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건축은 건축 이상을 의미한다. 미술관은 미술을 담는 공간이지만 미술관 건축은 그 자체로도 예술이다. 어떤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지, 어떤 전시를 기획하는지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미술관의 첫 인상은 미술관 건축에서 비롯된다. 마찬가지로 미술관에 대한 기억에 있어서도 다름 아닌 건축이 차지하는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파리의 루브르하면 유리 피라미드, 뉴욕의 구겐하임미술관 하면 나선형 계단, 파리 퐁피두센터하면 외부로 노출된 설비시설이 떠오를 정도로 미술관의 기억은 곧 미술관 건축에 대한 기억이다.예술성, 기능성, 상징성, 공공성
커피콩 가는 소리가 들리면 함께 사는 강아지는 바빠진다. 손님이 온다는 걸 눈치 빠른 강아지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 재빨리 창문 쪽으로 다가간다. 목을 길게 빼고 손님을 기다리기 위해서다. 좋은 향이 날아가기 전에 손님이 빨리 왔으면 싶다. 나는 언젠가부터 손님이 오지 않는 날은 커피를 내리지 않는다. 지구별에 보내는 내 작은 성의다.커피만큼 사람을 휘어잡는 것이 또 있을까. 주변에 밥은 굶어도 커피는 마셔야 산다는 이들이 꽤 있다. 헤어날 수 없는 커피의 마력에 빠진 이들이다. 악마의 유혹에 이끌린 사람들로 인해 거리엔 카페가 넘
4·10 총선 전 어느 아침.옆 아파트 담장 안쪽에서 보랏빛 꽃을 앙증스레 피워내는 한 그루 라일락을 올해도 만났다. 너무 반가웠다. 아니나 다를까. 라일락 향기가 몸과 마음의 온 세포를 윤슬처럼 일렁이게 했다. 대체 라일락은 어떤 유전자를 가졌기에 저토록 자기 삶에 정직, 진실할까.식물은 거짓을 모른다. 본능대로 살며 꽃피우고 열매 맺는다.한데, 자칭 만물의 영장(靈長) 인간은 어떤가. 영적 존재, 윤리, 도덕, 진선미, 지정의, 신망애, 과학기술 등을 앞세워 가장 진화했다고 자화자찬해온 인간이다. 화성에서 인간의 헬기가 뜨는 시
지난해 12월 ‘당사국총회 COP28’이 개최된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를 다녀오면서 사 온 선물 중에서 가장 인기가 있었던 것은 다름 아닌 중동의 대표적 동물인 낙타 모양의 귀여운 인형이었다.만약 호주로 여행을 갔는데, 호주에서만 서식하는 캥거루나 코알라를 사정상 볼 수 없었다면 얼마나 섭섭할까? 우리는 날마다 새롭고 첨단화되는 핸드폰, TV나 자동차를 선호하지만, 한편으로는 변함없이 인간과 함께해온 자이언트 판다 ‘푸바오’ 같은 동물들에게도 열광한다.이처럼 인간이 일부 동물을 좋아하는 사례는 인간의 감성적인 필요성 일부이지만
기울어진 선체가 캄캄한 물속으로 완전히 사라지기까지 고작 52시간은 수십 년처럼 막막하고, 차가운 바다에서 학생들이 죽어갈 동안 땅의 어른들이 헛되이 버린 골든타임 72시간은 억겁처럼 까마득했는데 10년은 참 빨리도 갔다. 너무 빨리 지난 10년이 섬뜩하다. 나는 가끔 악몽을 꾼다. 안개가 자욱한 바다 위에 섬인지 유령선인지 분간할 수 없는 검은 형상이 어른거리는 꿈을. 회색 바다 위로 뒤집힌 배의 구상선수 부분만 떠 있는 이미지는 우리 모두에게 강력한 상징이 됐다. 그것은 곧 어른들의 탐욕과 국가의 부재, 세계의 부조리함을 지시한
혼자 살던 집에 동거인들이 생겼다. 바로 작고 작은 반려 식물들이! 하나 둘 씩 모으던 식물이 점차 수를 늘려가며 벌써 다섯이 되었다.집안일을 다 끝낸 무료한 주말엔 집 근처 식물 가게에 간다. 처음엔 분명 구경을 하러 가는 것이지만 왜인지 나올 땐 식물이 하나씩 손에 들려 있다. 아마 식물 가게 주인의 엄청난 영업 실력 덕분이지 않을까.내가 제일 처음에 들인 식물은 스파티필름이다. 어린잎이 하나둘씩 자라더니 갓 파마를 마친 할머니 머리처럼 바글바글 풍성해졌다. 현재는 꽃차례에 하얀 불염포를 피우고 있는데 얼마나 기특한지 모른다.
