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구 논설위원
우정구 논설위원

중국 당나라에서는 관리를 등용하면서 인물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네 가지 기준을 사용했다. 신언서판(身言書判)이 바로 그것이다.

신(身)은 풍채와 용모를 뜻한다. 얼굴에서부터 총기가 서려 있고 똑똑함이 묻어나고 마음도 선해 보이는 것을 말한다.

언(言)은 말은 곧 그 사람의 생각이란 뜻이다. 생각과 말이 합리적이어야 다른 사람을 이해 설득시킬 수 있다.

서(書)는 글씨를 잘 쓴다기보다 자기 생각을 올바르게 표현하는지를 살피는 것이다. 판(判)은 그 사람의 판단과 결단을 의미한다. 성공한 사람은 대체적으로 정확하고 합리적 판단을 잘한다는 것이다.

오늘날에도 이 네 가지는 사람을 구별하는 방법으로 원용이 되고 경우에 따라 신입사원 선발의 기준이 되기도 한다. 네 가지 기준 중 어느 것이 우선하느냐는 것은 단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여기서는 말(言)에 대해 한마디 하고자 한다. 총선을 앞두고 막말 논란으로 여야 간 공천 취소 사태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 어려운 공천을 딴 후보가 지난날 생각없이 던진 말이 씨가 돼 공천이 취소되는 일이 여야 간에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유대인의 교육 지침서인 탈무드에는 “인간은 입은 하나요 귀는 둘이다. 이는 말하기보다 듣기를 두 배로 하라는 뜻”이라고 했다. 말을 신중하게 하지 못해 낭패를 당한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구설수(口舌數)라는 게 그런 것이다.

우리 속담에 “말 한마디로 천냥 빚도 갚는다”고 했다. 말은 하기에 따라 상대를 감동시키기도 하지만 지을 수 없는 상처를 주기도 한다. 막말로 공천이 취소된 후보자들에겐 말이 씨가 된 꼴이다.

/우정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