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은 누구에게나 포근하다. 건곤일척 승부를 앞둔 새누리당 대통령선거 경선후보 박근혜 의원에게 대구는 정치적 고향이자 마음의 고향이다. 그 스스로 대구에 오면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지난 주 대구에서 지역 언론인들과 오찬을 함께 하면서다. 서울에서 기자들을 만나면 살얼음판이다. 불편한 질문, 곤란한 질문으로 사납게 헐뜯기도 한다. 그도 “웃는 모습이 보기 좋다는 이야기도 많이 듣고 웃으려고 하지만 질문이 심각한데 어떻게 웃으면서 답변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여유가 배어 있었다. 대구의 최대 현안인 남부권 신공항이 먼저 등장했다. GRDP(지역총생산)가 수년째 내리 꼴찌인 대구. 그런데 하늘 길을 열겠다는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박 의원이 꼭 이루어달라고 주문했을 때였다. 경제 문제는 신
사람을 평가할 때 흔히 첫인상을 이야기한다. 처음 만나서 3초 동안에 만들어지는 첫인상이 전체를 좌우한다고 한다. 어떤 사람은 4초 만에, 또 어떤 학자들은 5초 안에 첫인상이 만들어진다며 첫인상의 중요성을 강조하고는 한다. 선거에서 후보들이 시간을 쪼개 유권자들과 만나려는 것은 직접 만나고, 손 한 번 잡아보는 것이 첫인상을 만드는데 중요하기 때문이다. 12월 대선을 향해 여야 대권 주자들이 저마다 그럴듯한 구호를 내걸고 민심을 얻으려 하고 있다. 그런데 국민들은 참으로 답답하다. 말을 들어보면 하나같이 그럴듯 한데 속은 것이 어디 한두 번이라야 말이지. 지금 집권말기 코너에 몰려 있는 이명박 대통령도 5년 전 국민들이 선택할 때는 그만큼 상대 후보보다 경쟁력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이명
20년 이상 한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주변에서는 내가 어쩌면 재테크에 그렇게 무신경할 수 있느냐고 이상한 눈으로 쳐다본다. 사실은 나도 재테크를 하고 싶었다. 그런데 그게 여간 귀찮은 것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이사를 해야 하는데 살아가면서 하나 둘 늘어난 잡동사니들을 모두 쓸어 담았다가 다시 펼쳐 낼 엄두가 도무지 나지 않았다. 게으른 탓일 것이다. 배가 아팠다. 집이란 그냥 살면 되는 것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했지만 편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같은 아파트에 살던 이웃들이 더 넓은 평수의 아파트로 이사하면서도 돈을 남겼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나의 나태와 정보 부족에 룸메이트를 타박하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는 소리가 들리면서 막차를 타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운이 좋았다고
독선, 오만, 속 좁은 리더십, 소통 부재, 폐쇄적인 의사결정... 하나같이 부정적인 이미지다. 한 사람을 평가하면서 원칙과 소신이라는 긍정적 이미지와는 상반되는 이런 이미지를 동시에 떠올리는 것은 모든 사물이 갖고 있는 빛과 그늘이라는 양면성으로 비춰볼 때 일면 당연해 보인다. 새누리당의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을 두고 하는 평가에서다. 대통령 선거가 5개월 남짓 남았다. 이번 대선에서 여당인 새누리당의 후보로는 박 전 비대위원장이 거의 확실해 보인다. 지금 박 전 대표는 누가 뭐래도 부동의 절대 강자이자 새누리당의 대선 후보 0순위다. 그렇다고 아직 후보가 된 것은 아니다. 그 후보 선정 절차를 놓고 박 전 위원장 측에서는 이미 따 놓은 당상인 듯 당내 후보경선에는 신경도 쓰지 않는 눈치다. 그는 지