‘인간은 너머의 세상을 동경한다. 그러나 방향 잃은 패자의 역습이 더 큰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기원전 2세기 초, 흉노의 이동은 중앙아시아는 물론, 중국과 인도의 역사까지 바꾼다. 거대 국가를 이룩한 흉노는 한나라 고조 유방을 포로로 잡는 쾌거를 올리고, 파미르고원에서 발원해 장장 2,500여 ㎞를 흐르다 아랄해로 스며드는 아무다리야강 근처 대월지를 점령한다. 흉노로부터 남쪽으로 쫓겨난 대월지 사람들은 그곳의 ‘대하’, 즉 박트리아를 멸망시킨다. 그리고 인도로 쳐들어가 ‘쿠샨왕조’를 세운다. 도미노 게임의 시작이다.기원전 141
허수경 시인은 고고학자가 되고 싶어했고 독일 뮌스터대학교에서 고대동방문화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허 시인은 유적발굴을 위해서 1년의 절반 이상을 이집트와 시리아와 이라크로 떠돌며 살아왔다.유목민같은 삶을 살다가 독일에서 얻은 암으로 이승을 떠났지만 그녀는 자신의 시를 오래된 유적처럼 이 땅에 남겨 두었다. 녹슨 청동 구릿빛처럼 세월이 흐를수록 그녀를 기리는 이는 더 늘어날 것이다,허수경은 시집 ‘슬픔만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에 그의 꿈을 소리와 문자로 새겨두고 우리곁을 떠났다. 시집의 첫머리에 실려 있는 ‘진주 저물녘’이라는 시에
4·10 총선에서 참패를 당한 여권이 자중지란에 빠져들고 있어 안타깝다. 당이 흡사 ‘무정부’ 상태에 빠진 모습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간의 갈등이 우선 당을 혼란스럽게 한다. 총선 후 침묵을 지켜왔던 한 위원장은 지난 20일 페이스북에 “정치인이 배신하지 않아야 할 대상은 국민뿐이다.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노
경기 측정의 바로미터로 삼는 상가 공실률이 급상승하고 있다. 대도시는 물론 포항, 안동, 김천 등 경북도내 중소도시까지 도심의 빈점포가 늘어나 도농할 것 없이 불황의 그늘이 깊게 드리워지고 있다. 상가 공실률 증가는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붕괴로 이어지기 때문에 시장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시장경제 회생을 위한 정부의 획기적 조치가 지금 당장 필요하다.한국
‘108 대 192’, 국민은 윤석열 정권을 무섭게 심판했다. 대통령의 오만과 불통에 성난 민심의 폭발이었다. 이미 6개월 전 강서구청장 선거에서 강력한 경고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았으니 사필귀정(事必歸正)이다.대통령은 이번에도 “국민의 뜻을 받들어 국정을 쇄신하겠다”고 또 다시 고개를 숙였다.무엇을, 어떻게 쇄신하겠다는 것인가? 병은 원인을 알아야 치료할 수 있다. 대통령은 참패의 원인이 바로 자신에게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 검찰 중심의 측근 인사는 불통의 상징이었고, 대통령이 내쳤던 이준석·안철수·나경원은 모두 국민의
순종은 대한제국 마지막 황제다. 대구 중구는 순종이 1909년 1월 남쪽 순행 중 대구를 다녀간 일을 재현해 지난 2017년 달성공원 정문 앞 일대를 테마거리로 만들었다.어가길에 담긴 치욕을 ‘다크 투어리즘’으로 승화시켜 역사교육공간으로 활용한다는 취지였다. 낙후된 골목 개발과 원 도심 재생 및 관광 활성화가 목적이었다. 길이 2.1㎞의 어가길은 국비 35억원 등 70억원이 들어갔다. 동상 건립과 함께 차선을 줄여 교통섬 등이 들어섰다.사업은 구상단계부터 친일 미화 논란에 휩싸였다. 일제가 반일 감정 무마를 위해 순종을 대구와 부산
구미시 선산출장소에 대한 명칭 변경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구미시가 조직개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일부 시의원들이 선산출장소의 명칭을 농정국으로 변경하는 안을 제안했기 때문이다.시의원들은 출장소라는 명칭보다 농정국이라는 명칭이 구미시 전체의 농업산업을 총괄하는데 더 낫다고 판단했다.예산 확보나 사업설명을 위해 중앙부처를 방문하더라도 선산출장소 보다는 구미시 농정국이 더 설득력을 가질 수 있기에 시의원들의 이러한 제안은 충분한 설득력을 갖는다.하지만, 선산이라는 지역적인 특성도 충분히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지난 1995년 1월 1일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총선 중에 “3년은 너무 길다”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남은 임기 3년을 다 채우기가 지겹다는 말이다. 