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접수·현장조사·상담후 조치… 긴장의 끈 못놓아
신고접수·현장조사·상담후 조치… 긴장의 끈 못놓아
  • 박동혁기자
  • 등록일 2014.05.08 02:01
  • 게재일 2014.05.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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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
어린이가 살기 좋은 세상을

▲ 경북포항아동보호전문기관 김아름 상담원이 학대피해 아동에 대한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 경북포항아동보호전문기관 김아름 상담원이 학대피해 아동에 대한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글 싣는 순서

⑴ 경북동해안 아동보호의 현실
⑵ 아동보호 전문기관 상담원의 하루
⑶ 아동학대 예방 어떻게 하고 있나
⑷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의 하루
⑸ 학대없는 아름다운 세상 만들기

매일 사례회의… 긴급신고땐 12시간내 조사
후유증 시달리는 피해자에 치료 연계 등 처방
가해자 상담 병행해 추가학대 방지활동 주력


□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경북포항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 ○○○입니다”

조용했던 사무실에 요란한 전화벨소리가 울렸다.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된 것이다.

상담원은 다급한 목소리로 상황을 전달하는 신고자의 설명을 전해들으며 침착하게 메모를 했다. 할머니에 의해 정서적으로 학대를 받고 있는 하영미(가명)양이 괴로워하는 모습이 안타까워 신고하게 됐다는 내용이었다.

아이에 대한 학대가 진행 중인터라 무엇보다도 안전이 가장 중요시되는 상황.

상담원은 즉시 주소를 받아 적은 뒤 현장조사를 나설 준비를 마치고 현장으로 출동했다. 2인 1조를 이뤄 현장에 방문한 상담원들은 정확한 학대정황을 파악하기 위해 아이가 다니고 있는 학교에 도달했다.

때마침 학교에서도 학대발생을 인지한 담임교사를 비롯한 교직원들이 아동의 안전한 보호를 위해 회의를 진행 중이었다.

상담원들은 침착하게 사례자인 하양을 만나 상담을 진행했고, 아이는 그동안 겪었던 심각한 정서적 충격과 공포로 부르르 떨며 상담하는 내내 눈물을 그치지 못했다.

혹여나 우는 모습이 할머니에게 들킬까 소리내어 울지 못하고 눈물만 흘리는 모습을 보였고, 학대의 후유증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데도 어려움을 겪었다.

이같은 상황에도 아이는 할머니와 더 이상 함께 살고 싶지 않다는 의사만큼은 분명히 표시했다.



□ 견디기 힘들었던 순간

하양의 부모는 젊은 시절 동거를 하던 중 아이를 낳게 됐다.

아이가 태어난지 얼마되지 않아 지속적인 갈등을 겪던 부부는 결국 어머니의 가출로 파경을 맞게 됐다.

이후 하양의 아버지는 홀로 아이를 부양하게 됐지만 알코올중독 및 정신적문제를 겪고 있던 그에게 제대로 된 부양자 역할을 기대하기는 힘들었다.

아버지는 아이에게 직접적인 폭력을 가하지는 않았지만 틈만 나면 집안의 물건을 집어던지고 부수는 등 공격적인 모습을 자주 드러냈다.

이같은 문제가 수년간 이어지자 가족들은 아버지를 정신병원에 보내기로 결정했고, 이때부터 하양은 조부모의 손에 맡겨졌다.

그렇게 끝날 것만 같았던 고통은 더 큰 재앙으로 다가왔다.

아이의 할머니가 양육을 한 이후 지속적인 욕설과 폭언을 반복하면서 정서학대를 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밤늦게까지 일을 하는 통에 집을 비우게 되는 경우가 잦았지만 아이가 홀로 집안에서 무슨일을 벌일지 모른다며 외부에 아이를 방치하기도 했다.

아이는 매일 밤 할머니가 돌아오기 전까지 거리를 돌며 외롭고 무서운 시간을 견뎌야 했고, 어떠한 돌발변수가 발생할지 모르는 위험한 환경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 철저한 사례관리

상담원들은 학대행위자인 할머니에 대한 상담도 함께 진행했다.

처음에는 학대사실을 강하게 부인하며 상담을 거부하던 할머니는 상담원들의 끈질긴 설득 끝에 상담에 응하게 됐다.

아동에게 직접적인 폭력을 행사하지 않더라도 언어폭력, 정서적 괴롭힘, 방임 등의 행위가 이어진다면 아동학대의 범주에 포함될 수 있다는 사실을 학대행위자가 명확히 인지할 수 있도록 한 결과였다.

