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대식

그것은 노래였다가 웅얼거림이었다가 그냥 허공이었다가

저녁답 산 너머 절집 쇠북소리처럼

날아가다 기진맥진의 흔들림만 남아 또 다시 허공이 되는,

가을볕 휘감던 저녁이면

쌀을 씻던 당신의 손과

그 물소리를 한없이 생각한다

다시 가을,

음울한 교과서를 펼쳐놓고

밤새 외우다가 잠이 든다

집으로 돌아갈 수 없다

이 시의 첫 단어, ‘그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제목을 보면 ‘가을 햇살’이라고 생각된다. ‘노래’였지만 ‘웅얼거림’으로 졸아들다가 허공이 되고만 가을 햇살. 그 햇살은 노래처럼 아름다웠을 것이다. “저녁이면 쌀을 씻던 당신의 손”을 비추던 ‘가을볕’이 그러했듯이. 하지만 이제 그 아름다움은 “기진맥진한 흔들림만 남아” 있다가 사라질 뿐이다. 쌀 씻는 물소리를 들을 수 있었던 “집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기에. <문학평론가>