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호

二月의 빈 논/ 잘린 벼들의 발목/ 시름 얽힌/ 영하의 긴 아침

떨며 가는/ 바람의 빗장뼈/ 사이사이/ 봄의 딸꾹질을 막는/ 겨울의 주먹

소쩍,/ 소쩍,

해거름 동풍冬風에/ 응어리진 살얼음 소리/ 먼 산 가득 흩어지고/ 소쩍새들/ 세월 앞당겨 미리 우는/ 당신의 무덤가

소쩍, 쿵/ 소쩍, 쿵

애절도 녹여 내리는/ 낫날 같은/ 이월의 목청.

시에 따르면, 무덤가에서 봄은 시작된다. “당신의 무덤가”에서 “세월 앞당겨 미리 우는” ‘소쩍새들’의 울음이 봄을 가져온다. 그 울음은 죽음에 대한 슬픔의 표현이자, 새로이 삶이 곧 태어나리라는 징조이기도 하다(‘쿵’이라는 소리가 그 징조다). 소쩍새들이 우는 시기는 아직 겨울바람이 “봄의 딸꾹질을 막는” 2월, 하나 소쩍새들의 “낫날 같은” 날카로운 목청은 ‘영하’의 “애절도 녹여 내리는” 뜨거움을 가졌던 것!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