 대폭 개선되는 것으로 대입수학능력시험이 도입된 1994학년도 이후 20년 만에 전면적으로 시도되는 `대수술`로 간주되고 있다.

연구회는 수험생에게 필요 이상의 부담을 지워온 기존 수능시험의 문제점을 해소하고 학교 수업 외에 별도의 수능준비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바꾸는 데 개편의 목적이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대입 수시모집 비중이 60%를 넘어서고 입학사정관제가 본격적으로 정착하면서 수능시험을 최저학력 기준으로만 활용하는 전형이 늘어나는 등 수능 비중이 약화하고 있는 점도 이번 개편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대입 선진화 연구회는 이날 세미나에서 제시된 수능 개편방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해 이달 말까지 교과부에 최종 보고서를 제출한 뒤 다음달 권역별 공청회를 한번 더 열기로 했다. 교과부는 이를 토대로 10월 말 정부안을 확정, 발표할 계획이다.

◆수준별 A/B형 시험 치른다

언어, 수리, 외국어 영역으로 돼 있던 과목 이름을 기초영역인 국어, 수학, 영어로 환원하고 기존 수리영역(수학)과 같이 국어, 영어에도 두 가지 수준의 A형과 B형 시험을 제공한다.

B형은 현행 수능(이미 발표된 2012학년 수능시험) 수준을 유지한다. A형은 현행 수능보다 출제범위를 줄이고 쉽게 출제해 수험 부담을 최소화한 것이다.

B형은 현행 수능 수준의 난이도이고, A형은 현행 수능보다 출제 범위가 좁고 훨씬 쉬운 수준이다. 한마디로 그동안에는 없던 별도의 `쉬운 시험`이 생기는 셈이다. 수험생은 자신의 학력수준과 진학할 대학의 계열 등에 따라 A형과 B형 중 선택해 응시할 수 있다.

B형은 최대 두 과목까지만 응시할 수 있다. 국어, 수학, 영어 모두 B형을 볼 수는 없다. 또 국어 B와 수학 B를 동시에 선택할 수 없다.

교육과정상으로도 국어B와 수학B의 출제범위를 학교에서 전부 가르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수준별 시험을 치르는 데는 이공계 학생에 대한 배려도 고려됐다.

지금까지는 출제범위가 넓은 수리가형을 보는 이과생들만 공부를 더 해야 한다는 불만이 있었다. 따라서 개편안을 적용해 수학B와 국어A를 선택하는 이과생은 국어 공부 부담을 그만큼 줄이게 된다.

또 예체능 지원자와 전문계고 학생은 사실 어려운 수능을 볼 이유가 없었다. 실기에 더 많은 공을 들여야 하기 때문에 부담도 컸다. 이제는 국어, 수학, 영어 모두 A형을 선택해서 볼 수 있도록 했다.

◆시험과목 축소

현행 수능에서는 11개 사회탐구 영역 과목에서 최대 4과목을, 과학탐구는 8개 과목에서 최대 4과목을 볼 수 있다. 2012학년도 수능부터는 선택 과목 수가 최대 3과목으로 줄어들었다.

이날 나온 2014학년도 수능 개편방안은 탐구영역에서 딱 한 과목만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대신 교과군을 도입해 유사과목을 통합한다.

한국지리와 세계지리를 묶어 지리로 하고 일반사회(법과정치·사회문화), 한국사, 세계사(세계사·동아시아사), 경제, 윤리(생활과 윤리, 윤리와 사상) 등으로 통합해 이 중 한 과목을 본다는 뜻이다.

과학탐구도 Ⅰ과 Ⅱ를 묶어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 네 과목 중 하나를 고르는 방식이다.

시험 문항과 응시시간을 20문항 30분 시험에서 40문항 60분 시험으로 늘렸다.

2005학년도부터 도입된 직업탐구 영역도 마이스터고 및 특성화고의 직업기초능력을 주로 평가하는 것으로 바꿔 농생명산업, 공업, 상업정보, 수산·해운, 가사·실업 등 5개 과목에서 하나만 응시하도록 했다.

제2외국어ㆍ한문영역은 대입 반영 비율이 다른 영역에 비해 현저히 낮고 읽기 중심의 수능으로는 실질적인 제2외국어 교육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아예 수능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과목 교사의 반발과 고교수업의 파행 가능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시험과목을 조정하면 현행 수능 시험과목수(언어, 수리, 외국어, 사탐 또는 과탐 최대 4과목, 제2외국어/한문)인 최대 8과목에서 2014학년도부터는 최소 4과목(국어, 수학, 영어, 사탐 또는 과탐 1과목)으로 줄어든다.

◆수능을 두 번까지 볼 수 있다

수능이 처음 도입된 1994학년도에 8월20일과 11월16일로 나눠 두 차례 시험을 치른 적이 있다.

하지만 11월 시험이 너무 어렵게 출제되는 바람에 난이도 문제가 발생했고 학생, 학부모가 반대해 결국 1회 시험으로 바뀐 채로 지금까지 이어왔다.

하지만 고교 3년간 학습한 결과물을 단 하루에 결정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당일 컨디션이 나쁜 학생에게는 너무 가혹한 처사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질병, 사고 등으로 결시하거나 당일 실수를 만회할 기회가 전혀 없다는 불만도 적지 않았다.

교육당국이 학교 현장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와 시뮬레이션에서도 `두 번 보는 게 좋다`는 견해가 다수였다.

이에 따라 11월에 15일 간격으로 수능을 2회 시행해 그 중에서 점수가 좋은 과목 성적을 골라서 제출할 수 있도록 했다. 수험생의 희망에 따라 1회 또는 2회 응시할 수 있다.

단 국어, 수학, 영어 A·B형은 바꿀 수 없고 사탐, 과탐 선택과목은 바꿀 수 있다. 가령 1차에서 물리를 봤는데 2차는 화학을 칠 수 있다.

복수 시행될 때 두 시험 간의 점수가 동등화될 수 있도록 표준점수 산출 방식을 개선한다.

/정철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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