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년 학급당 평균 29.9명 ‘과밀 직전’ 2학년은 7개반서 8개로 늘어
고급 아파트 학군·졸업 후 명문중학교에 진학 등 그릇된 인식 작용
단속 업무 지자체와 분리돼있다 해도 포항교육청, 현황 파악도 않아

포항의 한 초등학교에서 위장전입으로 인한 학급 과밀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밀학급에 따른 교육의 질 저하가 수년째 우려되고 있지만, 교육당국은 이같은 사실을 알면서도 미온적 태도로만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포항 효자초등학교는 지난 10월 말 ‘초등학교 위장전입 및 통학구역 위반에 따른 협조 안내’라는 가정통신문을 학부모들에게 보냈다.

이 통신문은 “초등학교 위장전입 및 통학구역 위반은 학교 간 균형 발전 저해, 지역 주민 간 위화감 조성 등의 문제로 학사 운영의 차질 뿐만 아니라 원거리 등하교로 인한 학생 안전사고 위험까지 유발하게 됨을 알려드린다”며 “현재 본교에 위장전입 및 통학구역을 위반해 재학 중인 학생의 경우 주소지 학군 초등학교로 전학 조치해줄 것을 부탁드린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7일 포항교육지원청 등에 따르면 지난 1949년 9월 설립된 효자초는 현재 총 1천182명(여학생 556명, 남학생 626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다.

1학년의 경우 7개 반 209명으로 학급당 평균 학생 수가 약 29.9명에 이르는 상황이다. 이는 학급당 평균 학생 수가 30명 이상인 과밀학급의 기준을 아슬아슬하게 밑도는 수치다.

2학년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지난해 2학년 학생들이 1학년으로 입학했을 당시 7개 반으로 구성돼 있었지만, 학기 중에 전학생들이 추가로 유입되면서 과밀학급 기준을 초과하게 됐다. 이에 학교는 1개의 반을 추가로 편성했고, 올해 모두 8개반(총원 220명)으로 늘어났다.

5개 반 153명으로 구성된 6학년을 제외한 나머지 학년은 모두 7개 반 이상으로 구성돼 있어 과밀학급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효자초 관계자는 “학급수가 가장 적은 6학년이 졸업하고 난 뒤 내년에 1학년 학생들이 새로 입학한다면, 재학생 수는 현재보다 더 늘어날 것”이라며 “내년 신입생들의 정원도 7개 반을 채울 것으로 예상돼, 현존하는 교실만으로는 아이들을 모두 수용하기에 한계가 있어 교실 증축을 고민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상황은 최근 수년간 효자초 인근에 고급 아파트들이 잇따라 들어선 이후 ‘고급 아파트의 학군이 좋다’, ‘효자초에 입학하면 명문 중학교에 진학할 수 있다’는 등 일부 학부모들의 그릇된 인식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결국, 피해는 학생들의 몫이다. 위장전입은 학생 수용 인원 초과를 심화시켜 학급 전체의 교육 서비스 질 저하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콩나물시루’같은 교실을 해소하기 위해 학교는 실습실, 돌봄교실과 같은 특별학습실을 교실로 사용할 수밖에 없다. 또 아이들은 화장실, 급식실 등과 같은 생활 시설을 다른 재학생들과 함께 다닥다닥 붙어서 생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효자초 3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A씨는 “1학년이 지나고 나면 위장전입에 대한 단속이 이뤄지지 않아 일부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1년만 잘 버티면 된다는 말이 돌고 있을 정도”라며 “우리 아이를 좋은 환경에서 교육 시키고 싶어서 4년 전부터 계획하고 이곳으로 이사를 왔는데, 일부 학부모들의 잘못된 생각 때문에 왜 애꿎은 우리 아이가 피해를 봐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위장전입을 관리하는 업무가 교육청과 지자체로 나뉘어 있고, 교육청 자체의 단속이 전무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위장 전입 단속 관련 업무는 지자체의 몫이고, 포항교육청은 ‘위장전입 관련 민원이 많으니 단속을 해달라’는 협조 공문을 보내는 게 전부다.

실제로 포항교육청은 지난 5년 동안 지역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위장전입 현황도 파악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포항교육청 관계자는 “최근 해당 학교에 위장전입과 관련해 학부모들의 민원이 많아 지난달 말께 효곡동행정복지센터로 협조 공문을 보냈다”며 “주민등록법상 위장 전입 관련 단속 권한은 지자체에 있고, 위장전입 현황과 단속 건수 파악은 우리의 업무가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시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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