우리나라가 20-50클럽에 가입했다. 국민소득 1인당 2만 달러 시대에 진입한데 이어 인구도 드디어 5천만 명을 돌파한 것이다. 개인은 5천만분의 1로 더욱 왜소해졌다는 다른 의미다. 경제적으로 힘든 서민들이 더욱 많아질 것임을 예고하는 듯하다. 국민총생산 2만 달러 시대를 그냥 바라만보고 있어야 하는 양극화의 음지는 더욱 두터워진 것이다. 중산층 몰락의 상징처럼 된 하우스 푸어만 보더라도 그 숫자가 해마다 늘고 있다. 하우스 푸어는 집을 빼고 나면 모든 자산을 처분해도 빚을 갚을 길이 없는 이들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10년 기준 국내 하우스 푸어는 적게는 108만(374만명)에서 많게는 157만가구(549만명)로 추정했다. 8~11%의 국민들이 하우스 푸어인 셈이다. 문제는 앞으로도 `하우스 푸
중국은 한 때 우리 기업에게 기회의 땅이었다. 한국이 중국과 수교를 맺으면서 급격히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국내의 노동 운동이 왕성해 지면서 상대적으로 근로자들의 임금도 높아지던 시기였던 것이다. 너도 나도 국내 산업을 접고 봇물 터지듯 중국으로 나갔다. 그러더니 어느 사이엔가, 서서히 한두 명씩 되돌아오고 있었다. “중국은 그런 나라가 아니더라”는 것이다. “잘못 봤다”거나 “세상이 바뀌었다”고 했다. 중국을 얼마나 아느냐? 동서 500km, 남북 550km로 넓이가 560만 ㎞, 남한의 100배나 된다. 그곳에 13억 인구가 산다. 한족 외에도 55개 소수민족이 존재하는 나라다. 중국에서 4년 사업을 하고 온 포스코의 한 간부는 말한다. 그곳엔 평생 산 넘어 가 본 적 없는, 인구 4, 5백명 되는
사회학자들 중에는 현대를 `제정신으로는 도저히 살아갈 수 없는 광기의 시대`라고 이름 짓기도 했다. 내가 발을 딛고 살고 있는 이 시대는 진정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를 고민하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는 시대라는 말이다. 난삽하고 형이상학적인 학술 용어를 들이댈 것도 없다. 통합진보당이 결국 이석기 김재연 의원을 제명했다. 당론과 당명에 따를 의무를 위반했다며 당적을 박탈한 것이다. 강기갑 통합진보당 비대위원장이 이들에게 지금이라도 사퇴하면 당원으로 남을 기회가 있다고 설득했지만 결과는 기대할 바가 없어 보인다. 어쨌든 당내 후보 경선 과정에서의 부정행위가 의원직 사퇴를 요구하는 사태로 진전됐지만 이 사태는 색깔론으로 번지고 있다. 색깔론. 그럼 당신은 무슨 색깔이냐? 당장 새누리당 박근혜 의원
지금 한반도의 남쪽 바닷가, 한려수도의 서쪽에서 지구촌 축제, 여수엑스포가 한창이다. 주말인 지난 2일 7만2천여명의 관람객이 몰려들었다. 지난 5월 12일 개장한 이래 22일만에 100만명을 돌파했단다. 그러나 이런 추세면 석달동안 조직위가 목표로 하는 1천만명은 어림도 없다. 그래도 인기 전시관인 아쿠아리움에 들어가기 위해 서너시간씩 줄을 서서 기다리는 건 보통이었다고 현장 아나운서가 침을 튀겼다. 대단하다. 뙤약볕 아래서 몇 시간씩 기다리는 인내심은 그보다 훨씬 긴 시간을 승용차로, 또는 버스로 달려오며 시달린 데 대한 수고를 보상받으려는 심사일 것이다. 그러나 왠지 셈이 맞지 않는 장사 같다. 전남 여수 신항 일대 271만㎡에서 총 2조3천886억원을 투자해 살아있는 바다, 숨쉬는 연안을 주제로
