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호

광산촌 사북의

슬레이트 사택들처럼

달동네 판잣집들처럼

다닥다닥 다닥다닥

파도가 때려도 다닥다닥

물거품에 휩쓸려도 다닥다닥

죽어서도 다닥다닥

악착같이 다닥다닥

파도 시퍼런 갯바위

따개비 마을에

따개비들이 산다

다닥다닥 다닥다닥

“재벌 4세는 모르”는 삶. 가난한 이들의 삶. 이들은 “다닥다닥” 붙은 집들에서 살고 있다. 이는 가난 때문이기도 하지만, 약한 이들은 이렇게 집단을 이루어 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야 “파도 시퍼런” 세상을 “악착같이” 견딜 수 있다. “물거품에 휩쓸”리거나 “죽어서도” 이루어지는 이 삶의 방식은 “따개비들이” 사는 방식과 닮았다. 이 집단적 삶은 자연에서 이루어지는 생존의 지혜를 바탕에 둔 것이기에.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