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무

엄니는 신명이 많았다

당신의 감정을 노래로 대신하였다

(중략)

노래는 엄니의 삶과 생의 양식이었고 경전이었다

엄니는 밝고 높고 경쾌한 노래보다는

어둡고 낮고 무거운 노래를 즐겨 불렀다

슬픔으로 슬픔을 문질러 닦아 내었다

나는 엄니의 노래를 곧잘 따라 불렀다

어린 몸속에 청승을 담고 산 것은

엄니 때문이었다

엄니는 내게 노래를 남기고 돌아가셨다

노래를 살다 가신 엄니

나는 오늘도 엄니의 노래를 부르며 살고 있다

노래는 힘이 세다

‘엄니’의 노래는 시인의 몸속에 녹아들어 있다. 아마 엄니의 삶은 고달팠을 테다. “슬픔으로 슬픔을 문질러 닦아 내”기 위해 노래 불렀다니 말이다. 시인도 자신이 고달플 때 “엄니의 노래를 곧잘 따라 불렀”을 것, 여전히 그 “노래를 부르며 살고 있다”고 한다. 노래는 엄니의 “생의 양식”이자 “경전”이었다고 하니, 시인에게도 노래는 양식이자 경전이 되었을 터, 엄니의 노래는 후대의 삶까지 이끄는 힘을 가졌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