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가 현역의원을 겨냥한 물갈이 공천심사를 본격화하고 있다. 그동안 잠잠했던 ‘중진희생론’이 재거론되고, 현역에게 불리한 경쟁력조사도 한창 진행되고 있다.

공관위는 최근 PK(부산·경남)지역 중진인 서병수(5선)·김태호(3선) 의원에게 민주당 현역의원이 포진한 ‘낙동강 벨트’로 지역구를 옮길 것을 권고했다. 표면적으로는 권고형식이지만 당에 대한 헌신요구다. 이러한 분위기는 당연히 TK(대구·경북)지역으로 확산할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 공관위는 당장 5선인 주호영 의원(대구 수성갑)에 대해 ‘동일 지역구 3선 페널티 대상’이라는 해석을 내렸다. 주 의원은 수성을에서 4선을 하고 수성갑으로 옮겼기 때문에 그동안 ‘동일지역구 페널티’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관위의 TK현역 물갈이 의도는 현재 진행되는 ‘여론조사 방식’에서도 읽힌다. 공관위는 현역의원 컷오프 조사와는 별도로, 지역구별 공천신청자 전원의 경쟁력을 확인하는 여론조사를 하고 있다. 공천신청자 간의 지지율을 묻는 게 아니라, 타 정당 후보와의 경쟁력을 묻는 조사다. 보수텃밭인 TK지역의 경우 모든 공천신청자의 경쟁력이 큰 격차 없이 당 지지율과 비슷하게 나올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현역 의원 프리미엄은 줄어드는 대신, 인지도가 높은 정치 신인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한 평가점수가 산출될 수 있다.

국민의힘은 설 연휴 이후인 14일부터 면접을 진행한다. TK지역은 16일(경북)과 17일(대구) 일정이 잡혀있다. 공관위는 면접을 마치는 대로 단수추천과 우선추천, 경선지역을 발표하고 현역 컷오프 결과도 발표한다. 공관위는 출범직후 이번 총선부터 ‘시스템 공천’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시스템 공천 핵심은 현역 페널티 부여, 수도권에서의 여론조사 비율 상향, 정치신인 가산점 부여 항목이다. 각 항목마다 현역들이 피해의식을 가질 수 있는 요소가 있다. 대규모 물갈이가 현실화하면 심각한 공천후유증이 예상되는 만큼, 객관적인 수치가 뒷받침되는 공정한 심사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