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개봉된 민규동 감독의 ‘허스토리(Herstory)’는 실존인물이 존재하는 다큐같은 영화다. 여행사를 운영하는 여성사업가가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해 부산과 시모노세키를 오가며, 일본 정부에게 사죄와 손해 배상을 요구한 관부재판 과정을 담고 있다. 1992년부터 1998년까지의 법정투쟁 결과, 위안부 문제에 일본의 책임이 있음을 최초로 일부 인정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위안부 문제 해결을 두고 시선 차이가 존재한다. 전쟁범죄로서 일본이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과 양국이 외교적으로 처리할 문제라는 입장이 그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다시는 정치적 흥정의 산물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한일 수교 50주년을 기념하며 박근혜 정부와 아베정권이 체결한 ‘12·28 합의’는 위안부 문제 해결과는
지난 해 우리나라 신생아 출산율은 1.05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출산율 1.68을 크게 밑도는 수치다. 유엔인구기금(UNFPA)이 발표한 ‘2017 세계인구 현황 보고서’를 보더라도 우리나라는 세계 198개국 중에서 초저출산 기준인 1.3명 이하인 9개국에 속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지난 5일 발표한 대책이 저출산 문제를 풀어가는 해법이 될 수 있을까? 그동안 정부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엄청난 예산을 쏟아부었다. 지난 10년간 126조원이 넘는 재원이 투입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계속해서 출산율은 예측보다 훨씬 더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출생아 수를 높이는 데만 집착한 출산율 제고정책은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아이를
“이제 한국 페미니스트 정치의 시작점은 제로가 아니라 1.7%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원내 진보정당인 정의당보다 높은 지지를 받아 4위를 차지한 90년생 신지예 후보의 말이다. 더구나 한국YMCA와 ‘18세 참정권 실현을 위한 6·13 청소년 모의투표 운동본부’가 실시한 선거에서는 36.6%의 지지를 받아 박원순 후보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비단 서울만의 일이 아니다. 제주지사 선거에서 85년생 고은영 녹색당 후보 역시 득표율 3.5%로, 거대 야당인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을 앞서는 3위를 기록하였다. 원외 정당인 녹색당의 젊은 여성 후보들에게 유권자들이 표를 던진 이유는 무엇일까? 녹색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후보의 78%를 여성으로 공천하였다. 미세먼지, 탈원
6·13 선거가 시작돼 선거관리위원회가 설치한 벽보와 펼침막을 보며 유권자의 고민이 시작됐다. 5월 31일부터 6월 12일까지 짧은 공식선거운동기간에 후보자들은 한 사람이라도 더 만나서 자신을 알려야 한다. 바쁜 일상 가운데도 유권자들은 후보자들의 면면과 공약을 살피며 누가 더 나은지 결정해야 한다. 과연 어느 후보가 민의를 잘 대변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사람일지, 유권자로서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할 시간이다. 이번 지방선거는 지난 대선 이후 처음으로 하는 선거라는 점에서 문재인 정부 출범 1년에 대한 중간평가의 성격이 부각되고 있지만, 지방선거가 국정운영에 대한 심판장처럼 활용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야당 대표의 말처럼 “남북관계 하나로 모든 것을 덮으려는 것이 이번 지방선거”라는 정치 프레임
“저도 교수님처럼 늘 배우려는 자세를 본받아 이번 주도 수업 열심히 듣겠습니다” 금요일마다 진행되고 있는 ‘숙명라이프아카데미’에서 만난 학생들이 ‘스승의 날’에 보내온 카톡문자다. 동원육영재단 후원으로 진행되는 ‘숙명라이프아카데미’는 지·덕·체가 조화로운 인재육성을 목표로 50여명의 학생을 1년동안 교육하는 특별 프로그램이다. 필자가 속한 대학의 경우 4명의 교수가 조별 멘토링을 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지행합일(知行合一), 호연지기(浩然之氣), 화이부동(和而不同), 극기복례(克己復禮)로 조를 명명하여, 학생들에게 키워주고 싶은 가치를 자연스레 생각해 보도록 하였다. 자기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스스로를 발견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자세를 갖춘 성숙한 인재로 배움이 이어지도록 기획하였다.