임기 중간에 탄핵하든지, 식물 대통령으로 만들어 야당이 국정을 휘젓겠다는 뜻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임기 초반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촛불시위로 홍역을 치렀다. 가장 힘있게 임기 중 할 일을 기획할 중요한 시기를 날려버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탄핵당해 맥없이 정권을 넘겨줬다.이미 윤 대통령은 날개가 꺾였다. 법이고, 예산이고, 야당의 승인 없이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 전공의 파업도 야당
‘측정할 수 없다면 관리할 수 없다’는 말은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다.관리는 측정 불가능한 것에도 적용해야 하고 조직 내부에는 중요하지만 정량화할 수 없는 사안도 존재한다. 우수한 인재를 붙들어 두지 못한 나머지 사양길에 접어든 기업이나 산업이 있다.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는 것이 눈에 보이는 일은 아니지만, 불량률 등 눈에 띄는 수치보다 훨씬 중요한 기업의 생존 지표다. 측정할 수 있는 것은 이미 발생한 과거의 것이다. 여기에 미래에 관한 것은 없다. 측정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외부가 아닌 내부에 관한 것이다. 요즘처럼 하루가
2주 전부터 CBS TV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세바시)’에서 자살 예방 특강 영상을 릴레이로 올리고 있다. 예일대 정신의학과 나종호 교수를 필두로, 우울증을 앓는 아내를 7년간 돌본 최의종 작가, 뇌과학자 장동선과 김용 전 세계은행총재가 출연하여 자살을 예방하는 방법, 자살하고 싶은 사람을 돌보는 방법 등을 설명하고 있다. 다 조회수가 많지만, 최의종 작가 영상은 77만회에 달할 정도로 폭발적이다.한국의 자살률은 지난 20년간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홈페이지에 가면, 자살자의 연령별, 성별, 직군별
대구시가 대규모 노후 주택지 통개발 마스터플랜을 발표했다. 마스터플랜의 대상지로 범어, 수성, 대명, 산격지구 4곳을 꼽았고, 이곳을 대구 미래 50년을 상징하는 미래공간으로 새롭게 만들겠다고 했다. 조성후 50년이 지난 노후 주택지에서 발생하는 주차난, 쓰레기 무단 방치, 편의시설 부족 등의 문제를 통개발을 통해 한꺼번에 해결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기존의
윤석열 대통령과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영수회담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취임 2년이 지나도록 회담 제안에 응하지 않았던 윤 대통령이 먼저 회동을 제안한 것은 이 대표를 국정파트너로 인정하고, 민주당과의 협치에 나서겠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윤 대통령으로선 이번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함에 따라 민주당 협조 없이는 국정을 자신의 의지대로 이끌어 나갈 수 없게 됐다.
봄날의 변덕스러움은 짐작하기 어렵다. 곡우(穀雨)이자 혁명일이었던 4월 19일, 반팔과 반바지 차림의 청춘들이 길을 메우고, 하늘엔 옅은 황사가 찾아들었다. 창문 열고 질주하는 차량 행렬에서 가까이 다가온 여름 냄새가 짙어진다. 가슴과 등판을 서서히 적셔오는 땀방울이 교정(校庭)에 환하게 피어난 이팝나무 꽃망울과 엇박자로 교차한다.오후 7시가 넘어서야 비로소 다가오는 황혼이 하루해를 아득한 지평선 너머로 내보낸다. 거기서도 최소 30분 이상 기다려야 까만 어둠이 지상에 깔리기 시작하고, 옅은 어둠은 조금씩 짙어져 마침내 대기가 깊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밝힌 한국의 흡연율은 15.9%(2022년)다. OECD 평균과 비슷하다. OECD국가 중 흡연율이 가장 높은 나라는 튀르키예로 28%다. 흡연율이 가장 낮은 국가는 아이슬란드로 7.3%다.한국은 남성 흡연율이 여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 남성은 27.8%인데 반해 여성은 3.9%다. 남성 흡연율로만 보면 한국은 OECD 국가 중 8번째다. 우리나라는 2015년 2500원하던 담뱃값을 4500원으로 대폭 인상했다. 당시 OECD 평균보다 높은 흡연율을 낮추고 국민건강 증진을 위한 조치라 했다. 그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