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찬 포스코인재창조원 교수•컨설턴트
김종찬 포스코인재창조원 교수•컨설턴트

새해가 되니 저마다의 소망과 희망들이 푸른 용의 기운을 받아 넘실대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새해 첫 해돋이를 맞이하는 사람들의 합장한 두 손에 단단하게 쥐어진 굳은 결심, 실시간으로 답지하는 지인들의 안부 메시지에도 기쁨과 희망,건강을 염원하는 기원들로 넘쳐난다. 새해를 맞이하는 이맘때는 아무리 엄청난 과거의 일들도 용서가 되고 MZ 세대를 넘어 지구상의 어떤 생명체와도 소통에 전혀 문제가 없을 듯하다.

기업마다 세대 간 소통이다, 부문 간 협력이다 하여 사외강사를 위촉하여 강의도 개설하고 주관부서는 소통에 필요한 프로그램을 공모하여 기획하고 실행하는데도 늘 결과는 신통치 않았는데, 새해만 되면 가만히 있어도 소통 지수가 높아지니 참으로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조금만 관찰해 보면 알 수 있는 일이다. 새해가 되면 누구나 할 것 없이 어른이 되는데 그 답이 있다.

어린애와 어른은 나이가 아닌, 나눠주는 자(Giver) 인가, 받는 자(Taker)인가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하루 종일 달라고만 하던 갓난아기가 새해만 되면 나눠주는 감사한 어른이 되는 것이다. 건강과 행복을 기원해 주고 지난해의 잘못쯤은 그게 무엇이든 잊자고 하고, 희망과 긍정을 한아름 나눠주는데 거부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나이가 들어도 받는 것에만 익숙해 있다면 곤란하지 않은가. 20층에 있는 사람이 2층에 있는 사람과 대화하려면 2층으로 내려가야 한다.

이처럼 소통은 받은 것에 대해 감사하는 기억에 달려있고 감사한 기억은 거의 원석에 가까워 그 자체로도 아름답지만 가공에 따라 무궁무진한 쓰임새를 가지며, 그것은 예기치 않은 일이 발생되었을 때 상대의 마음을 여닫는 도구가 된다. 여간해선 열리지 않을 것 같았던 견고한 마음이 감사한 마음으로 손이 잘 닿는 곳에 저장되어 필요할 때 응원하게 된다. 그 응원 도구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는 마법 같은 도구가 되고 조직의 비타민이 되어 기업을 건강하게 만드는 도구가 된다. 기업은 소통에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으나 감사한 기억으로 저장되지 않은 형식적인 프로그램은 오히려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으니 세심하게 신경을 써야 한다.

무턱대고 하는 칭찬이나 공기 좋은 연수원에서 잘해 보자는 조직 활성화 프로그램도 상대를 나에게로 이끌려는 본심이 쉽게 읽히는 뻔한 것이라면 활용에 있어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감사한 마음이 들지 않거나 기술적인 스킬만 등장한다면 부작용으로 회복이 어려운 지경까지 이를 수 있다.

위기가 왔을 때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조직과 없는 조직을 알아보는 방법이 있다. 위기에 대해 잘 알고 있음에도 평온하고 정상성이 유지되는 조직은 위기 극복 능력이 있다. 평소에 소통을 통해 조직 상호 간에 업무를 원활하게 조정하고 협력하여 의사결정을 하기에 시스템적 대응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반면 ‘위기는 기회’라느니, ‘정신일도하사불성’, ‘하면 된다’ 이런 구호 써 붙어 있고 머리띠 두르고 열심히 일하는 조직은 시스템적 대응이 안 되어 있는 것이다. 시스템이 없는 조직은 망하기 전이 가장 바쁜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