“그럼, 지금 넘어가 볼까요?” 4·27 남북정상회담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남한 땅을 밟은 북한 최고지도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손을 잡고 군사분계선 북쪽으로 갔다가 다시 넘어온 깜짝 상황이었다. 신록이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나란히 ‘도보다리’를 걷다가 벤치에 앉아 두 정상이 대화를 나누던 모습 또한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장면이었다. “멀리서 온,… 아, 멀다고 말하면 안되갔구나.” 김정은 위원장이 평양냉면을 공수해 왔다며 던진 가벼운 농담이 정상회담의 긍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하였다. 이는 서울과 평양의 물리적 거리만이 아니라 정치적 거리를 좁히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대화와 협상 테이블에서 ‘빵을 나누는 것’은 자연스럽게 부드러운 분위기를
“월 6천원을 올려달라.” 샤넬이라는 명품 브랜드 이미지에 가려진 판매직 여성노동자들의 현실이 팍팍하다. 샤넬 노조가 결성된 지 10년 만에 첫 파업투쟁에 나섰다. 노조 측에 따르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원가상승’을 이유로 상품 가격을 평균 2.4% 올렸는데도 회사는 0.3% 임금인상안을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화려하게 보이는 매장 직원의 70%는 최저임금 기준에도 못 미치는 월급을 받으며 불합리한 갑을관계를 경험하고 있다. ‘아가씨’로 불리는 여성노동자들은 혹실드(Hochschild)가 언급한 상대방의 지위와 행복을 강화하는 친절서비스까지 제공해야 하는 감정노동을 요구받는다. 또한 여직원 복장규정에 따라 용모를 아름답게 꾸밀 것을 강요받는 미적노동까지 감내해야 한다. 2014년 개봉되었던
“청춘, 그 시작을 노래하다” 2018년 한국장학재단 ‘사회리더-대학생 멘토링’ 출발을 선언하는 ‘KorMent Day’의 슬로건이다. 지난 7일 경희대학교에서 국내 최대 규모의 멘토링 프로그램 발대식이 있었다. 사회 곳곳 다양한 분야의 인사들이 ‘멘토’로, 대학생 ‘멘티’들에게 삶의 경험과 지혜를 나누어주는 멘토링 프로그램 1기가 시작된 2010년부터 2017년까지 총 2천225명의 멘토와 1만7천984명의 멘티들이 함께 하였다. ‘배움과 나눔’을 실천하는 멘토링 활동에 올해는 전국에서 모인 321명 멘토와 2천700여 명의 대학생들이 참여하였다. 멘토링(mentoring)은 그리스 신화에 배경을 둔 말이다. 트로이 전쟁에 출정하는 오디세우스가 아들 텔레마코스를 친구인 멘토르에게 부탁하고 떠
`반대를 위한 반대`, 여전하다. 한국정치는 바뀌지 않았다. 여야간에 개헌 문제를 둘러싼 공방이 치열하다. 지난 13일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의 헌법 개정 자문안을 받는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지방선거 때 동시에 투표로 개헌을 하자는 것이 지난 대선 때 모든 정당과 모든 후보가 함께 했던 대국민 약속이었다”는 점을 언급하며 개헌에 대한 청와대의 의지를 밝혔다. 이에 자유한국당 장제원 대변인은 “청와대는 허황된 문재인 관제개헌을 포기하라”며 “야당을 공격하기 위한 위장 개헌공세”라고 맞받았다. 한편 민주당 강훈식 대변인은 “한국당의 제안은 헌법상 보장된 대통령의 개헌 발의를 막기 위한 전형적인 꼼수”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헌법 개정을 둘러싸고 청와대와 국회, 여당과 야당간의 말싸움이 오고가고 있
“다들 그러고 살아왔어.” 여성들에게 설 명절은 이제까지 `다들 그렇게 살아왔던` 가부장제 문화를 경험하는 시간이다. 민족 최대 명절은 그동안 못 보았던 가족과 친척들이 만나는 반가운 날이면서, `명절증후군`과 명절 후 이혼율이 급증한다는 말이 나올 만큼 전통과 관습이 만나는 부담스런 자리이기도 하다. 여성들은 차례 준비로 육체적 부담과 정신적 고충, 심지어는 감정노동에 직면하게 된다. 특히 `며느리`에게 명절은 증폭된 가사노동만이 아니라 공손하고 다소곳하게 시댁 식구들을 대해야 하는 의무도 수반되는 날이다. 그러기에 설 명절을 `잘` 보내는 것은, 주고받는 덕담마냥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명절 스트레스가 적지 않다. 이러저러한 씀씀이로 경제적 부담이 큰 것이 첫 번째 이유로 꼽히
청소, 경비 노동자 인력을 줄이고 시간제 아르바이트로 운영하려는 학교의 구조조정 방향을 규탄하는 현수막이 캠퍼스 곳곳에 나부끼고 있다. 일부 대학교들은 인건비 상승에 따른 비용부담과 인력 운영의 합리화를 이유로 무인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하거나 파트타임으로 대체하려고 있다. 저임금 노동자들의 생활을 안정적으로 보호하려는 최저임금이 노동시장에서 주변적 위치에 놓인 노동자들의 삶을 위협하는 역설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최저임금 7천530원을 둘러싼 딜레마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문재인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이 극심한 소득불평등 해소와 저임금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정책”이라고 하였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해 6천470원에서 16.4% 상승한 7천530원을 2018년 최저임금으로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