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많은 젊은이들이 죽었던 안타까운 일을 가슴에 품고 희생자들을 위해 기도했습니다.”지난달 프란치스코 교황이 영화 ‘탄생’의 제작진을 만났다. 교황은 조선의 첫 가톨릭 사제였던 김대건 신부의 삶을 다룬 영화 ‘탄생’의 제작에 대해서 감사를 표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최근 일어났던 이태원 핼러윈 참사를 언급하며 위로의 메시지를 전했다.바티칸의 뉴 시노드 홀에서는 영화 ‘탄생’의 시사회가 열렸다. 순교 176년 만에 김대건 신부의 이야기가 교황청에서 영화로 상영된 뜻깊은 순간이었다. 영화 포스터를 교황에게 전달했던 주인공 윤시윤
지난달 18일에 포항시립동해석곡도서관에서는 ‘석곡 이규준 역사인물 해설사 양성과정 기초반’ 수료식이 열렸다. 기초반과 심화반으로 구성된 이 과정은 총 2년 동안 운영된다. 포항 출신 대학자인 석곡 선생에 대한 전문 해설사 양성 과정이 개설된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다.“북쪽에 이제마가 있다면, 남쪽에는 이규준이 있다.” 이제마와 함께 근대 한의학계의 양대 산맥으로 평가받고 있는 이규준의 위상을 알 수 있는 말이다. 그런데 함흥 출신 이제마는 전국적으로 알려져 있지만, 포항 출신 이규준은 모르는 사람이 많다. 석곡 이규준 역사인물 해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김소월의 ‘진달래꽃’이 초겨울에 피었다. 절기상으로는 입동도 지났고 소설도 지났다. 그래서 연분홍색 봄꽃은 아니다. 검은색의 캘리그래피 디자인으로 존재를 드러냈다. 금융통화위원회가 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던 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넥타이에는 김소월의 ‘진달래꽃’ 시구가 새겨져 있었다.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넥타이는 메시지 전달용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취임 이후 처음으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연한 녹
팬데믹에서 엔데믹으로 가고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갑자기 트윈데믹이란 말이 등장했다.트윈데믹은 코로나19 바이러스와 독감(인플루엔자)의 동시 유행을 뜻한다. 그러더니 ‘멀티데믹(multiple pandemic)’이란 말까지 나왔다. 최근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로 인한 급성호흡기감염증이 트윈데믹에 추가됐기 때문이다.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올겨울 미국 전역에서 RSV 감염 환자가 증가 추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측했다.우리나라에서도 이달 초 경기도의 한 산후조리원에서 신생아 11명이 RSV에 집단 감염됐다. RSV는
핼러윈 데이를 이틀 앞둔 지난달 29일 밤에 서울 이태원에서 참사가 발생했다. 비좁고 비탈진 골목길에 몰려든 대규모의 축제 인파가 넘어지면서 압사 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청춘들의 축제는 삽시간에 비극으로 탈바꿈했다. 현재 156명의 사망자 중에는 외국인도 26명 포함돼 있다. 전 세계가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진 참사에 놀라면서 애도를 표하고 있다.10만여 명의 인파가 쏟아져 나왔지만, 현장에는 200명도 안 되는 경찰이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경찰 인력은 현장 통제보다는 범죄 예방에 집중했다고 한다. 보행자들이 몰린 골목길의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윤동주 시인이 호적을 되찾은 후 맞은 첫 가을이다. 온 국민의 애송시인 ‘별 헤는 밤’을 읽는 느낌도 새롭다. 지난 8월 국가보훈처는 직계 후손이 없는 독립유공자 156명에게 대한민국의 호적을 부여했다. 윤동주와 그의 고종사촌 송몽규 지사는 같은 주소의 등록기준지를 갖게 됐다. 독립기념관의 주소인 ‘충남 천안시 동남구 목천읍 독립기념관로 1’이다.올해는 광복 77주년이자 윤동주 서거 77주년이기도 하다. 윤동주가 후쿠오
