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후 2시 40분께 포항영일신항에 도착하는 울릉크루즈 
25일 오후 2시 40분께 포항영일신항에 도착하는 울릉크루즈 

울릉도 초대형 여객선 울릉크루즈가 승객을 태우지 않고 25일 울릉도를 출발해 포항까지 운항했다. 빈배로 간 것은 관련기관의 행정 명령 때문이었다. 그러나 행정 명령이 울릉주민 및 해상운송사업자는 고려치 않고 일방적으로 내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행정편의주의라는 여론도 높다. 

울릉크루즈는 24일 낮 12시 30분 승객 및 선원 등 493명을 싣고 울릉도를 출발하려다가 기관이상으로 출항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울릉크루즈는 울릉주민을 제외한 대부분의 승객들을 선박 내에 대기시키며 식사제공은 물론 잠을 잘 수 있도록 배려했다. 

울릉크루즈는 다음날인 25일 정상출항하려 했으나 포항지방해양수산청 등 관련기관으로부터 승객들은 하선시키고 운항하라는 행정명령을 하달받았다. 크루주는 빈 배로 오전 8시 47분께 울릉도(사동) 항을 출발, 오후 2시40분께 포항영일만항 국제부두에 도착했다.

 울릉도~포항 운항 시간은 평소보다 빠른 5시간 53분이 소요됐다. 운항 내내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울릉크루는 분통을 터뜨렸다.  승객들 사이에서는 빈 배로 운항하라는 지시가 과연 적절했는가 하는 논린이 일었다. 

25일 오전 8시 47분 울릉도 사동항을 출항하는 울릉크루즈
25일 오전 8시 47분 울릉도 사동항을 출항하는 울릉크루즈

울릉크루즈에는 평소 기관장(1급), 부기관장, 1기사 3명, 2기사 1급 3기사 1명 등 기관관련 전문가 7명이 승선하고 있다.  당시에는 1기사 1명, 2기사 1명이 휴가 중이어서 5명이 탔다.  이들은 출항을 못한 날,  밤새워 엔진의 고장을 점검했다. 그 결과, 알림 제어박스 케이블이 풀려(접지 불량) 임을 확인했고, 재조립하자 엔진은 정상적으로 작동됐다.

다음 날 출항은 이상이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당연 승객들도 실을 계획이었다.  출항에 앞서 이런 내용을 관련기관에 제출했다. 그러나 울릉크루즈는 빈배로 가라는 명령장을 받아 들었다. 

회사 측은 “자체수리를 완료하고 시운전 결과 문제가 없다고 판단돼 정상적인 운항을 계획했지만, 관계기관에서 빈 배로 포항영일신항까지 운항토록 해 어쩔수 없이 나왔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빈배로 다녀도 가름값은 든다. 더욱이 엔진 고장으로 빈배로 나갔다는 선사의 이미지 손상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관련 규정상 확실한 근거가 미약함에도 이 같은 행정행위는 직권남용 소지와 타인의 권리행사 방해가 의심된다.”라는 주장했다.

특히 울릉크루즈는 이번에 나타난 엔진 고장 하자는 운항 중이 아닌 정박 중에 발생한 단순하고  부수적인 것임에도 해양사고로 간주돼 이 법을 적용받았다고 불편해 했다.

기관 전문가들은 “빈배로 육지까지 가서 점검을 받는다 손 치더라도 울릉크루즈팀보다 나을 게 별로 없다"면서 차라리 배가 주요 이동수단인 울릉도 쪽에 관계기관 직원을 둬 현장에서 판단케 하는 방법 등 다양한 대책 마련이 있어야 선사는 물론 승객들의 불편 해소가 가능할 것 같다는 의견을 냈다.

이번에 애매모호한 법적 근거로 2만t급의 초대형 여객선을 빈 배로 운항토록 한 것은 행정의 권한 남용, 행정편의주의 외에는 설명이 어렵기 때문에 보완 및 해결책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두한기자kimd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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