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룡포근대역사문화거리
6·25 전사자 추모 공간에
일제강점기 설치한 구조물 방치

포항 대표 관광지인 ‘구룡포 근대역사문화거리’에 있는 충혼각과 충혼탑 중간지역에 일본 기념비 기단 등이 자리하고 있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충혼탑과 뒤쪽의 충혼각 사이에 일본 기념비 기단(원내)이 자리 잡고 있다. /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포항시 남구 송도동 소재 ‘미해병대제1비행단 전몰용사 충령비’와 ‘포항지구전투전적비’의 기단 등 기념물 상당 부분이 일제강점 당시에 건립됐다가 해방 후 해체과정을 거치면서 재활용됐다는 주장이 제기<10일, 11일 1면 보도>돼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포항 대표 관광지인 ‘구룡포근대역사문화거리’에는 충혼각과 충혼탑 중간지역에 일본 기념비 기단 등이 자리하고 있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시가지에 조성된 구룡포근대역사문화거리에서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6·25전쟁 당시 나라를 위해 생명을 받친 이들을 추모하는 충혼각과 충혼탑이 건립돼 있다.

충혼탑은 당초 1960년 건립됐지만, 탑신의 받침대가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이 설치한 구조물이라는 지적에 따라 지난 2007년 9월 국가보훈처가 바로 앞에 재건축했다.

탑신의 받침대 위에 무엇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향토사학자 이상준씨는 “이 받침대는 당초 ‘제국재향군인회(일본군)’ 가 건립했다는 명문이 적혀 있었고, 이후 ‘대한군인유족회’라고 다시 새겨 50여년 간 충혼탑으로 사용했었다”라며 “아마도 충혼탑을 처음 건립했을 당시 비용 등의 문제로 일본인의 구조물을 임시변통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충혼탑과 충혼각이 있는 이 곳은 일본의 ‘신사(神社)’가 있던 자리다.

전몰군경들의 넋을 추모하기 위해 건립한 충혼탑 주위로 일제의 잔재가 남아있다는 점에서 지역 향토사학자들은 “신성시되는 추모공간 한복판에 일본 구조물이 버젓이 있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물론, 인근 주민들과 관광객들도 의문을 품고 있기는 마찬가지.

충혼탑을 매주 찾는다는 주민 이상흥씨도 “무언가 부조화스런 모습을 볼 때마다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구룡포읍에서는 탑신의 받침대를 비롯해 인접해 있는 ‘도가와 야사부로’ 송덕비 처리와 관련한 찬반양론이 수십년째 이어지고 있다.

익명의 한 향토사학자는 “구룡포와 포항이 친일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데, 사실 이곳에 있는 탑신이나 송덕비 등은 구룡포 발전을 기리는 기념비기 때문에 친일이라고 보기 애매하다”며 “친일로 생각되면 아예 철거하면 되고 역사로 받아들이면 자료로 활용하면 된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않고 그냥 방치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이바름기자 bareum90@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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