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문학상, 이효석문학상, 동인문학상 등을 수상하며 평단과 독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는 작가 편혜영의 네번째 소설집 `밤이 지나간다`(창비)가 출간됐다. 개인의 내밀한 고독을 성공적으로 형상화한 8편의 단편은 편혜영 특유의 건조하고 치밀한 문장과 밀도 높은 서사로 축조돼 점점 더 무르익어가는 작가의 필력에 깊은 신뢰를 준다. 각자의 삶을 고독하게 이고 가며 내면의 혼란이 빚어낸 현실과 망상의 경계에 위태로이 서 있는 인물들의 이야기는 깊은 여운을 남기며, 고독의 돌파구를 향해 손길을 내미는 인물들에게서는 미약하지만 멀리서 밝아오는 여명의 기운을 느낄 수 있다. 편혜영은 평단과 독자들의 뜨거운 관심에 보답하듯 꾸준히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 이번 소설집은 2010년부터 현재까지 발표한 단편을 묶었
때로 어떤 체험은 인생의 지표를 바꾼다. 평범하고 소심한 재수생이었던 `달고 차가운`(민음사)의 주인공 `강지용`은 인생의 낙인이 되어 지워지지 않을 첫사랑의 매력 속으로 깊이 빠져든다. 그러나 순진무구한 첫사랑은 여태껏 자신의 욕망에 대해 단 한 번도 질문해 본 적 없는 무지의 상태에 가깝기에, 이율배반적으로 그토록 무지한 순수는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다. 이 돌이킬 수 없는 체험을 통해 소년은 어느덧 청년이 된다. 순수한 만큼 위험하고 파괴적일 수도 있는 나이, 스무 살의 강지용에게는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난 것일까? 지용이 `민신혜`를 알게 된 순간, 그의 인생은 이제 전혀 다른 곳으로 향해 간다. 예전의 그는 고작 어머니의 잔소리나 권위적인 아버지에게 반감을 가졌을 뿐이며, 그 자신은 살의에 가까울 정
보잘것없는 대상들과 손잡고 절제된 언어로 삶의 이면을 그려내는 시인 김명수(69)의 아홉번째 시집 `곡옥`(문학과지성사)이 출간됐다. 시인은 보이는 번듯함에 가려 그늘진 곳에서만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미물들의 이름을 불러낸다. 표제작의 `곡옥`은 옥을 반달 모양으로 다듬어 끈에 꿴, 금관 등에서 볼 수 있는 작은 장식물로, 금관 전체의 휘황찬란함에 비하면 하찮은 물건이다. 그러나 시인은 “금관의 한 일부” “찬란함의 한 일부”라며 곡옥이 본디 갖고 있는 아름다움을 직관한다. 그리고 이 경이로운 발견 속에서 “별들의 적요”처럼 숭고한 묵언을 듣는다. 이는 시인이 전에 없던 세계와 조우하는 순간이며 존재가 저마다 가지고 있는 무한의 시공간을 열어 보이는 순간이기도 하다. 툭 떨어져버리는 과실에서 “가지와
때때로 삶에는 예기치 않은 순간, 인생을 바꿀 순간이 찾아온다. 평생 회사와 집을 오가며 쌀쌀맞은 가족의 시선을 감내하며 살다 은퇴한 외로운 남자 `해럴드`에게도, 언젠가부터 꼬여 버린 삶의 의미를 되찾는 순간이 찾아온다. 오래전부터 준비한 세계 여행이나 우연히 만나 황혼의 사랑을 나누게 된 사람이 가져다준 것이 아니다. 이 평범한 사람의 뒤늦은 오디세이는 사소한 편지 한 장으로부터 시작된다. `해럴드 프라이의 놀라운 순례`는 소심한 성격의 60대 은퇴자가 옛 직장 동료에게 편지 한 장을 받은 후, 그녀를 만나기 위해 영국 남부 킹스브리지에서 북부 버윅어폰트위드까지 1천km를 걷게 되면서, 잊고 있었던 인생의 수많은 추억을 되찾는 동시에 자신을 괴롭혔던 힘든 과거를 돌아보며 스스로를 치유하는 이
