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권

여름날 오후 늦은 점심을 먹고

소파에서 TV 연속극을 보던 아내

하마처럼 하품 몇 번 쏟아 내더니

입을 쩍 벌린 채 자고 있다

한평생 저를 끌고 다니느라

고달팠을 몸 잠시

아내와 한통속인 세탁기와 청소기와

냉장고도 함께 자고 있다

여전히 제 안의 고단함을 길어 올리는 아내

온 우주가 아내의 쩍 벌린

입속을 드나드는 끊어질 듯 이어지는

저 들숨 날숨에 달려 있다

가족이란 입 벌리고 자는 모습을 보고 보여주는 사람들 아닐까. 경계심이 없기에 서로의 눈앞에서 입을 벌린 채 잘 수 있는 이들. 시인은 입 벌리고 자는 아내 모습이, “세탁기와 청소기와/냉장고”와 함께 사는 그녀의 고단한 생활을 보여주는 듯 해 안쓰럽다. 아내의 고달픔은 한 가정의 삶을 보존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아내의 벌린 입이 내뱉는 숨에 “온 우주가” 달려 있다는 시인의 진술은 과장만은 아니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