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진권

늙어 꼬부라는 졌지만 아직도 정정한 늙은이와

풍 맞아 한쪽이 어줍은 안주인과

대처 공장에 나갔다가

한쪽 손을 프레스기에 바치고 돌아온 아들과

젊어 혼자 된 환갑 가까운 큰딸이

붉은 페인트로 새마을이라 써놓은

무럭무럭 훈김이 나는 미닫이문 안에서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며

뽀얀 절편을 뽑아내고 있습니다

방앗간이 ‘아직도’ 있는 곳이 있다. 위의 시의 방앗간은 ‘새마을’이란 이름이 붙은 걸 보니 1970년대에 세워진 곳일 테다. 이곳 주인은 늙었지만 아직도 정정하다. 하지만 안주인은 풍을 맞았고, 아들은 공장에서 “한쪽 손을 프레스기에 바”쳤다. “젊어 혼자 된” 큰딸은 환갑이 다 되었다. 이 가족은 기구해 보이지만, 서로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며” 활기차게 살고 있다. 여전히 “뽀얀 절편을 뽑아내고 있”는 것.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