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예방, 지역사회 차원에서 관심·지원 절실
아동학대 예방, 지역사회 차원에서 관심·지원 절실
  • 박동혁기자
  • 등록일 2014.05.01 02:01
  • 게재일 2014.05.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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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 특집
어린이가 살기 좋은 세상을

▲ 지난해 포항아동보호전문기관이 실시한 아동성범죄예방 캠페인 모습.
▲ 지난해 포항아동보호전문기관이 실시한 아동성범죄예방 캠페인 모습.

“다들 언니가 아무것도 느끼지 못해 울지 않는다고 했지만 난 알고 있었어요. 언니가 왜 울지 않았는지… ” 1966년 미국 인디애나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사건을 스크린에 담은 토미 오하버 감독의 `아메리칸 크라임(2007)`에서 주인공 실비아의 여동생인 제니가 한 대사다. 이 영화에서 10대 소녀인 실비아와 제니는 서커스단에 일하며 유랑생활을 하는 친부모의 사정으로 과부인 거트루드에게 맡겨진다.

이들을 자식처럼 키우겠다던 계모는 부모가 떠난 순간 악마로 돌변해 담뱃불로 몸을 지지고, 온갖 도구를 이용한 폭행을 가한다.

상황은 날이 갈수록 심각해져 언니인 실비아가 지하창고에 갇히게 되고 계모는 소녀의 몸에 `나는 매춘부입니다`라는 굴욕적인 내용의 문신까지 새겨넣으며 학대한다.

며칠 동안 제대로 된 식사는 물론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하며 온갖 고문을 당한 실비아는 몸에 수분이 없어 눈물마저 흘릴 수 없게 된다. 결국 소녀는 죽음에 이르게 되고 계모는 뒤늦게 출동한 경찰에 의해 체포돼 재판정에서 종신형을 받게 된다. 이 영화는 오늘날 우리 주변에서 발생하고 있는 아동학대의 심각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특히 계모가 의붓자식을 학대하는 내용은 최근 울산과 칠곡에서 잇따라 발생한 아동학대 사망사건과 맥락이 매우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본지는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이처럼 우리 사회에서 아직도 근절되지 않고 있는 아동학대를 영원히 추방하고, 아이들이 진정으로 행복하게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역할에 집중 조명해 본다.

지난해 지역 피해접수 중 신체·정신학대, 방임 등 대부분
어릴때 상처 후유증 길어… 성인 돼도 정상생활 못하기도

글 싣는 순서

⑴ 경북동해안 아동보호의 현실
⑵ 아동보호 전문기관 상담원의 하루
⑶ 아동학대 예방 어떻게 하고 있나
⑷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의 하루
⑸ 학대없는 아름다운 세상 만들기

□ 아동학대란 무엇인가

아동학대는 부모들이 흔히 `사랑의 매`라고 표현하는 신체적인 학대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굳이 뼈가 부러지거나 장기가 파열되는 등 외상을 입는 경우가 아니더라도 아이를 방치해두거나 정신적으로 괴롭히는 행위도 오늘날 아동학대의 범주에서 벗어날 수 없다.

아동복지법에는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만 18세 미만의 아동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성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를 하거나 유기·방임하는 모든 행위를 아동학대라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경북포항아동보호전문기관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포항시, 청송군, 영덕군, 울진군, 울릉군 등 경북동해안 지역 아동학대 신고접수 건수 256건 중 신체학대는 77건(30%)으로 정서학대(25%), 성학대(10%), 방임(35%) 등 다른 학대유형과 비슷한 비율을 나타내고 있다.

지속적인 예방 캠페인에도 불구하고 아동학대는 좀처럼 줄지 않고 오히려 다양한 유형으로 번지고 있는 것이다.

이중 신체학대는 주로 아동을 향해 물건을 던지거나 뒤에서 밀어 넘어뜨리는 등 구타나 폭력에 의한 멍, 화상, 찢김, 골절, 장기파열, 기능 손상의 원인이 되는 모든 행위를 의미한다.

이는 아동을 사망에 이르게 하지 않더라도 신경계에 손상을 일으켜 장애를 초래한다거나 심각한 상처로 인한 흉터가 남게 되는 등 피해아동으로 하여금 지속적인 후유증에 시달리게 한다.