애거서 크리스티 탄생 120주년을 기념해 하야카와쇼보와 하야카와 기요시 문학진흥재단 주최 장편 미스터리 신인상인 애거서 크리스티 상이 2010년 일본에서 영국 크리스티 사의 협력으로 신설됐다. 많은 예비 작가들이 `21세기의 크리스티`가 되기 위해 도전장을 던졌고, `검정고양이의 산책 혹은 미학강의`로 선고위원들의 감탄을 자아낸 모리 아키마로에게 첫 수상의 영예가 돌아갔다. 제목부터 특별한 `검정고양이의 산책 혹은 미학강의(포레)`는 탐정소설의 선조인 에드거 앨런 포의 텍스트와 일상의 수수께끼를 미학적 관점에서 교차 해석하면서 사건의 진상에 다가가는 여섯 편의 단편이 실린 연작소설집이다. 끔찍한 사건이나 기괴한 악인이 나오지는 않지만 세상에서 가장 미스터리한 것이 인간의 마음이라는 진리를 되새김하는 이
전작 `뷰티풀 마인드`를 통해 우아한 문체, 섬세한 묘사, 날카로운 분석력을 자랑했던 실비아 나사르의 신간 `사람을 위한 경제학`(출판사 반비)이 출간됐다. 이 책에서 실비아 나사르는 인간이 자신의 경제적 운명의 주인이 될 수 있다는 아이디어의 진화 과정을 추적한다. 이는 불과 200여 년 전에 태어난 생각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경제학이 있었다. 그 전의 경제학이 고된 노동을 통해 보잘것없는 결실을 얻는 인간의 운명을 묘사하는 “암울한 과학”(토머스 칼라일의 말)이었다면, 19세기 드디어 경제학은 `주인 되는 도구`로 새롭게 태어난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그 생각은 빅토리아 시대 디킨스의 런던에서 처음으로 잉태되고, 1차대전 직전의 황금기에 태어났으며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전체주의 정권의 부상과, 대공
1993년 제1권 `남도답사 일번지`를 시작으로 2012년 제7권 제주편 `돌하르방 어디 감수광`까지 20년 동안 330만 독자의 사랑을 받아왔고 한국 인문서 최초의 밀리언셀러로 기록된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가 이번에는 `일본 속의 한국문화`와 `일본문화의 정수`를 찾아 일본으로 떠난다. 그동안 펴낸 제7권까지의 국내편 `답사기`는 전국 각지의 문화유산을 답사하고 소개하면서 그 가치와 의의를 저자 특유의 입담과 안목으로 새롭게 조명해온바, 수준 높은 문화교양서이자 기행문학의 백미로 널리 알려져 `답사기` 자체가 이미 문화유산의 반열에 올랐다는 평을 듣기도 했다. 올 여름에는 `답사기`가 일본편 1권 `규슈―빛은 한반도로부터(창비)`와 2권 `아스카·나라―아스카 들판에 백제꽃이 피었습니다(창비
`모방범` `화차` `이유` 등의 굵직한 사회파 미스터리 작품을 발표하며 일본 문단에서 대중성과 작품성을 겸비한 최고의 작가로 손꼽히고 있는 미야베 미유키의 현대 미스터리 소설 `솔로몬의 위증`(문학동네)이 출간됐다. 1부 사건, 2부 결의, 3부 법정의 전3권으로 이뤄진 `솔로몬의 위증`은 공포소설로 2002년부터 2011년까지 9년여에 걸쳐 `소설 신초`에 연재된 작품으로 번역원고 기준 원고지 8천500매에 달하는 대작이다. 한 중학교에서 일어난 의문의 추락사를 시작으로 펼쳐지는 갖가지 의혹과 진실 공방 속에서, 현대사회의 어둠과 병폐뿐 아니라 예민한 10대의 심리를 그리는 데에도 정평이 나 있는 작가의 필력이 유감없이 발휘된다. 일본에서는 지난해 출간 후 오랜 연재기간 동안 단행본을 기다
