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바라기 노리코 (조영렬 옮김)

어딘가 아름다운 마을은 없는가

하루 일이 끝나면 흑맥주 한 잔

괭이를 세워두고, 바구니를 내려두고

남자도 여자도 커다란 맥주잔을 기울이는

어딘가 아름다운 거리는 없는가

먹을 수 있는 열매가 달린 가로수가

어디까지고 이어지고, 노을 짙은 해질녘에

젊은이가 상냥하게 떠드는 소리로 흘러넘치는

어딘가에 아름다운 사람과 사람의 힘은 없는가

같은 시대를 함께 사는

친근함과 재미 그리고 분노가

날카로운 힘이 되어, 눈앞에 불쑥 나타나는

시인은 ‘~없는가’라는 문형의 문장을 반복하면서, 현재는 찾기 힘들어진 아름다운 마을, 아름다운 거리, 아름다운 사람을 그리워한다. 시인에 따르면, 일 끝나고 함께 일한 남녀 모두 흑맥주를 마실 수 있는 마을은 아름답다. “젊은이가 상냥하게 떠드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거리도 아름답다. 또한 “친근함과 재미 그리고 분노가” 사람의 “날카로운 힘이 되어” “불쑥 나타”날 때, 그 ‘사람의 힘’ 역시 아름답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