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섶

인간이 그림자에게

2인자의 지위를 부여한 건

인간이 무지하거나

오만하다는 증거

밤을 무서워하는

인간의 지위는

그림자를 붙잡을 수 없어

2인자 없는 영역이

몹시 불안하다

인간은 그림자를 부차적인 것으로 취급하여 중요시하지 않는다. 하지만 위의 시에 따르면 그것은 무지나 오만의 증거일 뿐이다. 통상의 생각과는 달리, 융과 같은 분석심리학자가 말한 바, 그림자야말로 인간의 배후에 있는 진실을 품고 있기 때문이리라. 이 진실을 직시하지 않으려는 인간은 그림자에게 “2인자의 지위를 부여”하는 것, 한편 그 그림자가 보이지 않는 밤이 되면 인간은 “몹시 불안”해 하는 것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