대선을 6개월여 남겨두고 여야가 본격적인 대선 모드로 접어들었다. 새누리당에서도 민주통합당에서도 잇따라 대권 도전을 선언하면서 선거판이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다. 상대적으로 이명박 대통령은 급격한 임기 말 현상을 보이고 있다. 대통령의 레임덕을 더욱 가속화시키는 데는 대선 예비주자들의 지지율 조사를 빙자한 사전 선거운동이 한몫을 하고 있다. 16일 헤럴드경제는 케이엠 조사연구소의 여론조사결과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47.9%의 지지율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41.3%를 6.8%포인트 앞섰다고 밝혔다. 박 전 위원장은 모든 여론조사에서, 어떤 구도에서도 절대적 강자로서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 충격적인 것은 응답자의 41.6%가 박 전 위원장이 승리하는 것이 정권교체라고 답한 대
통합진보당의 비례대표 후보들이 전원 사퇴하라는 전국위원회의 권고를 거부하면서 드러난 진보세력의 추태가 거의 이적행위 수준이다. 비례대표 선출을 위한 당내 경선이 자체 조사결과 부정선거로 나타나자 부실 조사 탓으로 돌리며 일주일 이상 공방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 사이 진보세력의 온갖 추태와 속살들이 여과 없이 세상 빛을 보게 됐다. 바깥 사람들에게는 좌파 세력의 이념이나 주장보다 섬뜩하기까지 한 그들의 태도가 보수 지지 세력들을 더욱 결집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그 중심에 있는 이정희 대표. 그는 13일 최악의 폭력사태로 끝난 중앙위원회와 관련, “저는 죄인”이라며 “이 상황까지 오게 한 무능력의 죄에 대해 모든 매를 다 맞겠다”고 했다. 그는 전날 열린 중앙위 시작 전 공동대표직을 사퇴했다. 이에앞
정말 잘 모르겠다.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지, 혹은 맞는지를. 새벽녘 들어온 아들이 늦은 아침까지 침대에서 일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옆으로 비집고 들어가서 같이 누워본다. 아들을 안아봤다. 그리고 뺨을 비볐다. 잠결인 듯 싶던 아들이 정색을 하고 벌떡 일어나 앉았다. 그러더니 침대 밖으로 손살 같이 뛰쳐나갔다. 아빠, 이러지 마세요. 옛날, 저들이 어렸을 때이긴 하지만 전에는 그러지 않았다. 세상이 갑자기 시곗바늘을 몇 바퀴 더 돌려버린 듯하다. 적어도 신체적 접촉에 있어서는. 아버지가 아들의 몸을 더듬는 애정 표시가 그렇게 기분 나빴다면, 요즘 아이들끼리 문제가 되는 동급생 간의 폭력이나 성희롱이 얼마나 큰 상처가 될 것인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았기 때문이다. 학교 폭력이 사회 문제가 되고 십대
총선이 끝나자 새로 뽑힌 선량들이 바쁘게 움직인다. 선거 기간의 겸손과 너그러움을 보상받으려는 듯 당선자들의 행보는 반경도 넓거니와 보폭도 거침없다. 당정협의회에서부터 지역 언론사를 시작으로 선거 때 도와준 유권자들을 찾아다니며 감사 인사를 나누고 지역 자치단체를 비롯한 각급 기관도 찾아다니며 협조를 다짐한다. 지역에서 열리는 행사에 참석하는 것은 당연하다. 출세했다.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에 오르거나 유명하게 된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지역민들의 투표로 국회의원에 당선된 것은 대표적인 출세의 잣대다. 공개적으로 자신을 발가벗고 공개재판을 받았기에 그 만신창이 뒤의 영광은 참으로 자랑하고 싶을 것이다. 그들이 내놓고 출세를 자랑할 수 있는 자리가 바로 지역민들이 대거 참석하는 각종 행사장이다. 대구지역
