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수오

빛이 허약해지는 겨울에는

바르게

하늘을 바라볼 수 있다

거기에는 늘 새가 있고

태양이 돌아누운 하늘은 새들의 것

혀와 입술이 읽어주는 몸의 연애처럼

기계가 읽어주는 쓸쓸한 소음처럼

뭉근히 울려 퍼지는 날개

책을 덮으면

투명한 몸으로

핏물처럼 번지는 문장

등 뒤척이는 밤을 열면

새들의 눈알이

가지처럼 빛난다

(하략)

하늘을 ‘바르게’ “바라볼 수 있”는 계절이 있다. “빛이 허약해지는” 계절인 겨울이다. 빛이 약해야 하늘의 존재자들이 온전히 드러나기 때문에. 무엇이 드러나는가? 새다. 겨울엔 “하늘은 새들의 것”이라는 진실이 드러난다. 그 진실은 시각을 넘어서는 감각. 키스할 때의 촉각이나 “쓸쓸한 소음”의 청각을 통해 “뭉근히 울려 퍼지는 날개”로 현현한다. “투명한 몸으로/핏물처럼 번지는 문장”을 선사하는 날개로.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