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포항이 내려다보이는 곤륜산 정상 경치
포항에 오면 반드시 방문해야 하는 곳으로 곤륜산을 꼽는다. 정상은 넓은 평지에 인조 잔디가 깔린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으로 정상까지는 약 20분 정도(평소 운동 부족이라면 더 걸릴 수 있다.) 소요가 된다. 최근 포항의 핫플레이스로 이곳에서 탁 트인 경치를 배경으로 인생샷을 남기기 위해 많은 관광객이 찾아온다. 어떤 이는 일출을 보기 위해 새벽에 오르고, 또 다른 시선을 가진 분이라면 서해가 아닌 동해의 노을을 보려 해질무렵 가파른 길을 오른다.

우리는 날이 그리 춥지도 덥지도 않은 포근한 봄을 기다려 올랐다. 활공장으로 올라가는 진입로는 경사가 급해 오르기 시작하면서 숨을 헐떡이게 만든다. 땀이 나니 대부분 이쯤에서 겉옷을 벗는다. 따뜻한 햇살이 막 떠오른 오전이라 소나무 사이로 비끼는 햇살에 막 피어난 분홍빛 진달래가 더 찐분홍으로 반짝였다. 쉬엄쉬엄 진달래 사진을 찍어가며 천천히 올랐다.

조금 더 오르니 노란 생강나무가 길 안내를 맡는다. 뜯어 향을 맡으면 알싸한 생강 향이 나서 생강나무지만 산수유와 구별하기 좋은 방법은 정원 울타리 안에 피면 산수유, 이렇게 야산에 핀 것이면 대부분 생강나무겠지 하면 쉽다.

진달래와 생강나무 사진을 찍으며 가파른 길을 몇 번 돌다 보면 어느덧 저 멀리 아파트 숲이 내려다보인다. SNS에서 뷰 맛집으로 소문이 나서인지,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에 배경으로 나와서인지 찾는 이가 많아졌다. 특히 강아지를 데리고 오르는 가족이 더 늘었다. 사람도 힘들어하는 길이라 강아지도 숨을 헐떡인다.

푸른 인조 잔디가 보이면 정상이다. 경사 급한 길을 오르며 뜨거워진 몸을 시원한 바람이 식혀준다. 그보다 눈이 먼저 시원해진다. 힘들게 올라온 다리에게 탁 트인 경치를 상으로 떠안긴다. 잠시 멈춰 멀리 칠포항부터 칠포해수욕장을 지나 용한리 바닷가까지 휘이 둘러본다. 가쁜 숨도 고르고 등에 흐른 땀도 식히기에 충분한 뷰다. 날이 좋은 날은 멀리 포스코와 구룡포도 보인다니 잘 살펴보아야 한다.

가족끼리 한쪽에 돗자리를 펴 망중한을 즐기거나 삼각대를 놓고 추억을 저장하는 연인들, 바다 앞으로 좀 더 내려서는 아빠를 걱정하는 남자아이의 목소리에 까르르 웃는 엄마와 누나의 모습이 그림 같은 풍경이 된다. 자전거를 끌고 올라온 아저씨는 누군가 영상통화로 좋은 경치를 나눈다. 우리도 바다인지 하늘인지 경계를 가늠하기 힘든 푸르름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었다.

이곳은 활공장이다. 패러글라이딩을 타려고 마련한 곳이다. 주말이면 차로 하늘을 나는 체험을 하려는 사람들을 태우고 차가 올라온다. 지난해 70이 넘은 지인 부부가 하늘을 날았다며 체험담을 이야기할 때 무척 부러웠다. 고소공포증이 심한 사람은 그저 바라보기만 해야 하는 체험이다. 바람을 타고 새처럼 활강하는 느낌은 타 본 사람만이 알 것이다. 산 정상을 달려 바다 위를 유유히 떠가는 비행, 하늘에서 느끼는 바람과 풍경은 땅에 발을 딛고 보는 그것과 차원이 다를 것이다.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산을 내려간다. 워낙 가파른 길이라 내려갈 때도 주의해야 한다. 반드시 발이 편한 운동화나 등산화를 신고 오르길 권한다. 야영, 취사 행위, 인화성 물질 등의 사용을 금하고 있으니 가벼운 마음, 몸으로 오르길. 정상에는 간이 화장실조차 없으니 오르기 전 화장실을 다녀올 것, 올라가는 길은 그늘이 거의 없다시피 하니 햇살을 피하려면 선글래스나 양산을 들고 가면 좋다.

이렇게 경치가 좋은 곳을 보니 다리가 불편한 부모님이 떠올랐다. 문경처럼 산악 모노레일이 있다면 함께 볼 수 있을 텐데, 산밑에 주창도 넓고 화장실도 깔끔해서 이용하기 편하다. 봄바람 살랑이니 포항시 흥해읍 암각화길에 자리한 활공장으로 나들이 가보길 권한다.

/김순희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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