“10년을 영업해 왔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규정이 바뀌었다며, 그래서 공개입찰 해야 하니 입찰에 응하든지 나가든지 하라니, 이런 날벼락이 어디 있습니까?” 억울하다며 신문사에 진정을 한 어느 임대업자는 건물주를 향해 욕을 퍼부어댔다. 임대업자는 그동안 건물관리인에게 명절 때면 선물을 챙기고 일 있을 때마다 뇌물을 건넸다며 내역을 공개했다. 공기관인 건물관리인으로서는 여간 난감한 일이 아니었다. 그동안 임대료를 다른 곳보다 상대적으로 싸게 주었다. 그리고 장사도 땅 짚고 헤엄치듯 독점적으로 잘 해 먹었다. 그래놓고 지금 와서 오히려 뇌물을 주었다고 덮어씌우다니. 명절 때 과일 상자며 행사 때 선물을 받긴 했지만 그것이 낱낱이 기록돼 자신을 파렴치한으로 몰고 가는 데는 창피하기도 하고 괘심하기도 했다
피 끓는 4월이다. 해마다 4월이면 환장하게 핀 꽃보다 교정을 덮는 매캐한 체루 가스의 기억이 더욱 강렬하다. 학창시절, 4월이면 캠퍼스는 온통 꽃동산이 됐지만 눈뜨고 그 꽃을 쳐다볼 여유가 없도록 최루 가스는 지독했다. 체루 가스는 캠퍼스는 물론 인근 동네 전체를 뒤덮었으니 학교 주변은 집값도 다른 곳보다 낮았다는 것 아닌가. 총선거가 끝이 났다. 여야가 12월 대선을 겨냥하고는 양보 없는 기 싸움을 벌였는데 결과는 여당인 새누리당의 승리로 일단락됐다. 그런 결과가 나오기까지, 여야는 서로 젊은이들을 투표에 끌어들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4년 전 18대 총선의 투표율이 46.1%. 역대 가장 낮았다. 야권과 소위 진보 세력들은 그 이유를 젊은이들이 투표하지 않아서였다고 판단했다. 결과적으로
총선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4년 전인 지난 18대 총선의 투표율은 고작 46.1%. 역대 최저였다. 대구는 45.1%로 전국 평균보다도 낮았고 그나마 경북은 53.0%였다. 1992년 14대 총선 때만 하더라도 전국 투표율이 71.9%를 기록했다. 그러던 투표율이 해가 갈수록 낮아지고 있는 것을 두고 선거관리위원회와 정치권에서는 정치에 대한 무관심이라고 분석한다. 특히 젊은 층의 정치적 무관심이 투표율을 떨어뜨린다고 단언한다. 최근 회사의 행사 뒤에 식사를 같이 하는 뒤풀이 자리가 있었다. 참석자들은 상공인, 교육계, 사회단체, 의사, 회사원 등 다양했다. 처음엔 학교 급식이 화제로 올랐다. 전면 무상급식이 되어야 한다, 급식도 교육의 중요한 부분이다. 그러면 재정이 부족해 정작 필요한 곳에 쓸
선거가 9일 남았다. 여야 지도부는 서로가 이번 선거를 박빙의 승부라며 수도권과 충청도 부산 등 자신들의 지지기반을 찾아 지지를 호소한다. 그런데 우리 대구 경북 지역은 아주 시큰둥하다. 선거운동원들이 도심 네거리마다 점령하고 어쭙잖은 막춤으로 시민들을 후려치려 할 뿐 유권자들은 영 반응이 시원찮다. 후보자들의 속이 타들어갈지 몰라도 유권자들은 선거가 끝난 듯하다. 사실 별 뾰족한 수가 없기도 하다. 새누리당의 공천이 늦어지면서 선거판이 제대로 서질 않는 것이다. 거기에다 지난 해 연말부터 국민들의 심판을 받겠다며 예비후보 등록을 했던 그 많은 후보들은 대부분 뜻을 접었다. “썩어 정권 재창출의 밀알이 되겠다”. “백의종군하겠다”며. 백기투항이다. 그나마 끝까지 출마 의지를 관철한 무소속의 면