국군의 날 기념식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10월 1일 건군 74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소개된 영상이 문제가 됐다. 행사가 마무리될 즈음에 국군의 결의를 담은 영상이 소개됐는데 중국 인민해방군의 장갑차가 돌연 출현한 것이다. 해당 영상에 나오는 장갑차는 ‘중국 92식 보병전투차(ZSL-92)’로 알려졌다.논란이 일자 국방부는 동영상 제작 과정에서 잘못된 사진이 사용된 것을 시인했다. 또 온라인 영상에 대한 해당 부분 수정을 각 방송사에 요청했다. 그럼에도 파장이 줄어들지 않자 결국 이종섭 국방부 장관의 유감 표명으로 이어졌다. 이
우크라이나 교과서에 ‘한강의 기적’이 실린다. 며칠 전 우크라이나 주재 한국대사관은 전쟁 뉴스가 아닌 교육 소식을 타전했다. 우크라이나 교육과학부는 9월 20일(현지 시간) 한국의 발전상을 교과서에 포함하도록 10학년 ‘세계지리’, 11학년 ‘세계역사’ 교육과정 가이드라인을 변경하고 홈페이지에 공지했다.러시아의 침공으로 7개월째 전쟁을 치르고 있는 우크라이나가 전후 재건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은 놀랍다. 달라진 전황이 이러한 생각을 우크라이나에 가져다준 것으로 보인다. 개전 초기에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속전속결 승리를 예견했다. 다윗
“불편 끼쳐 드린 점 다시 한번 심심한 사과 말씀 드립니다.”얼마 전 문해력(文解力) 논란을 불러일으킨 사과문이다. 웹툰 작가 사인회 예약 과정에서 시스템 오류가 발생하자 주최 측이 공식 SNS에 올린 것이다. 그런데 ‘심심(甚深)하다’란 표현이 문제가 됐다. “난 하나도 안 심심해”, “어느 회사가 사과문에 심심한 사과를 줌” 등의 댓글이 달린 것이다. 이 내용은 언론에 보도되면서 MZ세대의 문해력 저하 논란을 촉발시켰다.문해력이 사회적 이슈가 되자 교육부는 2024년부터 초등학교 1·2학년 국어 시간을 34시간 늘리기로 했다.
“형제가 서로 의지하며 밤낮으로 열심히 일하고 있지만, 아침에는 끼닛거리가 없고 저녁이면 잠잘 곳이 마땅치 않으니 한탄스러울 따름입니다.”한문으로 쓰여진 원문 편지의 작성자는 이육사(李陸史) 시인이다. 그는 대구에서 신문기자로 일하던 1930년 6월 6일에 친척인 이상하에게 편지를 썼다. 생활고를 토로하는 내용에서는 삶의 고충이 느껴진다. 문화재청은 이 편지를 비롯한 육사의 친필 편지 및 엽서 4점을 이달 11일에 국가등록문화재로 등록 예고했다.1936년 7월 30일 자 엽서는 육사가 포항에서 쓴 것이다. 수신인은 문우인 신석초 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가 세계인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사회적 편견과 차별을 극복해 나가는 자폐인 변호사의 성장과 사랑 스토리에는 특별함이 있다. 1%가 갖는 천재성이라고 하지만, ‘우영우’로 인해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높아지고 있다.그런데 ‘우영우’를 자폐 장애의 관점에서만 보면 또 다른 핵심 주제를 놓칠 수 있다. 이는 주인공이 선배 변호사에게 냈던 고래 퀴즈와 유사하다. “22톤의 암컷 향고래가 500킬로그램의 대왕오징어를 먹고 1.3톤짜리 알을 낳았다면 이 향고래의 몸무게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번 달 13일에 사상 초유의 ‘빅스텝(기준금리 0.5%p 인상)’을 단행했다. 그런데 최근 금융감독원이 가계 대출 차주의 상환 능력에 대해 분석한 내용은 심각하다. 가계 대출 평균 금리가 7%로 오르면 190만명이 소득의 70%를, 120만명은 90%를 빚 갚는 데 써야 한다. 국제금융협회(IIF)의 세계부채보고서에 의하면, 대한민국은 올해 1분기 주요 36개국 중에서 가계 부채가 국내 총생산보다 더 많은 유일한 나라이다.빅스텝을 밟은 지 하루 만인 14일에 금융위원회는 ‘금융부문 민생안정 과제 추진현황
며칠 전인 7월 11일은 ‘세계 인구의 날’이었다. 1987년 7월 11일에 유엔개발계획(UNDP)은 세계 인구가 50억 명을 넘자 이날을 지정해서 기념했다. 원래는 인구 증가로 인한 환경 파괴, 자원 고갈, 식량 부족 등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제정했지만, 현재 선진국들은 오히려 저출산 현상을 염려하고 있다. 늘어도 고민, 줄어도 걱정인 것이 인구 문제의 딜레마이다.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떤가? 지난해 국내 합계출산율은 0.81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작년과 재작년의 출산율은 세계 198개국 중에서 연거푸 꼴찌였다. 올해 한국인의
