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희 경운대 교수
최선희 경운대 교수

늦가을 정취를 즐기기 위해 나들이에 나선 사람들의 표정은 밝고 행복해 보인다. 그런데 이들의 마음 한 켠에는 올 여름 우리사회를 공포로 몰아놓은 묻지마 무차별 살인사건과 불특정 다수를 향한 살인예고로 인한 두려움과 불안함이 남아 있을 것이다. 끔찍한 흉기난동과 살인을 저지른 범인들은 오히려 본인이 억울한 피해자라고 하며 궤변에 가까운 범행 동기를 늘어놓고 불만과 분노를 표출하기까지 했다.

일부 가해자는 타인의 행복한 모습에 분개해 살인을 했다며 사회를 향한 적개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스스로 제일 불쌍한 사람이라는 무서운 피해의식과 자기연민으로 사회적 고립 속에 자신을 가두고 나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모든 사람을 향해 증오의 싹을 틔웠던 것이다.

행복은 어떤 특별한 사람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인가. 행복에도 조건이 있는가를 생각해보게 된다. 일반적으로 경제적 기반, 개인과 사회의 조화, 사색을 통한 자기발견을 행복의 요소로 본다. 경제적 기반은 의식주의 해결이 우선일 것이고 개인과 사회의 조화는 나와 타인과의 건강한 관계정립이며 자기발견은 자아실현과 같은 내적 성취와 만족과 감사를 느낄 줄 아는 건강한 의식일 것이다.

행복의 조건을 자세히 천착해보면 노력으로 우리 모두 행복감을 가질 수 있다는 긍정적인 답이 나온다. 특히 사색을 통한 자기발견은 우리 마음에 자리한 중요한 행복요소라 할 수 있다.

편안하게 자신의 모습과 마주해 스스로를 깊게 들여다보며 나를 긍정할 때 행복은 가까이 있음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행복은 누가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이 가꾸어 나갈 때 찾아오는 것이다. 즉, 행복은 멀리서 갈구하고 쟁취하는 대상이 아니라 가까운 일상 속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이다.

올 3월 OECD에서 발표한 한국인의 행복순위는 OECD 정회원국 38개 중에서 35위에 그쳤다. 세계 10대 경제대국이며 IT같은 과학기술, 올림픽이나 월드컵 등의 스포츠 대회 성적에서 상위권에 들어가는 우리나라가 행복순위 꼴찌에 가깝다는 것은 심각하게 생각해 볼 문제이다. 우리는 행복할 수 없는 국민인가. ‘행복한 국민’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위해 모두 어떻게 해야 할지를 진지하게 고민해 볼 때이다

행복도 연습하면 습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행복연습! 인위적이라며 거부감을 가질 수도 있지만 진정한 행복은 항상 우리 곁에 있음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오래전 한 유명한 국회의원 딸이 자신의 아버지가 집에 들어서자마자 급히 TV를 켜고 개그 프로를 보며 행복해한다고 인터뷰에서 말한 적이 있다. 그렇다. 이렇게 행복은 우리의 작은 일상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오늘부터 나 자신을 바라보며 ‘나다움’에 감사하고 호젓한 낙엽 길을 걸으며 가을 햇살을 느껴보자. 그리고 현재의 소소한 즐거움에 집중하며 행복을 연습해보자. 습관처럼 행복연습을 하다 보면 어느새 나는 행복감을 느낄 줄 아는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내가 느끼는 작은 행복이 상대에게 전염되어 큰 행복으로 넘쳐나는 사회가 될 것이라는 희망은 지나친 낙관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