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하며 대립각을 세워온 유승민 전 의원이 국민의힘 간판으로 4·10총선 링에 오를지가 주목된다. 최근 민주당 안민석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오산에 유 전 의원이 출마할 가능성이 있다는 기사가 보도되면서 그의 총선 역할론이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제3지대 신당으로부터 합류 제안을 받아온 그는 지난달 페이스북에 “처음이나 지금이나 이 당에 누구보다 깊은 애정을 갖고 있다. 국민의힘에 남겠다”고 밝히면서도 “4월 총선에 공천 신청은 하지 않겠다”고 했다. 여권에선 이 메시지를 ‘당이 필요로 한다면 이번 총선에서 역할을 하겠다’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유 전 의원이 총선지도부 역할을 맡아 열세 지역인 수도권 선거에 투입되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가 배신자 프레임에 갇혀 대구·경북을 비롯한 보수진영으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지만, ‘중수청(중도층·수도권·청년층)’ 외연확장에는 그만한 인재가 없다는 평가도 동시에 받고 있다. 윤희숙 전 의원은 “그가 총선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 정치인으로서 자산을 쌓는 기회가 되면 당도 좋고 본인도 좋고 나라를 위해서도 좋을 것”이라고 했다.

유 전 의원의 총선지도부 합류가능성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입지가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유 전 의원이 총선에 등판하려면 한 위원장이 직접 그에게 역할을 당부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지난 대선 당시부터 이어져 온 윤 대통령과 유 전 의원의 불편한 관계는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유 전 의원도 과거 “워낙 찍혀서 공천을 주겠나. 공천을 구걸할 생각도 전혀 없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한 위원장이 자칫 그를 수도권 간판으로 내세웠다간 당정 갈등이 다시 표출될 우려가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을 포함한 여권으로선 이번 총선에 운명이 걸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승민 카드가 개혁신당을 견제하고 ‘중수청’ 확장에 도움이 된다면 삼고초려를 해서라도 그를 총선지도부에 합류시키는 것이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