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현복(사)한국혁신연구원 이사장
위현복 (사)한국혁신연구원 이사장

18세기 후반 석탄 에너지를 핵심으로 하는 1차 산업혁명이 영국에서 일어났다. 석탄에너지 기반의 영국 산업은 철도와 증기선을 바탕으로 5대양 6대주에서 해가지지 않는 제국을 건설하고 20세기 전반기까지 세계를 지배하고 세계 문명을 선도했다. 20세기 석유 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미국의 산업은 1차 세계대전 끝나는 시점에서 2차 세계대전이 끝나는 시점까지 25년 정도에 걸쳐 석유 에너지 바탕의 2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며 세계경제를 이끌어가는 선도국가가 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지금은 기후위기로 인해 1, 2차 산업혁명의 원동력이었던 석탄, 석유, 가스 등 화석연료 기반 에너지가 계속 재생이 가능하고 탄소배출이 제로인 태양광, 풍력, 수력 등 “자연에너지”로 대체되고 급격하게 퇴출될 환경에 처해있다.

현재 이러한 변화에 맞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지역이 유럽과 중국이다. 1차 산업혁명의 발상지인 유럽은 다시 한번 글로벌 선도국가가 되기 위해 가장 먼저 재생에너지로 에너지 전환이라는 시대적인 조류를 간파하고 총력 질주하고 있다. 그리고 뒤늦게 재생에너지로 에너지전환의 중요성을 깨달은 중국이 국가적 과제로써 에너지 전환을 주도해 나가며 에너지전환의 세계 주요 플레이어가 되고 있다. 미국은 기후위기 대응이 향후 번영과 경제 안보를 제공할 것이라는 진단 아래 민주당 정권에서는 에너지전환에 대단히 적극적이다. 하지만 공화당 정권에서는 특정 화석연료 중심의 경제적 이해관계에 발목 잡혀 아직 정권에 따라 혼미한 상태에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비교하면 미국 또한 시대 조류를 놓치지 않으려고 IRA(인플레 감축법) 등을 통해서 최선을 다하는 것 같다.

우리나라는 1997년 12월 교토의정서가 협정될 당시 대통령에 당선된 김대중 대통령부터 6명의 대통령이 취임하고 정권이 네 번 바뀌었으나 에너지전환은 제자리걸음이고 보수정권이든 진보정권이든 막론하고 에너지 대전환이라는 시대 조류에 대해선 눈을 감았거나 혹은 뒷걸음질하고 있는 것 같아 보인다. 이제 영국과 독일을 비롯한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은 재생에너지 50%를 넘어섰고 중국도 30%를 넘어섰으며, 미국과 일본도 25%를 넘어섰고 OECD 평균도 35%를 넘어섰는데 우리는 아직 10%에도 도달하지 못하고 있는 지경이다. 앞으로 나아가야 할 재생에너지는 제자리에서 맴돌고,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생태계는 LNG에 원자력까지 보태서 에너지 기득권을 지키기에 급급한 것 같다. 산업 또한 핵심인 기후대응과 에너지 전환은 뒷전인 채 주변부인 전기자동차, 2차 전지, 전기 배터리, 반도체 등에 집중하고 있다. 그야말로 본말이 전도되어 핵심인 재생에너지는 빠진 채 주변부 중심의 산업정책 추진 결과가 어떻게 될지 상상하기조차 두렵다.

세계 주요 나라들이 모두 에너지전환을 위해 동(東)으로 가고 있는데 우리만 선진국들이 왜 동으로 가는지 모른 채 LNG와 원자력을 껴안고 서(西)로 달리고 있다. 우리보다 후진국이라 생각했던 중국조차 재생에너지 시대야말로 이제 중국이 세계를 선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 국력을 총집결해서 돌진하고 있는데 우리만 두 눈 감고 LNG발전소 짓고, 원자력에 목숨 거는 듯하다.

문재인 정권의 탈 원전이 비난받는 것은 아직 수십 년 더 쓸 수 있는 원자력 발전소를 느닷없이 멈춰 세운 탓이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의 탄소중립, 재생에너지 외면은 시대조류에 역행하는 것이어서 비난받는 것이다. 2011년 블랙아웃 뒤 ‘GREEN GROWTH(녹생 성장)’를 부르짖던 이명박 정부가 추가 발전설비를 계획하면서 700만kW 이상의 발전소를 17조 원의 돈을 들여 석탄발전소로 계획하고 건설한 시대착오적인 패착으로 인해 아직 우리나라가 재생에너지 후진국을 헤매고 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의 탄소중립 역행은 에너지전환이라는 3차 산업혁명의 선도국가를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적 낙오자로 전락할 수 있는 정책이기 때문에 분노하는 것이다.

1960년대 들어서서 산업화를 시작한 우리나라는 다행히 산업화라는 시대 조류에 편승해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에서 기적적으로 산업화를 달성한 시대적 행운아다. 그런 우리나라가 위정자들의 잘못된 판단과 무지와 무능으로 인해 탈산업사회로 가는 길목에서 길을 잃고 미아가 된 듯하다. 산업화 시대의 막내로 탈산업화하기에 가장 좋은 산업조건을 갖춘 우리나라가 무지하고 무능한 지도자들 탓에 전 세계가 모두 동(東)으로 가는데 한국만 서(西)로 달리고 있으니 어떻게 해야 한다는 말인가?

지금이라도 “뒤로 돌아 앞으로!”라는 구령을 외쳐 시대 조류를 따라간다면, 국가가 의지를 갖고 더 빨리 움직인다면 에너지전환시대에 중국 못잖은 세계 주요 플레이어가 될 것이라는 게 외부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더 머뭇거리다가는 영영 낙오자가 될 것이다. 지금이라도 당장 정신 차려 방향을 똑바로 잡아간다면 아직 우리나라가 선도국가가 될 기회는 남아있다. 대한민국이 나아갈 방향만 에너지전환으로, 재생에너지를 통한 에너지 자립으로 나아간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