상담을 개시한 뒤 할머니는 아이가 말을 잘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한 두차례 벌을 내리던 습관이 점차 횟수가 늘어나면서 학대로 이어졌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상담원은 할머니에게 아이를 당분간 아동쉼터에 맡길 것을 제안했다. 아동의 안전한 보호와 건강한 양육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이와 더불어 심리·정서적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아이를 위해 심리검사를 실시하고 임상치료도 연계하는 조치를 내렸다.

또한 지역사회 내 네트워크를 활용, 아동이 안전하게 지내고 있는지 여부를 모니터링하며 사례관리를 진행키로 했다.



□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절실

이처럼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은 지역의 아동을 학대로부터 보호하고, 학대행위자에 대한 상담 및 교육으로 추가학대를 방지하는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상담원들은 매일 아침 사례회의를 통해 현재 기관에서 개입하고 있는 사례의 판정과 조치, 추후 개입방향에 대한 전반적인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회의가 끝난 후 상담원들은 지난밤 접수된 사례에 대한 현장조사에 나서 학대를 받은 아동에 대한 상황을 파악하게 된다.

아동학대 신고가 들어올 경우 긴급상황으로 판단되면 12시간 이내, 그렇지 않으면 72시간 이내에 학대여부를 조사한다.

현장조사가 끝나면 해당 아동이 처한 상황이 아동학대인지 아닌지 여부를 사례판정을 통해 판가름하고, 조사결과 피해아동을 학대행위자로부터 격리할 필요성이 판단되면 3일간 의료기관이나 아동보호시설에 보호하게 된다.

아동보호기관별 상담원 숫자는 6~10명 수준에 그치고 있는데 전국의 학대신고 건수는 지난 2009년 9천300여건에서 지난해 1만3천700여건으로 급증해 업무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경북포항아동보호전문기관의 경우도 고작 8명의 상담원으로 경북동해안 5개 시·군(포항시, 울진군, 청송군, 영덕군, 울릉군)을 관할하는 부담을 떠안고 있다.

지자체로부터 보조금을 지원받으며 운영을 이어가고 있으나 정부는 지난 2005년부터 해당 업무를 지자체로 이관하면서 이에 대한 지원과 관심이 떨어진 상태다.

경북포항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아동보호 상담원은 아동학대가 우리사회에서 영원히 사라지는 그날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아동학대는 우리주변 어디에서나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정부, 민간에서 각별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김아름<br /><br />경북포항아동보호기관 상담원
▲ 김아름 경북포항아동보호기관 상담원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문제 해결 아동학대 범죄로 인식 아직 부족

알코올 중독 아버지로 인해
자살충동성 보인 초등생
지속 치료로 회복시켜 보람


△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이 된 계기

- 굿네이버스라는 국제 구호개발 NGO단체에 처음 들어가게 되면서 국내·외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아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해 `나눔`의 가치를 알고 어려운 환경의 아이들에게 다시 나눠주기를 꿈꾸면서 아동보호 업무를 하게 됐다.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으로서는 보호를 마땅히 받아야 하지만 어른들에 의해 상처받고 있는 아이들의 몸과 마음에 따뜻한 위로가 되고 싶어 사례관리 업무를 맡게됐다.



△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 몇년전 초등학생 아동이 학교에 등교를 하지 않는다는 신고를 받았다.

경찰과 함께 현장조사를 진행한 결과 집안이 온통 쓰레기로 가득차 있어 불결한 위생상태에 놓여있었고 아버지는 알코올 중독으로 아동을 제대로 양육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기관 차원에서 아동에 대한 심리검사를 실시한 결과 자살충동성과 우울증 빈도가 높게 나오고 자존감이 낮아 지속적인 심리치료와 자존감을 향상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그결과 아동은 중학교에 무사히 진학해 선도부원으로 활동하고 반장선거에도 나서는 등 학교생활에 강한 의지를 보일 수 있게 됐다.



△학대아동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 아프리카 속담에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부모, 형제, 친척, 이웃 등 주변사람들이 관심을 기울이고 애정을 쏟아야 한다는 뜻이다.

많은 사람들은 아직 아이에게 폭력을 행사하며 키우는 것에 관대해 아동학대가 범죄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아이들이 가족의 품안에서 내일을 꿈꾸고 가족들이 자녀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아 돌보며, 아이들의 문제를 마을 전체가 함께 고민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아동들에게 가장 필요하다.

따라서 아이들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보호받기 위해서는 주변의 무관심이 아동학대를 키웠다는 사실을 사회전체가 반성해야 하며 따뜻한 관심이 지속돼야 한다.



/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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