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기

오랫동안 풍을 앓던 동생 초상을 치르고

망백이 넘은 누이는 집 밖을 나오지 않았다

방문요양사만 날마다 드나들었다

이레 만에 구급차를 대동한 요양사에게 겨우

부축받으며 문밖을 나서던 삭정이 같은 몸이

무너지듯 마당에 주저앉아 큰 소리로 울었다

동네사람들이 모여들어 달래어보았지만 소용없었다

(중략)

비애의 곡절이 끝나기도 전에 혼절한 그이를 실은

구급차가 황급히 떠나고 사람들이 혀를 차며

돌아서자 철없는 새끼고양이가 봄볕을 쬐며

바닥난 슬픔 위를 뒹굴었다

(하략)

가난하고 아픈 이들에게 슬픈 일은 연이어 일어난다. 위의 시가 보여주듯이. 비극은 문학작품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현실에서 비극은 자주 일어나는 바, 고대에서와는 달리 현대의 비극은 낮은 곳에서 볼 수 있다. 풍을 앓은 동생을 저 세상으로 보낸 누이는 슬픔을 이기지 못해 통곡하고는, 그 역시 죽음의 길로 들어선다. ‘빈집 수돗가’에 한창인 작약은 이 남매의 비극적 삶을 더욱 짙은 슬픔으로 채색한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