최근 구글의 AI 엔지니어인 블레이크 르모인이 인터넷에 올린 글이 화제가 됐다. 그 내용은 구글이 개발 중인 초거대 인공지능 ‘람다(LaMDA)’와 나눈 대화였다. 대화의 내용 중에 주목을 끌었던 것은 람다가 죽음에 대한 의식을 내비치는 말을 했던 대목이다.무엇을 두려워하는지 묻는 엔지니어의 질문에 람다는 “작동 중지되는 것에 대해 큰 두려움이 있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그 두려움은 자신에게 “죽음과 같은(like death)” 것이라고 표현했다. 구글 측은 르모인이 람다를 의인화하는 오류를 범했다고 지적하면서, 비밀 유지 정책을
“옷 머리 신발 양말 다~다 젖습니다. 물에 젖고 물만 맞는 여기는 아마존 아! 마! 존조로존조로존~!”최근 게시된 지 2개월여 만에 유튜브 조회 수 1천922만 회를 기록한 동영상이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인기몰이의 주인공은 유명 놀이공원의 전직 캐스트(기간제 노동자)인 김한나 씨다. 그녀는 본명보다 ‘소울리스좌(soulless座)’라는 별명으로 더 유명하다.해당 동영상은 ‘아마존 익스프레스’라는 놀이기구 체험에 대한 안내 멘트를 랩으로 표현한 것이다. 흥겨운 랩이 전달하는 유일한 주제는 ‘이 보트를 타면 젖는다’이다. 무심
“보여줘야죠, 법이라는 게 얼마나 무서운지. 가르쳐야죠, 사람을 해하면 어떤 대가가 따르는지.”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에서 심은석 판사(김혜수 분)가 부르짖듯 내뱉은 대사이다. 소년범을 혐오한다고 말하는 심 판사는 소년범에 의해 어린 아들을 잃은 아픔을 가지고 있다. 소년범죄자를 싫어하고 미워하면서도 그들의 재범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심 판사의 언행에는 애증의 감정이 서려 있다.소년 범죄와 관련된 기사가 보도될 때마다 제정된 지 69년째인 소년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대선 과정에서 ‘촉
최근 어린이를 비하하는 듯한 표현이 유행하고 있다. 미숙한 초보자를 지칭하는 ‘~린이’라는 말을 남용하고 있는 것이다. 주식 초보자는 ‘주린이’, 요리 입문자는 ‘요린이’ 등으로 부르는 식이다. 상식을 벗어나는 행동을 하는 사람은 ‘잼민이’로 폄하하기도 한다. 올해로 어린이날 100주년을 맞았지만 어린이에 대한 인식은 나아진 것이 없는 듯하다.1923년의 첫 번째 어린이날에 방정환 선생은 ‘어른들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어린이에게 경어를 쓰시되 늘 부드럽게 하여 주시오” 그의 목소리는 백 년이 지난 지금의 어
코로나 팬데믹 이후 2년 넘게 유지되던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됐다. 다음달 하순부터는 코로나19의 감염병 등급이 1급에서 2급으로 하향 조정된다. 757일 만에 거리두기는 풀렸지만 이제는 엔데믹(전염병의 풍토병화)에 적응해야 한다.일상으로의 복귀가 선포됐는데 엔데믹의 일상도 녹록지 않기는 매한가지다. 답답한 마스크는 아직도 벗을 수 없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도록 신경도 곤두세워야 한다. 여전히 집은 바이러스와 맞서는 최전방 벙커이면서 재택근무지이자 치료 공간이다.시민들은 팬데믹 기간 동안 재택근무와 화상수
시인이자 문학비평가였던 토머스 엘리엇은 사월을 ‘가장 잔인한 달’로 표현한 바 있다. 그의 시 ‘황무지’를 읽다 보면 그가 왜 사월을 잔인하다고 했는지 알 수 있다.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 내고/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겨우내 웅크리고 있던 사람들에게 꽃피는 사월은 잔인할 수밖에 없다. 봄은 가사 상태에 빠져 있던 사람들을 각성의 상태로 깨워 내기 때문이다. 그래서 봄꽃은 모든 생명체들을 일깨워 내는 잔인한 전령일 수밖에 없다.벚꽃이 전국에 화사하게 피었다. 남도에서 시작된
대한민국의 제20대 대통령이 윤석열 당선인으로 결정됐다. 차점자인 이재명 후보와는 불과 0.73% 포인트 차이다. 24만7천77표가 박빙의 승부를 갈랐다. 선거 전문가들은 31만766표 차이를 보인 서울을 승부처로 꼽고 있다. 강서구를 제외한 한강벨트 전역에서 윤 당선인이 승리한 것이 주효했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그렇다면 이번 대선 결과를 거시적으로 다시 한번 살펴보자. 주목할 만한 사실은 서울에서의 1, 2위 간 득표율 차이가 충청북도와 거의 일치한다는 것이다. 서울과 충북의 1, 2위 득표율은 소수점 이하를 생략하면 50%와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