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간담회 갖고 작심 비판
김성근 총장 취임하며 소극적
포항시와 소통 거의 끊어지고
관련 담당자 통화 연결 어려워
이강덕 시장 “크게 실망” 토로

포스텍 연구중심 의대 유치 및 스마트병원 설립에 시정을 집중하고 있는 포항시와 달리 정작 이 시책의 당사자격인 포스텍은 ‘정중동’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답답한 포항시는 급기야 이강덕 시장이 나서 포스텍 총장을 향해 공개 저격하는 사태에까지 이르렀다. 일각에선 현 흐름이 지속될 경우 이 사안을 두고 ‘시와 포스텍이 정면 충돌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포스텍은 김무환 총장이 재직하던 지난해 9월까지만 하더라도 연구중심의대 설립에 적극적으로 참여, 시와 손발을 맞췄다.

그러나 이 분위기는 김성근 총장이 취임하면서부터 바뀌기 시작했다. 알게 모르게 발을 빼더니 이내 소극적인 자세로 변했다. 지금은 시와 소통도 거의 끊긴 상태다.

포스텍의 미지근한 자세는 취재 과정에서도 확인된다. 포스텍 대외협력팀에 연구중심의대에 관해 문의하면 “포스텍은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는다”는 답변만 돌아온다. 그러면서 관련 책임자인 김철홍 교수와 연락해서 물어보라고 한다.

기자의 수차례 전화 시도 끝에 간신히 통화가 된 김 교수는 “대학 기획처로 물어보라”고 한다. 포항시도 “김 교수와는 연결이 잘 안 된다”면서 답답함을 토로하기 일쑤다.

이러니 ‘포스텍이 연구중심의대를 원하기나 하는지’, 아니면 ‘원치도 않는데 포항시만 혼자 나서 춤판을 벌이고 있는 것’인가 하는 지적이 시민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시는 지난해 1월 의대설립지원팀을 설립해 그동안 전력을 기울여 왔다. 이 문제엔 ‘의료복지’라는 효과가 걸려서인지 시민들도 호응해 줬다.

지난해 11월 열린 포스텍 의과대학 신설 범시민 결의대회 이후 12월 31일까지 진행한 서명 운동에 30만5천803명의 시민들이 동참을 하기도 했다.

당초 20만명 서명을 목표로 했던 포항시는 153% 초과 달성하자 더욱 힘을 얻었고, 정부를 상대로 의대설립 당위성을 설명하며 뛰고 있다.

그러나 포스텍이 신임 총장 부임 후 거의 움직이지 않으면서 난감한 입장에 처해 있다. 추이를 지켜보던 시는 결국 이강덕 포항시장이 나서 이 문제를 수면 위로 밀어올렸다.

이 시장은 지난 21일 오전 시청 브리핑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포스텍 의대 설립과 관련해 그간 김성근 총장이 보여준 행태는 실망스럽기 그지없다”면서 “의대가 설립되려면 총장이 적극 나서 유치를 해야 한다.

임기 동안 대학 내에 앉아 아카데미나 챙기고 가겠다는 총장은 필요 없다”고 작심 비판했다. 그러면서 “ 바이오헬스 케어 산업의 허브이자 의사과학자 양성의 산실로 국가 발전에 기여할 포스텍 의대 신설을 위해 포스텍이 주도적이고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포스텍은 포항시민의 희생으로 세워진 포스코가 만든 대학인 만큼 포스텍이 포항을 위해 앞장서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다소 감정이 실린 표현이긴 하지만 이 시장이 공개된 자리에서 이 정도의 수위 높은 발언을 한 것은 그만큼 ‘그동안 불만이 잠재돼 왔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시장의 기자간담회가 알려지면서 포스텍 내부에선 ‘총장 직격’을 두고 다소 불쾌한 이야기가 오갔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시민들은 오히려 포스텍을 향해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한 시민단체 대표는 “총장이 바뀐다고 의대설립이라는 그 중차대한 목표가 왔다, 갔다 하는 그 자체가 이해가 안 된다”면서 “우리가 평소 알고 있던 포스텍인지 묻고 싶다”고 반문했다.

그는 “할 마음이 없었다면 처음부터 명확하게 의사를 표명했어야 했다”면서 “이제와서 슬그머니 빠지려는 모양새는 시민들을 우롱하는 것 밖에 안된다”고 토로했다.

지역의료계의 한 관계자도 “포스텍이 의대를 유치할 의지가 있는 건지, 없는지를 우선 포항시민들에게 명확히 알리는 것이 도리”라면서 “이 시장이 질문한 만큼 이제 포스텍 총장은 답해야 한다고 본다. 그래야 불필요한 논란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시라·장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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