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로 다니며 농작물 닥치는 대로 먹어치워 주민들 큰 골치거리
천연기념물 흑비둘기 등 지역에 보호종 많아 약제 살포 불가능
“입산 자제하고 밝은색 복장하세요” 총기오발사고 등 주의 당부

[울릉] 울릉도에서 농가에 가장 큰 피해를 주는 유해 수인 꿩<사진>을 포획하고자 울릉군이 육지 엽사를 초청 본격적인 꿩 포획에 나섰다.

울릉군은 지난 1일 울릉군청 제2회의실에서 10여 명의 엽사와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농가에 큰 피해를 주는 꿩 소탕을 위한 방안을 논의하고 총기오발 사고 방지 등 주의사항 등 간담회를 개최했다.

군은 오는 11일부터 내년 2월 7일까지 59일간 울릉도 골칫거리인 꿩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포획단을 운영한다.

울릉도는 육지와 130㎞ 떨어져 있는 섬으로 농작물 큰 피해를 주는 고라니, 멧돼지 등 산 짐승들이 살지 않는다. 특히 1991년 울릉도에 까치 34마리를 서식하도록 방생했다. 당시 주민은 길조라며 크게 반겼다.

하지만, 어느 때인가 모두 사라져버렸다. 현재 울릉도에는 민가에서 키우던 다람쥐와 꿩이 탈출해 번식하기 시작했다. 이 중 꿩은 천적이 없어 엄청나게 증가해 농가에 큰 피해를 주는 골치덩어리가 됐다.

군은 이를 소탕하고자 올해 1천600마리 포획을 목표로 잡고 엽사 16명을 투입하기로 했다. 지난해 10명보다 6명이 늘어난 숫자다.

울릉도에는 애초 꿩이 없었다. 하지만, 1981년 울릉읍 저동리 박 모 씨가 식용과 관상용으로 50쌍을 키우다가 태풍으로 울타리가 망가지면서 꿩이 탈출해 섬 전체에 급속도로 늘었다.

울릉도에 꿩이 기하급수적으로 중가 한 것은 숲이 울창하게 우거져 매나 독수리의 공격을 피할 수 있고 천적의 개체도 적은 것이 원인으로 보인다.

울릉군이 2016년 시행한 조사에 따르면 울릉도에는 꿩 1만 마리 이상이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꿩 수가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자 울릉군은 1998년부터 꿩 포획에 나섰다.

지난 1998년 1천500마리, 1999년 1천200마리, 2000년 1천 마리, 2001년 500여 마리, 2002년 1천여 마리, 2003년에 1천여 마리 등 모두 6천200여 마리를 포획했다.

매년 수백 마리를 잡아 개체 수를 크게 줄이는 데 성공하자 2006년 11월~2007년 4월을 마지막으로 꿩 포획을 중단하기도 했다. 그러다 2012년부터 다시 꿩의 개채수가 급속히 증가해 소탕을 재개했다.

최근 포획한 꿩 수는 2017년 275마리, 2018년 134마리, 2019년 152마리, 2020년 383마리, 2021년 268마리다. 그러다가 지난해엔 806마리로 많이 증가했다.

군은 농작물에 엄청난 피해를 주고 농민들의 원성을 쌓는 유해 야생동물인 꿩 포획을 육지와는 달리 천연기념물 제237호인 흑비둘기 등 보호 종이 많아 약제 살포가 불가능함에 따라 엽사를 이용한 구제를 시행한다.

울릉도 꿩은 떼로 몰려다니며 봄철 울릉도 특산물로 농가 주 소득원이 되는 명이(산마늘) 새순은 물론 부지깽이·미역취·옥수수·더덕 새순을 닥치는 대로 먹어치운다. 꿩 무리가 한 번 휩쓸고 간 밭은 쑥대밭이 되고 만다.

울릉군은 총기 사용에 따른 안전사고를 방지하고자 포획단에 눈에 잘 띄는 밝은 복장을 착용하도록 하고 주민과 관광객에게는 산행을 자제할 것을 당부하고 마을 곳곳에 플래카드를 설치할 계획이다.

울릉군 관계자는 “울릉도는 유일한 유해조수인 꿩이 활개를 치며 농가에 큰 피해를 주고 있다”며 “울릉도 겨울철이 아니면 숲이 우거져 포획이 어렵고 내년 초 농가에 큰 피해를 줄수 있다. 안전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김두한기자 kimd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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