정서학대는 언어폭력 등으로 아동의 인격이나 감정, 기분을 심하게 무시하는 행위를 말하며 아동을 좁은 공간에 장시간 홀로 가둬두는 행위도 이 범주에 포함된다.

정서학대를 당한 아동은 신체학대를 받은 아동 이상으로 성장기 이후의 삶에 심각한 영향을 받는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심리적으로 남에게 의존해야 하는 어린 시절의 경험이라 그 상처의 후유증이 더욱 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성적학대는 성행위, 성적유희를 묘사하는 영상을 아동에게 보여주거나 판매하는 간접적 학대와 자신의 신체특정부위를 만지도록 하는 성접촉에 의한 직접적 학대 모두를 포함한다.

피해아동의 나이, 지속기간, 학대수준에 따라 성학대 후유증의 심각성이 좌우되며 자해, 성충동 조절문제, 우울증 자존감 상실 등의 후유증을 유발한다.

마지막으로 방임은 기본적인 의식주를 제공하지 않는 물리적 방임, 고의로 학교에 보내지 않는 교육적 방임, 필요한 의료적 처치를 하지 않는 의료적 방임 등으로 구분되며 이같은 학대를 받고 자란 아동은 성인이 된 이후에도 수동적이며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등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 아동보호 상담을 받은 여자아이의 모습을 담은 일러스트.<br /><br />/경북포항아동복지기관 제공
▲ 아동보호 상담을 받은 여자아이의 모습을 담은 일러스트. /경북포항아동복지기관 제공

□ 아동보호전문기관이 하는 일

지난 1998년 경기도 의왕시에서 아버지와 계모가 어린 남매를 학대해 누나를 굶겨 죽여 앞마당에 파묻고 동생도 사망 직전까지 몰고 간 일명 `영훈이 남매 사건`은 2000년 아동복지법 전면 개정 및 아동보호전문기관 설립으로 이어졌다.

정부는 아동복지법에 학대와 관련된 조항을 신설해 어린이·청소년에 대한 법적 보호 조치를 마련하고 민간기관인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에 이와 관련된 업무는 위탁·운영케 했다.

또한 각 지자체는 학대받은 아동의 발견, 보호, 치료에 대한 신속한 처리와 중앙기관과의 연계체계 구축을 위해 지역아동보호전문기관을 설치했다.

2014년 현재는 전국에 51곳의 지역아동보호전문기관이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피해아동을 위한 지원사업에서부터 학대예방사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중 포항을 비롯한 경북동해안 5개 시·군의 아동을 보호하고 있는 경북포항아동보호전문기관은 총 9명의 상담원과 1명의 전문 임상심리사가 근무하고 있다.

아동학대 신고접수 및 현장조사를 통한 위기개입과 학대피해아동을 위한 상담, 치료 등 전문적인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그룹홈`이라는 명칭으로 학대피해를 받아 부모로부터 격리가 필요한 아동을 일시적으로 보호하는 시설을 포항에 설치해두고 있다.

상담원들은 피해아동과의 1대 1상담, 놀이치료, 미술치료 등을 통해 아동이 겪는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와 함께 예방적 활동에도 관심을 기울여 아동학대 예방 실무자교육, 아동힘키우기서비스(CES), 참여활동을 통한 아동학대예방교육(PAPCM)을 실시하고 있으며 우리이웃학교 방학교실 운영을 통해 아동학대 고위험 집단에 대한 방지활동을 펼치고 있다.

또한 학대피해 아동보호와 가정지원을 위해 지역사회 내 학계, 법조계, 의료계 등 전문가조직을 통해 전문적인 개입을 실시하고 지자체, 경찰, 소방, 병원 등 유관기관과의 협조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지역사회에서도 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동대학교, 위덕대학교 등 지역대학과 포스코를 비롯한 포항철강공단에서 매년 150~300여명의 봉사자들이 아동학대 사례발견 및 아동보호활동에 도움을 아끼지 않고 있다.

최연수 포항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은 “지역 아동들이 학대피해로부터 완전히 벗어날 수 있도록 끊임없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며 “하지만 아동보호기관의 활동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많기 때문에 지역사회 차원에서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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