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춘기

오래된 사진 속 너는

카페의 창가 의자에 앉아

나를 바라보고 있다

내가 바라보는 곳은

내가 지나온 세계이기도 하지만

카메라 너머의 사물들을 붙들 것처럼

너는 흰 손을 뻗으며

얼굴에 환한 빛을 밝히고 있지만

(중략)

잠에서 막 깬 사람처럼

나는 네가 몸을 기울인 공간의 온도와

습도를 상상한다

손 끝에 닿은 사물들이

뜨거운 빵처럼 부풀어 오른다

위의 시에 따르면, 사진 속의 세계는 수동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사진 속의 인물을 보고 있자면, 그가 “나를 바라보”며 “흰 손을 뻗”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 느낌은 “내가 지나온 세계이기도” 한 사진 속 공간과 지금 ‘내’가 있는 공간이 겹치는 ‘상상’으로 이끌고, 현 공간과 섞이는 사진 속의 세계는 “온도와 습도”를 가진 살아있는 세계, “사물들이/뜨거운 빵처럼 부풀어 오”르는 세계로 현존하게 된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