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선

세상을 다독여 재우려는

아기 숨결 같은 눈이라니

뒤척이는 진창으로 내려와 점점이

입김 내불고 숨을 놓는다

깊어 가는 골목마다

빈 나뭇가지마다 고요한 뜰에

아기 살결 같은 눈이 쌓여

먼 나라

웅숭깊은 창을 열면

칠흑의 어둠 속

거룩한 성자

겨울밤 가만히 쌓이는 눈. 순결하고 아름답다. 시에 따르면, “아기 숨결 같”은 이 눈은 “세상을 다독여 재우려는” 듯 자신의 고요한 숨결을 이 세상 위에 놓는다. 세상은 어떠한가. “뒤척이는 진창”이다. 이 진창의 골목 구석까지 내리는 눈은 세상을 더 깊게 만든다. 하여, 눈 내리는 창밖 세계는 더욱 ‘웅숭깊은’ ‘먼 나라’로 현현한다. 눈이 ‘칠흑의 어둠 속’을 밝히는 ‘거룩한 성자’로 이 세상에 도래했기 때문에.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