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영화지만 너무 현실감 있고 친숙하기까지 하다. 천박하고 야비한 인간관계가 여과 없이 공개되는데 그 수준이 정제되지 못한 날것 그대로다. 남녀의 신체 부위가 거침없이 열거되고 성을 도구로 한 언어폭력과 천박한 표현들이 편집을 거치지 않고 생으로 공개된다. 영화를 재미있다고 한 사람들은 모두 영화 속 주인공의 욕 퍼붓는 장면들에 속 후련해 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건 카타르시스라기보다 배설일 것이다. 요즘 화제의 인터넷 방송 `나는 꼼수다`를 들어 본 사람은 알겠지만 그건 그냥 토크쇼, 사우나에서 나누는 보통 사람들의 잡담이다. 나름 세상을 안다는 사람들이 정치권, 그것도 집권 세력을 향해 풍자와 야유를 뒤섞어 마구 주먹질해대는 일종의 집단 배설행위다. 거기 출연하는 인사들의 면면이 전직 국회의원
새누리당이 남부권 신공항 사업을 총선 공약에서 빼기로 했다. 신공항 사업을 새누리당 총선 공약에 넣어야 한다는 지역민들의 주장은 없던 일이 되어 버렸다. 지난해 3월30일. 신공항 입지선정평가위원회는 경남 밀양과 부산 가덕도 모두 경제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을 들어 신공항 백지화 결정을 내렸다. 지역 여론은 들끓었다. 1년 남은 “내년 선거 때 보자”고 별렀다. 당시 중앙 언론들도 “언제 너희들이 공약보고 찍어줬니? 선거 때 신공항이 공약으로 나오기라도 했나? 작대기만 꽂아두면 당선시켜 주었잖아.” 그러면서 선거 때 지켜보겠다고 했다.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3일 “남부권 신공항 건설 공약과 관련, ”명칭에 있어 특정 지역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비대위 전체회의에서
촉나라 제갈공명은 조조의 위나라를 치기 위해 출진하면서 주군 유선에게 출사표를 올린다. 힘이 턱없이 미치지 못하지만 자신을 세 번씩이나 찾아와 국사를 논하던 전 임금 유비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군사를 일으킨다는 내용이다. 후세 사람들은 이 글을 읽고 눈물을 흘리지 않은 이가 없었다고 하지만 기자의 한문공부가 일천하고 감성 또한 미숙해서인지 별 감흥이 일지 않는다. 단지 대를 이어 충성하는 제갈공명의 나라 걱정하는 마음은 짐작할 수 있었다. 4월 총선이 두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후보들의 발걸음이 더욱 바빠졌다. 이미 예비후보 등록 이전부터, 그러니까 지난 해 12월 이전부터, 멀리는 지난 4년 동안 부지런히 출마 예정 지역을 드나들며 표를 관리해 온 후보자도 있다. 임기가 3년 가량 남았는데도 이런
드디어 대통령께서 나섰다. 학교 폭력이 그냥 둘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거다. 사실 학교폭력은 옛날부터 있어왔다. 중년 남자라면 누구나 학창시절, 변소 뒤 컴컴한 곳에서 담배를 피워물거나 또는 맞짱을 떠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더러는 일방적으로 얻어터지고 돈을 뜯기거나. 그런데 문제는 그 정도가 더 심해졌다는 것이다. `방안의 코끼리`였던 학교 폭력이 세상에 드러난 건 최근 대구에서 일어난 중학생 자살 사건이 도화선이 됐다. 처음 그 학생의 유서를 봤을 때 끝까지 읽을 수가 없었다. 본 적도 없는 그 학생의 고통을 생각하면서 그 부모의 심정을 감히 헤아려봤다. 부모님 앞에서 웃으며 거짓말하던 열네 살짜리 웃자란 소년을 생각하면 내가 부끄럽고 미안했다. 대통령 앞에서 학생들은 스스럼없이 말했
대한민국 사법부는 지금 당장 영화 `부러진 화살`의 상영금지 소송을 내야 한다. 그리고 영화에 등장하는 재판부는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영화 부러진 화살 제작자와 감독 등을 고소해야 한다. 한 편의 영화로 사법부의 권위가 땅에 떨어지고 재판이 희화화되고 판사들이 국민의 조롱거리가 됐기 때문이다. 그 영화가 사실을 근거로 제작됐다고 거듭 밝히면서 사회적 파장이 확산되고 있어 어떤 식으로든 해명이 필요했다. 영화가 사실이라면 사법부는 국민앞에 무릎꿇고 사죄해야 마땅하다. 아니라면 당장 영화의 상영금지 소송이라도 내야 한다. 대법원이 성명서를 냈지만 파장을 생각하면 성명서 정도로 그칠 일이 아니다. 영화는 2007년 1월 발생한 김명호 성균관대 전 교수의 석궁 사건을 바탕으로 영화적 재미를 에
