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서웅교소설가
문학과 리듬에 빠져 사는 70대 삶속에서
습작처럼 쓴 글들 입상으로 자신감 얻어
“내 삶이 살아 숨쉰다고 증명하려면
지금 당장 무엇이든 시작해보시라”

서웅교 소설가

“나이가 많아 좌절한다고 해서 남은 인생이 해결되지 않습니다. 좌절이란 패배자의 멍에만 덧씌울 뿐이죠. 거대한 자석에 속절없이 끌려가더라도, 남은 내 생은 오롯이 나의 것이라는 의지를 잊지 말아야 합니다.”

70대 초반, 노년의 삶을 즐기며 문학과 리듬에 빠져 하루를 바쁘게 보내는 사람이 있다. 소설가 서웅교 작가다. 그의 말은 이어진다.

“인공 관절을 넣어 건강도 별로 좋지 않습니다. 물을 많이 마시란 말을 믿었다가 소화불량에 걸린 적도 있습니다. 그러나 문학과 음악은 이 모든 것을 이겨낼 수 있는, 절망의 나락에서 희망의 등불로 마법처럼 변화시켜 주었습니다.”

‘나이가 들어서, 몸이 아파서, 가슴에 상처가 많아서, 만사 귀찮아서’ 이런 말은 과거를 부정하는 단어다. 비록 상처가 동반된 과거라 하더라도 반전의 시간은 충분할지도 모른다. 삶의 종심(從心)은 낡아서 빛바랜 것이 아니다. 포기하는 순간 생명을 반사하는 에너지가 순식간에 사라질 수 있다. “긍정의 기제가 내게는 더 할 수 없이 지혜로 작동되었다. 글이 곧 삶이고, 삶이 글이라는 생각이다. 그것에 리듬이 더해지면서 활력소가 된다”는 서 작가를 지난 14일 만났다.

-서 작가에게 글쓰기는 어떤 의미인지.

△살아오면서 단 한 순간도 행복을 추구하려는 애정과 인연의 끈을 놓지 않았다. 지천명을 훌쩍 넘기면서 인생에 새로운 기로에 서 있는 나를 보았다. 평소에 생각하던 생활 철학과 버릇처럼 길든 사색에서 우러나온 생각의 부유물을 건져 올려 문장으로 표현하면서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다. 긍정의 기제가 내게는 더 할 수 없이 지혜로 작동되었던 까닭이다. 그때부터 글이 곧 삶이고, 삶이 글이라는 생각이다.

-소설은 물론, 시와 음악까지 넘나든다고 하는데.

△소설과 시는 습작처럼 쓴 글을 공모전에 실험처럼 툭 던진 글이 연이어 입상되면서 자신감을 얻었다. 물론 행운의 여신이 제 등을 토닥여준 것이라는 생각이다. 노력 없는 결과는 없다. 내 안에 빛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며 그 빛이 꺼지지 않도록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 음악은 풍물단과 지역 합창단에 발을 들이면서 인연을 맺었다. 무덤덤하기만 했던 내 삶에 리듬을 심어 주면서 갈라진 땅에 단비가 되어주었다. 결국에는 이 모든 것이 나를 사랑하면서 나온 인연이라고 생각한다.

-글을 잘 쓰려면 어떤 자세가 필요할까?

△어려운 질문이다. 글쓰기에는 비기가 없다.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쓰는 길뿐이다. 고독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고독은 외로움과 다르다. 세상의 주인공인 나를 위해 사색을 즐기고, 주변의 것들을 예사로이 넘기지 않으며, 생활 철학에 인생관을 대입해 철저하게 다독이는, 도덕성 충만한 인성을 지니지 않으면 힘든 일이다. 지금도 그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제4회 포항소재문학 작품 공모대상을 수상한 단편소설집 ‘미디어 파사드’를 짧게 소개하면.

△수필이 경험 문학이라면 소설은 허구다. 그렇다고 소재가 하늘에서 툭 떨어지지는 않는다. 허구와 사실을 적절하게 섞어 내 삶의 주변을 소설로 재구성한 것이다. 삶에서 겪는 갈등과 누구나 쉬이 이해할 수 있는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 인간 내면의 치열한 갈등을 드러내고자 노력하였다.

-음악에 자신을 대입했을 때 리듬이란.

△삶에 리듬을 살려서 하루를 스스로 행복의 시공으로 연결하는 데 있다. 그러면 필연적으로 열정이 뒤따른다. 꽹과리는 물물론, 북과 장구까지 두루 섭렵할 수 있었다. 꽹과리는 스승이 치는 모습을 영상에 담아 집에서 따라 연습하였다. 물론 주변이 시끄럽지 않게 수건으로 앞을 덧대어 손목이 아프다며 아우성칠 때쯤 손에서 놓는다. 에어로폰과 리코더, 기타는 나 홀로 독학으로 배웠다.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른다. 이제는 춤을 춘다. 지르박, 블루스도 같다. 학원 선생이 보여주는 동작을 영상에 담아 연습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바닥에 발 모양을 그려 놓은 뒤 순서에 맞게, 그리고 몸동작을 익히며 허리의 유연성을 익히는 법도 놓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내게 반목과 갈등을 조장하고, 질투하고 시기하라, 도덕을 허물라고 부추길 수는 없다. 스스로 마음과 정신을 밝게 염색해 내 속에 생명체가 살아 꿈틀댄다고 증명하려면 지금 당장 무엇이든 시작하여야 한다. 글쓰기, 노래 부르기, 난타, 풍물단, 하다못해 봉사를 받아야 할 입장이라 할지라도 봉사단체에 기웃거려 보라. 단언컨대 나도 모르게 삶의 가치가 저 위에 가 있음을 확신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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