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폰으로 수사상황 파악 정황 등 영향…검찰, 수사 8개월만 신병 확보
최장 20일간 조사해 공여자 수사 마무리…수수 의원 줄소환 가능성
서울구치소 앞 지지자들 망연자실…“사법부는 죽었다” 반발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된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1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된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1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된 송영길(60) 전 민주당 대표가 18일 구속됐다.

지난 4월 무소속 윤관석·이성만 의원 등을 대대적으로 압수수색하며 수사가 본격화한 지 8개월 만이다.

사건의 최대 수혜자이자 최종 책임자로 지목된 송 전 대표의 신병을 확보한 검찰은 돈봉투 수수 의원 규명을 위한 수사 동력도 확보하게 됐다.

반면 구속영장 기각을 자신하던 송 전 대표는 법원 설득에 실패하면서 정치 인생 최대 위기로 내몰렸다.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송 전 대표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마친 뒤 오후 11시59분께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유 부장판사는 “피의자가 거액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하고 당대표 경선과 관련한 금품수수에 일정 부분 관여한 점이 소명되는 등 사안이 중하다”며 “인적, 물적 증거에 관해 수사 과정에서 확인된 피의자의 행위 및 제반 정황에 비춰 증거인멸의 염려도 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송 전 대표는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둔 2021년 3∼4월 국회의원 교부용 돈 봉투 20개를 포함해 총 6천650만원을 당내 의원 및 지역본부장들에게 살포하는 과정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이를 위해 스폰서로 지목된 사업가 김모씨, 무소속 이성만 의원으로부터 송 전 대표가 각각 부외 선거자금 5천만원, 1천만원을 받았다는 것이 검찰 조사 결과다.

검찰은 송 전 대표가 의원용 돈봉투가 살포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회의실에서 열린 국회의원 모임에 참석했다는 관련자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 전 대표는 2020년 1월∼2021년 12월 외곽 후원조직인 ‘평화와 먹고사는문제 연구소’(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등 7명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천300만원을 받은 혐의도 있다.

검찰은 송 전 대표가 직접 기업인의 공장을 방문한 직후 먹사연에 후원금 송금이 이뤄지는 등 송 전 대표의 만남 전후로 후원이 이뤄진 정황을 다수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2021년 7∼8월 박용하 전 여수상공회의소 회장으로부터 받은 4천만원은 소각 처리시설 인허가 로비 대가로 받은 뇌물이라는 게 검찰 판단이다.

검찰은 수사 시작 8개월 만에 의혹의 정점인 송 전 대표 신병 확보에 성공했다.
이른바 ‘이정근 녹취록’에서 시작된 돈봉투 수사는 지난 4월12일 윤관석·이성만 의원 등을 압수수색하며 본격화했다.

이후 검찰은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 박용수 전 보좌관, 윤관석 의원을 차례로 구속기소하며 공여자 수사에 공을 들여왔다.

수사 과정에서 먹사연으로 불법 정치자금이 유입된 정황을 포착했고, 수사는 송전 대표의 뇌물 혐의로까지 뻗어나갔다.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일정을 앞당겨 4월 프랑스 파리에서 귀국한 송 전 대표는“주변 사람 말고 나를 구속하라”며 두 차례 자진 출석하기도 했으나 검찰 거부로 무산됐다.

송 전 대표는 이달 8일 첫 피의자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최장 20일의 구속 기간 송 전 대표를 상대로 돈봉투 살포 경위 등을 재구성한 뒤 재판에 넘겨 공여자 수사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이후 최대 20명에 달하는 돈봉투 수수 의원 특정 작업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현재까지 특정된 수수 의원은 무소속 이성만 의원과 민주당 임종성·허종식 의원 등 3명으로, 수사 상황에 따라 민주당 의원들의 줄소환이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날 구속 사실이 알려지자 송 전 대표가 대기하고 있던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 모인 지지자들은 망연자실한 모습이었다.
이들은 “사법부는 죽었다.이대로 물러날 수 없다”고 외치며 송 전 대표의 이름을 연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