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사저서 30여 분 짧은 면담
韓 “국정전반·현안 좋은말 들어”
朴 “尹 민생토론회 공감대 컸다”
‘의대 증원’ 관련된 견해도 오가
당정·보수진영 힘 합치길 주문
선거 지원으로 이어질지 주목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총선을 보름 앞두고 26일 박근혜 전 대통령을 전격 예방했다. 한 위원장이 취임 이후 박 전 대통령을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한 위원장은 오전 11시쯤 대구 달성군 박 전 대통령 사저를 방문해 30여 분간 회동하며 총선과 최근 현안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박 전 대통령은 윤석열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서해수호 기념식 당시 만남을 거론하며 당정 간 단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앞서 한 위원장은 이날 오전 10시 55분쯤 대구 달성군 유가읍 쌍계리에 위치한 박 전 대통령 사저에 국민의힘 윤재옥(대구 달서을) 원내대표, 윤 원내대표의 비서실장인 김형동(안동·예천) 의원 등과 함께 승용차를 타고 도착했다. 대구 달서구갑에 출마한 유영하 변호사가 이들을 사저 정문에서 맞이했다.

한 위원장은 사저 방문 뒤 기자들과 만나 “국정 전반과 현안들, 그리고 살아온 이야기들이라던가 여러 가지 이야기들에 대해 굉장히 좋은 말씀을 들었다”며 “따뜻한 말을 많이 해주셨고 대단히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예방 이유에 대해 “지난번 제가 대구 방문할 때 박 전 대통령을 뵙기로 했었는데 일정이 맞지 않아서 그때 약속했던 날을 잡아서 뵙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위원장은 짧은 만남 이후 자리를 떠나고, 유 변호사가 이어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했다. 유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이 서해 수호 기념식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만나는 걸 봤다며 경제도 어렵고 나라도 어려운데 위기일 때 뜻을 모아서 단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셨다”면서 “윤 대통령이 대구에 와서 민생 토론을 주재했는데 공감되고 지역에 희망을 주는 이야기가 많았으니 잘 뒷받침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아울러 의대 증원과 관련, “의대 증원 문제도 두 분이 심도 있는 이야기가 있었고 박 전 대통령께서 여러 말을 했다”며 “그 부분은 한 위원장께서 따로 얘기하실 거 같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만남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해석을 내고 있다. 한 위원장이 지난 21일 대구 방문 때 일정이 맞지 않아 박 전 대통령을 뵙지 못해 이날 예방이 성사됐다고 했으나, 국민의힘이 총선 선거전을 앞두고 다소 고전하는 상황에 회동했기 때문이다.

현재 대구에서는 도태우(무소속)·김기웅(국민의힘)의 대구 중·남구 지역구와 경북 경산의 조지연(국민의힘)·최경환(무소속) 후보가 피말리는 선거전을 벌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 박 전 대통령이 “뜻을 모아 단합해야 한다”고 요청한 것은 총선을 위해 당정뿐만 아니라 보수 진영에 힘을 합칠 것을 주문한 것으로 정치권은 분석하고 있다.

또 한 위원장 방문에 대한 박 전 대통령 화답 여부도 주목된다. 최측근인 유 변호사가 대구 달서갑에서 후보로 뛰고 있는 만큼, 다른 경합 선거구를 포함해 지지 방문이나 현장 유세 등 박 전 대통령의 선거 지원 가능성도 거론되는 상황이다. 한 위원장 입장에서는 2016년 국정농단 국면에서 파견 검사로 직접 수사했던 당사자였다는 점에서 보수 진영을 대표하는 정치인으로 입지를 굳히기 위해서는 박 전 대통령과 관계 정립도 긴요한 상황이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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