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규열 전 한동대 교수
장규열 전 한동대 교수

미국 작가 마크맨슨(Mark Manson)이 도발적인 유튜브영상을 공개했다. 제목이 ‘세상에서 가장 우울한 나라를 다녀왔다(I traveled to the most depressed country in the world.)’인데, 그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라는 게 아닌가.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 최상급의 경제수준에 이르렀으며 사회문화적으로도 모두가 부러워하는 성장을 경험하지만, 한국인들이 동시에 겪는 우울현상의 그림자가 길어보인다고 했다.

전쟁을 겪으며 바닥에 떨어졌던 한국사회가 급성장을 해오면서 익힌 과도한 일등주의와 경쟁문화가 한국사람들을 우울하게 만들었을까 짐작한다고 했다. 심층적인 분석이 아니라 표면적인 관찰에 따른 내용이긴 하지만, 한국사회의 부끄러운 부분을 들킨듯 싶어 멈칫 하게된다.

실제로 대한민국은 OECD 회원국들 가운데 우울증발병율과 청소년자살율에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열심히 살면서 이렇듯 성장했는데, 외국인의 시선에 처절하도록 우울한 나라로 발견되는 건 어찌해야 하는지. 한 해 동안 자해와 자살시도로 응급실에 들어온 4만여 환자들 가운데 46퍼센트가 10대와 20대였다고 한다.

교육부 자료에 의하면, 전체 학생들 가운데 25만명 이상이 정신적 문제가 있어 심리치료 대상으로 추계된다고 한다. 꾸준히 열심히 달려오면서 스스로 대견하고 칭찬할 만한 수준의 성공을 거두었지만, 한켠에는 이처럼 드러내기 부끄러운 그늘이 있었다. 치열한 경쟁 가운데 일등만 대접받는 문화가 있었고 극소수만 칭찬받는 문화가 번져가면서 뒤처지는 아픔에 힘들어하는 다수가 있었다.

동영상에서 마크맨슨은 우리나라를 우울한 나라로 고발하는 데에 멈추지 않는다. 놀라운 회복력(resilence)를 가져 ‘(어려움 속에서) 늘 길을 발견해 왔다’고 했다. 태안반도에 기름을 청소하러 달려갔으며 IMF 사태에도 금모으기로 반응했다. 나라와 공동체에 위기가 닥치면 문제의 본질을 찾아 해결해 내는 건 언제나 국민의 몫이 아니었던가.

정치권과 정부가 우물쭈물하는 상황에도 소매를 걷어 올려 마침내 위기를 극복하는 열쇠를 찾아내는 사람들이었다. 도전과 응전, 변화와 적응에 능하기에 어려움이 닥쳐도 겁내기보다 맞상대하여 끝내 이겨내는 ‘습관적 회복유전자’를 장착하였다. 우울의 그늘이 오늘 깊어 보이지만, 이 또한 국민적 내공과 공동체의 저력으로 헤어나갈 것으로 기대한다.

끝없는 경쟁으로 여기까지 왔다면, 이제는 공동체적 배려와 공감으로 우울현상을 극복했으면 싶다. 오늘까지 거둔 성과와 성공이 있다고 해도, 그 길을 완전히 혼자 걸어온 사람은 없다. 도와주고 거들어준 사람이 분명히 있을 터이며 혹 나로 인해 뒤처지거나 힘들어진 이들이 있을 지도 모른다. ‘잘 났더라도 혼자만 잘 살지 말라’는 어느 학자의 충언이 있었다. 이웃을 돌아보는 배려심과 남의 어려움에 귀기울이는 공감능력을 길러야 한다. 회복탄력성을 다시 한번 집단적으로 발휘해 오늘의 우울현상을 내일을 향한 기대효과로 바꾸었으면 한다. 남들은 몰라도 대한민국은 할 수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