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없는 사랑은 없다’
정호승 지음
비채 펴냄·산문집

등단 50년을 넘긴 한국 서정시의 거장 시인 정호승(74·사진)이 직접 가려 뽑은 자신의 시와 그 시에 얽힌 이야기를 쓴 산문을 엮은 산문집 ‘고통 없는 사랑은 없다’(비채)를 펴냈다. ‘고통 없는 사랑은 없다’는 ‘우리가 어느 별에서’, ‘슬픔이 기쁨에게’,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등 시인의 대표 시가 다수 수록됐으며, 시를 창작할 당시의 사연을 풀어낸 산문들이 짝지어 펼쳐진다. 어린 시절 모습부터 청년기와 군 복무 시절,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 그리운 부모님의 모습 등 시인이 소중히 간직해온 20여 컷의 사진이 함께 실렸다.

1972년 등단해 50년 넘도록 시를 써온 정호승. 그는 일상적인 언어를 쓰는 친근한 시인으로서 모든 세대에 사랑받는다. ‘슬픔이 기쁨에게’, ‘서울의 예수’,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슬픔이 택배로 왔다’등 현실에 예민하게 감응하고 심오한 성찰을 빚어낸 시집을 펴내며 명실공히 한국 서정시의 거장으로 자리매김했다. 또한,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 ‘내 인생에 용기가 되어준 한마디’ 등 산문집 역시 출간 후 18년이 넘도록 꾸준히 읽히고 있다.

시인은 시와 산문이 따로 떨어질 수 없는 ‘한 몸’이라고 말한다. 시든 산문이든 일상에서 길어 올린 한순간에서 출발한다고, 시와 산문이 하나로 엮인 책을 오래도록 소망해왔다고 고백한다.

‘정호승의 시가 있는 산문집’은 이러한 시인의 소망으로 탄생했다. 2020년 처음으로 출간한 ‘시가 있는 산문집’, ‘외로워도 외롭지 않다’는 모든 주요 서점 베스트셀러로 등극하며 독자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고, 그 사랑에 힘입어 2024년 두 번째 ‘시가 있는 산문집’, ‘고통 없는 사랑은 없다’가 독자들을 만난다.

김수환 추기경의 말씀 “사랑 없는 고통은 있어도 고통 없는 사랑은 없다”에서 빌려온 책 제목처럼, 정호승 시인은 그동안 겪어온 사랑과 고통에 관해 적으며 그것이 빼어난 시로 피어나는 광경을 보여준다.

청년기 시부터 최근 시까지 망라해 엄선했기에 ‘고통 없는 사랑은 없다’에는 정호승이라는 한 인간의 삶이 문학적 형태로 응축돼 있다.

어둠을 두려워하고 책을 좋아하던 어린 시절, 사랑하는 사람과 눈길을 걷던 밤을 지나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내는 노년까지 ‘인간 정호승’의 사연이 ‘시인 정호승’의 시로 피어남을 보여주면서 누구의 삶이든 한 편의 시가 될 수 있다는 먹먹한 위로를 전한다.

정 시인은 등단 52년간 사랑의 기쁨과 피할 수 없는 생의 고독, 깨달음을 노래해 왔다. “울지마라/외로우니까 사람이다/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로 시작하는 시 ‘수선화에게’를 마음에 간직하고 있는 독자들이라면, 시인이 등단 52년을 돌아보며 전하는 산문집 ‘고통없는 사랑은 없다’가 새로운 울림을 줄 것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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