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이숲

백일 갓 지난 딸아이를 둘러업고 덤프트럭을 타고

배달을 나설 때

나의 바다는 일 단과 이 단 사이에서

태풍주의보

신호등은 고개를 반쯤 숙인 채 환하게 묵례를 하고 있었고

인사를 받을 틈도 없이

멈춘 사거리에서 출렁,

좌회전을 할까

직진을 할까

어린 딸은 조수석 등받이에서

염소 울음만큼 작고 가늘게 울었고

여기서 시동을 끄면 집은 난파다

땀에 젖은 작은 배 한 척을 다시 한번 고쳐 쓴다

직진이다

목구멍이라는 거대한 파도를

1톤 덤프트럭으로 힘껏 들이박는다

매일 바다를 항해하듯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위의 화자도 그러한 사람이다. 그는 “백일 갓 지난 딸아이를 둘러업고 덤프트럭을 타고” 배달하며 살아야 한다. 어떤 진로를 선택할 때에도 ‘직진’을 선택해야 하는, “시동을 끄면 집은 난파”되는 삶. 먹고 살기 위해 채워져야 하는 그의 ‘목구멍’ 안에는 언제나 큰 파도가 친다. 하나 감동적이게도, 화자는 이 파도를 “덤프트럭으로 힘껏 들이박”으며 돌파하고 있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