통합진보당의 이정희 대표가 결국은 서울 관악 을 국회의원 후보 등록을 포기했다. 그러면서 야권연대는 탄력을 받게 됐다. 이 대표는 야권 단일화를 위한 경선을 조작했다는 비난에 재경선을 고집했었다. 이 대표가 등록을 포기하기까지 야권의 원로들을 비롯한 많은 지도자들이 숨가쁘게 움직였고 이 대표의 포기를 이끌어냈다. 이 대표의 노선이나 정치 철학을 떠나 야권 연대를 위한 출마 포기는 정치 도의적으로 당연하면서도 자기를 버리는 큰 결단이었다고 평가하고 싶다. 4.11 총선에서의 야권 연대 협상을 지켜보면서 선거에서의 연대란 결국 상대를 떨어뜨리기 위한 공동 전략이라는 데 도달하게 된다. 이 대표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헌신과 희생이 필요하다는 주위의 훈수를 수용한 데서도 그렇다. 그런 점에서 대구의 1
일부다처제의 세계인 원숭이 무리는 새 수컷이 헤게모니를 잡으면 옛 두목의 새끼들을 죽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미 임신한 암컷들은 대장이 바뀌면 자발적으로 유산해서 `영아살해`를 막고 있다고 미국 미시간대 연구팀이 최근 밝혔다. 에티오피아의 야생 겔라다개코원숭이 21개 집단의 암컷 110마리를 5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라 한다. 임신한 원숭이 10마리 중 8마리는 대장이 바뀐 지 2주 이내에 유산했으며 더욱 놀라운 것은 새 수컷이 등장한 바로 그 날 암컷들이 일제히 유산을 했다는 것이다. 총선이 다가오면서 여야 정당들의 공천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여당인 새누리당의 텃밭이라는 대구 경북 지역에서는 공천을 거머쥔 예비후보들이 팔부능선을 넘어선 듯 느긋하다. 그런가하면 낙천한 후보들도 반
지방장관인 도지사와 함께 해외 출장을 간 적이 있었다. 나름 도지사와 많은 시간을 함께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착각이었다. 비행기 출발 2시간 전에 공항에 도착해서 탑승 수속을 밟아 짐을 부치고 검색대를 통과해서 공항 게이트에서 대기하다 비행기 탑승 트랩을 밟을 때까지 도지사는 한 번도 보지 못했다. 비행기 안에서도 이코노미석에 앉아 있었던 나로서는 1등석에 탄 도지사를 볼 수도 없었다. 긴 여행 중 도지사가 찾아와서 음료수를 권할 때까지 도지사가 어디 있는지도 몰랐다. 내릴 때도 마찬가지였다. 비행기 트랩을 내려와서 입국 수속을 마칠 때까지 도지사는 볼 수 없었다. 이미 트랩에 상대국 접객원들이 나와서 모셨기 때문이었다. 1등석의 도지사와 이코노미석의 나는 비행기 출입문도 달랐다. 국
“왜 전화해놓고는 안 받아?” 뜬금없는 아내의 성화에 기가 찼다. 전화를 걸지 않았다고 아무리 사실대로 얘기해도 변명이 될 뿐, 뭘 감추느냐고 몰아대니 답답할 뿐이다. 지금은 다소 나아졌지만 스마트폰으로 처음 바꾸고 난 뒤의 일이다. 전화를 걸지 않았는데도 그 섬세한 터치폰은 언제 무엇을 눌렀는지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마누라한테 전화가 걸렸고 난 그런 사실도 모른 체 그냥 호주머니에 폰을 집어넣고 다녔던 것이다. 올해 초 미국에서는 스마트폰 때문에 170년 역사의 뉴욕 필 하모닉 오케스트라가 공연을 중단하기도 했다. 미국 뉴욕 맨해튼 링컨센터. 뉴욕필이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 9번 마지막 부분을 연주할 때 에이버리피셔홀 맨 앞줄에서 아이폰 벨소리가 울렸던 것이다. 벨소리는 실로폰의 일종인 마림바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