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휘

오늘이 오늘 하나로는 부족해서

달력 속의 6월 30일에 동그라미를 그려요

그러면 오늘이 두 개가 됩니다

 

하나의 오늘에는 울화(鬱火)가 활짝 피었군요

나는 당신의 빨간 울화 옆에 쪼그리고 앉아

접시꽃이 요렇게 예쁜 줄 몰랐어

이런 말을 하며

남은 오늘도 또 이렇게 사용합니다

 

세 끼를 다 먹고도 허기진 사람처럼

우리는 오늘을 다 사용했네요

접시꽃이 조렇게 예쁘게 피었는데

‘하루’는 단수지만 하루 안의 생활은 단수여서는 안 된다. 시인이 달력 속 날짜에 동그라미를 치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하나의 오늘’을 복수로 만드는 작업. 대개 우리의 생활은 팍팍해서 우울하게 하루가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위의 시에서 ‘당신’이 울화로 피어나 있듯이. 애써 시인은 접시꽃을 바라보고 그 예쁨을 감탄하며 “남은 오늘”을 사용한다. ‘허기진 사람’처럼 먹을 수 있는 시간이 더 없나 찾아보면서.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