적당한 크기의 과메기에 초고추장을 듬뿍 찍어 물미역으로 감싼다. 생김 위에 노란 배추 속잎을 얹고 그 위에 과메기를 놓고 쪽파와 마늘 청량고추를 한 쪽 곁들인다. 소주 한 잔을 목구멍에 털어 넣고는 양념한 과메기를 먹는다. 그 쫀득쫀득하고 상큼한 맛.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배어나며 바다 냄새까지 밀려온다. 비타민과 불포화지방산, 각종 영양소가 풍부한 단백질 덩어리로 미용에도 좋다는 과메기다. 생선회를 좋아 하지 않는 사람들도 과메기를 맛있게 먹었다. 연말 지인들 모임에 과메기를 내놓았더니 단연 인기였다. 음식 솜씨가 괜찮은 식당이었고 메뉴도 꽤 여러 가지 나왔는데 모두들 과메기맛을 칭찬하며 모두들 과메기를 싸먹느라 손들이 분주히 움직였다. 과메기에 자꾸 손이 간다. 이런 것을 포항 사람들은 과메기의 중
팔만대장경, 중의 바라경, 봉사의 앤경, 약국의 길경, 처녀의 월경, 머슴의 세경. 초랭이가 경을 셀 때마다 고수가 장단을 넣어준다. 관중은 박수를 치며 흥을 더한다. 하회탈놀이에서 선비가 양반과 서로 지체 높음과 학식 깊음을 자랑하는 대목에서다. 선비가 사서삼경을 읽었다니 양반은 갑절이나 되는 팔서육경을 읽었노라 억지를 부린다. 무슨 소리냐니까 초랭이가 나서서 `나도 아는 육경`이라며 읊어 대는 것이다. 탈놀이의 재미는 풍자에 있다. 짓눌리고 피폐한 민중들은 잘난 양반을 웃음거리로 만들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삶에 찌들린 민초들은 양반들을 꼬집고 조롱하면서 희열을 느낀다. 반상의 구분이 엄정했던 시대에 상것들에게 양반은 질시와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그 양반을 평시에 정색해서 욕보일 수는 없으니 놀
그러고 보니 우리 사회도 어느덧 1%가 99%를 지배하는 사회가 됐다. 20대 80 사회가 이젠 1대 99로 재편된 것이다. 20대 80 사회란 부와 소득의 불균형을 표시하는 세계화시대의 어두운 현실이다. 전 세계 인구 중 20%만이 좋은 일자리를 가지고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있는 반면 대다수인 나머지 80%는 사실상 20%에 빌붙어 살아간다는 이론이다. 20세기 초 이탈리아의 빌프레도 파레토가 처음 주장한 이 이론은 전체의 20%가 열심히 일해서 빈둥거리는 나머지 80%를 먹여 살린다는 일개미의 형태에서 시작됐다. 이는 백화점 매출의 80%가 20%의 고객에서 나온다거나 직장에서 필요한 인원은 열심히 일하는 20%라는 등 전방위로 확산됐다. 1997년 피터 마르틴이 쓴 세계화의 덫을 통해 굳혀진 20대
전국을 달궜던 10·26 재보궐선거 결과는 앞으로의 정국에 가공할 파괴력을 예고한다. 국민의 관심은 단연 서울시장 선거에 모아졌다. 야권 무소속의 박원순 후보가 서울시장에 당선되기까지 결정적인 힘을 보태준 세력은 20~40대 청장년층이란다. 그들의 힘을 모으는 데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힘이 결정적이었다는 거다. 서울시민, 참 착하다. 지난 여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퇴임시킨 무상급식 논쟁 당시에는 `나쁜 투표`라며 투표 안하기 운동이 벌어졌다. 한 무리의 콘텐츠 생산자들이 시민들에게 투표 안 하는 것도 권리라거나 의사 표시의 방법이라며 투표 하지 말 것을 종용하는 트윗을 날리고 여론을 몰아갔다. 그런 세력의 제일 앞줄에는 시민사회 단체의 운동가에서부터 소설가, 연예인 등 소위 인기인들이 포진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자신의 싱크탱크를 전격 공개한 것은 새해를 불과 나흘 앞둔 구랍 27일이었다. 그 자신 발기인으로 참석한 국가미래연구원 발기인 대회에서 그는 “우리나라는 지금 새로운 국가발전의 기로에 있다”고 단정지었다. 그리고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앞장서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2012년 대선을 향한 닻을 올린 셈이다. 정치인이, 그것도 대권을 꿈꾸는 유력 대선주자가 자신의 참모들을 공개하고 상대 예비후보 진영들에게 선전포고를 하는 것이야 말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 구성원들이 공개되면서 자칫 나라 전체에 편 가르기의 신호로 비쳐질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언론에 공개된 대학교수 중심의 각 분야 78명은 마치 캐비넷 내각 명단이라도 되는 것처럼 또 하나의 거대한 여론집단을 형성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