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복

순서도 없이 한 줄로 늘어선 불안함이 주저앉아
반찬 통에 묻은 밥알처럼 말라붙어 가는 공간 속
표정 없는 사람들의 집에서 가져온 숟가락에만 표정이 묻어 있는
단 한 번의 외출로 어떤 사람은 마중을
어떤 사람은 배웅을 위해 뛰어내려야 하는 공중정원

새들도 찾아오지 않는 무겁고 탁한 공기 속을 휘저으며
희미해져 가는 가족의 이름을 반복해서 속으로 부르다
그 이름에 곧 반사적으로 뛰어내려야 하는
이곳은 결국 지상에 안착하지 못한 인생들을 등 떠밀어내는
불안한 공중정원

‘중환자 보호자 대기실’에 있어본 이들은 위의 시에 크게 공감할 것이다. 그곳은 언제 비보가 날아올지 모르는 ‘불안함’이 지배하는 공간이다. 시인은 그곳을 언제 추락할지도 모르는 ‘공중정원’이라 부른다. 공중에 붕 떠 있는 곳이라는 의미겠다. 중환자실에 가족을 둔 이들은 불안과 걱정으로 지쳐 표정을 잃어버리고, “지상에 안착하지 못한 인생”을 살게 된다. 중환자 가족을 둔 이들의 슬픔에 대한 시적인 조명.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