말 그대로 현대는 과학의 시대다. 법정에서는 법의학자와 과학 수사 담당관의 소견이 절대적인 증거로 채택되며, 백화점의 상품 판매나 주식 투자도 행동 과학이나 통계학의 도움을 받지 못하면 계획조차 짜지 못한다. 소비자의 욕망을 들여다보고 싶은 각 기업의 CEO들은 뇌과학자의 연구실 문을 두들기며, 제약 및 식품 회사의 신제품 개발자들은 식물학자, 동물학자들의 연구 논문을 뒤적인다. 신학자이자 안수를 받은 목사로서 종교와 과학의 관계에 오랫동안 고민하며 종교와 과학, 그리스도교와 진화론의 공존 가능성에 대해 모색해 온 신재식 호남신학대학교 교수는 이번에펴낸 `예수와 다윈의 동행:그리스도교와 진화론의 공존을 모색한다`(사이언스북스)에서 과학의 시대에 종교는 과학, 진화론의 성과를 읽고 받아들여 종교, 그리스도교
여기, 흔한 사랑 이야기가 있다. 나이가 많든 적든, 잘생기든 못생기든, 부유하든 가난하든 결국 기쁘게 만나고 슬프게 헤어지는 무수한 사랑들 사이에, 우리와 똑같이 평범하게 화내고 기뻐하고 거짓과 진심을 반복하며 치열하게 사랑하는 이들의 이야기가 있다. 모든 걸 집어던지고서라도 사랑에 빠지고 싶은 상대가 나타난다면, 우리는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 세계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한 시선, 단정하고 적확한 문체로 끊임없이 사랑을 탐색해온 심윤경의 신작 장편소설 `사랑이 채우다`(문학동네)는 이런 물음에서 시작됐다. `나의 아름다운 정원`으로 한겨레문학상을,`달의 제단`으로 무영문학상을 수상하며 많은 이들의 애정과 관심을 받아온 그는 최근작 `사랑이 달리다`(2012년 7월)에서 들려준 `혜나`와 `욱
중후한 문체로 제주 4·3항쟁을 비롯해 잊혀진 우리 현대사의 이면을 조명하면서 깊은 울림과 감동을 주는 작품활동을 해온 소설가 현기영의 장편소설 `변방에 우짖는 새`(창비)가 개정판으로 출간됐다. 1981년부터 이듬해까지 월간지에 연재돼 1983년 출간된 이 작품은 구한말 제주도에서 연이어 발생한 방성칠란(1898)과 이재수란(1901)을 다룬 작가의 첫 장편소설로 뿌리 깊은 학정에 시달려온 제주 민중의 수난과 저항을 치밀한 고증과 연구를 통해 문학적으로 형상화한 역작이다. 출간 당시 “명실상부하게 80년대 우리 소설의 새로운 지평을 우람하게 열어놓았다”(소설가 이호철)는 평을 얻으며 많은 독자들로부터 사랑을 받았으며, 1987년에는 동명의 연극으로, 1999년에는 영화 `이재수의 난`으로 각색돼 화제를
디자인이 혁신의 돌파구로 떠오르면서 많은 기업들이 디자인에 사활을 걸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미 디자인의 효과가 입증된 지 오래고, 전 세계 CEO들이 자신의 비즈니스에 디자인을 어떻게 활용하고 연계할 것인지를 고민한다. 디자인 경영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경영자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지만, 디자인 경영을 시행하기에 앞서 디자인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 정작 디자인 경영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영자들이 많다. 신간 `포어사이트 크리에이터`(세미콜론)는 산업 디자이너이자 글로벌 디자인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는 경영자이기도 한 이돈태 대표가 창조산업 시대에 CEO들에게 제안하는 크리에이티브 전략과 디자인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책의 저자 이돈태는 한국인 최초로 세계적인 디자인 컨설
노무현재단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에 대한 해설서 `NLL의 진실과 노무현의 전략`을 발간했다고 1일 밝혔다. 재단은 79쪽 분량의 이 책자에 대해 “2007년 남북정상회담의 기조와 분위기,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기본 입장, 회담 쟁점 및 합의내용, 대화록 불법 유출과 왜곡·날조의 문제점, 결국 거짓으로 드러난 새누리당의 주장 등을 다뤘다”고 소개했다. 이 책의 내용은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7월초에 했던 `정치 난독증 환자를 위한 힐링캠프-남북정상회담 대화록 해설 특강`의 내용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재단은 “새누리당의 (NLL 포기 발언) 주장은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에 대한 `정치적 난독증`”이라며 “이 책은 왜곡·날조돼 훼손된 대화록의 본래 모습을 되찾기 위한 것
육체적 고통의 삶을 끌어안는 `견딤의 시학`과 소멸하는 생에 대한 `쓸쓸한 긍정`을 서정적 명상의 언어로 노래해온 엄원태 시인의 네번째 시집`먼 우레처럼 다시 올 것이다`(창비)가 출간됐다. 12년의 공백기를 거쳐 나온 `물방울 무덤` 이후 6년 만에 펴내는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소멸의 운명을 타고난 존재들의 한계를 껴안으며 고통의 삶을 따듯한 시선으로 감내하는 마음을 성찰의 언어에 담아 소멸의 아름다움과 삶에 대한 애틋한 사랑을 노래한다. “덧없이 사라져간 것들에 대한 기록이자 애도”(시인의 말)로서 애잔한 그리움이 묻어나는 간절한 시편들이 `지금 여기` 살아 있음의 소중함을 일깨우며 가슴 서늘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고독은 그늘을 통해 말한다. //어쩌면 그늘에만 겨우 존재하는 것
개인으로는 세계 최초로 52만6천500여 자에 달하는 `사기`를 완역하고 `논어`, `노자`, `한비자` 등을 번역해 고전의 현대화에 기여해 온 김원중 교수. 그가 삼성 사장단과 삼성경제연구소, 사법연수원, KBS라디오 등 공공 단체와 기업에서 벌인 300여 차례 고전 강의를 바탕으로 대한민국 리더들이 실제 현장에서 고민해 온 문제들을 종합적으로 정리해 역은 `경영사서`(민음인)를 펴냈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경영사서(經營四書)`란 `한비자`, `손자병법`, `사기`, `정관정요`등 시대의 최고경영자들이 지침으로 삼은 네 권의 고전을 일컫는다. `한비자`는 혼란한 춘추 전국 시대를 진나라가 통일하는 데 기여한 제왕학의 성전으로, 제갈량이 죽기 직전 유비의 아들 유선에게 일독을 권하고 한나라의 중흥을
`국가의 사생활`, `내 연애의 모든 것` 등을 통해 문단과 대중으로부터 두루 사랑을 받아 온 작가 이응준의 연작소설집 `밤의 첼로`(민음사)가 출간됐다. 이 소설집은 다시 철저히 문학의 본령으로 돌아온 작품이다. 소설 속의 모든 인물과 사건들이 마치 퍼즐이나 모자이크처럼 서로 겹쳐지거나 충돌하며 치밀하고 유기적으로 연결된 여섯 편의 연작소설을 통해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의 빛과 어둠은 서로 은밀히 연결돼 있음을 보여 주며 쓸쓸한 의지와 불굴의 희망을 노래한다. 이 책에 실린 그의 소설들은 하나같이 어둡다. 소설 속 인물들은 모두 “제 생애에서 가장 혹독한 밤”, 즉 어둠의 심연을 겪고 있다. `밤의 첼로`는 어두운 세상을 보여 주기 위해 인간을 둘러싼 혼돈과 좌절을 어둠 그 자체를 그린
올해로 등단 40년을 맞는 시인 김명인이 열번째 시집 `여행자 나무`를 출간했다. 그는 첫 시집 `동두천`에서 가장 오염된 세속에서 발원하는 가장 인간적인 사랑과 그 `더러운 그리움의 세계`를 그리는 것으로부터 시작해 `바다의 아코디언`과 `파문`을 통해 시간과 기억이 인간의 삶에서 갖는 근원적 의미에 대해 집요하게 질문해왔다. 시력 40년의 긴 여정에서 김명인의 시 세계를 관통하는 것은 `몸의 기억`이다. 김명인 시의 존재자들은 대부분 고향을 잃고 부랑의 운명을 걸머진 채 헐벗은 길 위에 선 이들이다. 한국전쟁 발발에 따른 무의식 속 전쟁 기억, 가족과의 단절 등으로 몸 깊이 새겨진 정신적 상흔은 그의 시에 고스란히 담겨 한국문학에서 독특한 궤적을 그리며 변화를 거듭해왔다. 그는 이번 시집에
`새로운 시작을 위하여`(이야기공작소)는 한 사람의 살아온 이야기이자, 이 시대가 품어온 이야기이다. 저자 이용운은 가난한 시절, 자식들에게 헌신을 다한 아버지와 어머니의 이야기에서부터 경쟁과 성장, 좌절과 도전을 반복하며 살아온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펼쳐 보인다. 꾸밈없으면서도 우리 사회를 바라보는 날카로운 시각, 동시대인들에 대한 따뜻한 연민 등, 한의사 이용운의 대의(大醫)를 넘어선 대의(大義)를 향한 새로운 시작을 이 책을 통해 만날 수 있다. 고등학교 수석 졸업, 서울대 출신, 동국대 한의대 수석 입학 등 이른바 `수재`로 일컬을 이력을 가진 저자 이용운. 그는 서울대를 졸업하고도 그 앞에 펼쳐진 엘리트로서의 삶이 아닌 시대의 고민과 고통을 함께 짊어지는 노동자로서의 삶을 선택했다. 노동
제3회 교육현장체험수기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포항 오천중 이주형 교사가 대상 작품을 비롯한 그동안 매일 병원을 오가며 쓴 시와 포토 에세이를 한 권으로 묶어 `희망은 지지 않는다!`라는 책을 출판했다. 누구도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절망의 순간이 그려진다. 하지만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도 `희망은 지지 않는다!`의 주인공들은 “신은 고통을 이겨낼 수 있는 사람에게만 시련을 준다”라는 말을 믿고 현재를 인정하고 현재의 고통을 희망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 놀라운 건 그 주인공들이 바로 사회 4대악 중 하나인 학교폭력의 주범으로 지목된 중학생들이라는 것이다. 희망은 믿는 이에게만 보인다. 그렇다고 믿는다고 다 보이는 것은 아니다. 막연히 잘 되게 해주세요와 같은 추상적인 희망이 아니라 내가 꼭 이루고 싶은
2001년 `문학사상` 신인상으로 문단에 나온 시인 윤성택은 데뷔 5년 만인 2006년 남다른 시각과 촘촘한 감성의 그물망으로 걸러낸 현실세계 속 각양각색의 풍경들을 담은 첫 시집`리트머스`를 펴냈다. “잘 빚어진 시에 대한 고전적인 예술 지향과 언어에 대한 외경심을 깊이 간직한, 최근 시단의 비주류(?)의 영토를 진중하게 답파하는 젊은 시인”(김수이)이라는 평을 받은 그 첫 시집은 요란스럽지 않게, 그렇지만 꾸준히,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첫 시집이 나온 후 7년이 지난 지금, 윤성택 시인의 두번째 시집 `감(感)에 관한 사담들`(문학동네)이 출간됐다. 첫 시집이 비정하고 삭막한 현실의 치부를 포착하는 날카로운 시선을 보여주었다면, 두번째 시집이 독자들을 안내하는 곳은 `기억`이다. 기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